정동영 의원의 소스를 받아 일부 언론에서 ‘어제 진행한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조남호 회장이 ‘컨닝 페이퍼’를 읽었다’는 투의 기사들을 게재했다. (얼마전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에서는 자문 사실을 의원이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이 밉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청문회에 기업 총수가 나가면서 자문을 받아 준비한 메시지팩을 그정도로 해석하는 언론의 수준이 더 놀랍다. 진짜 청문회에 임하는 많은 기업 총수들과 고위 공직 후보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청문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언론이 생각하진 않으리라 본다. 그냥 ‘놀란척’ ‘황당한 척’해서 기사를 만들어 본 것이겠다. (정치인이야 주장의 목적이 있으니 그렇다 치자.)
토요타 리콜 사태를 겪었던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 그는 미국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The Glover Park Group을 고용해 청문회의 모든 준비 자문을 받았었다. (물론 아키오에게도 우리나라 언론이 이야기하는 ‘컨닝 페이퍼’가 있었을 것이다)
토요타가 이번 리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워싱턴DC의 종합 커뮤니케이션
펌인 The
Glover Park Group을 고용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었다.이 회사의 서비스 구조를 보니 언론에서 이야기 하듯 로비펌이라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펌이라는 분류가 더 적절할 듯 하다. 일반 PR회사들에서 제공하는 많은 거의 모든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주목할만한 것은 클린턴 정부 때 백악관 대변인을 역임했던 Joe Lockhart가 President 직책을 맞고 있다는 것과 같은 정부하에서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시니어 어드바이저를 지냈던 Joel Johnson이 파트너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번 고용이 로비적인 목적이 강하지 않느냐 해석하고
있는 듯 하다. (하원 청문회 대비 포함)
뉴스 코프의 루퍼트 머독. 취재원에 대한 도청 사건으로 영국 청문회에 섰을 때도 그는 홀로 서지 않았다. 그 이전부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청문회 대응 자문을 여러 PR대행사 (글로벌 홍보대행사 에델만)와 전문가들에게 받았다.
이 한 장의 사과문에는 CEO, Board members, 변호사들, 홍보담당자들(spin doctors), 기술적 작가들(Technical Writers), 관련 광고 전문가들의 땀이 베어 있다. 해외 기업들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그렇지만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작품(masterpiece)이다. 이 부분이 그들에게 부러운 부분이다.
[원 게시물: 루퍼트 머독의 “We Are Sorry” : 사과문의 전형+전략의 샐러드 ]
[머독의 에델만 고용 관련 참고 블로그 : http://storify.com/jayrosen_nyu/edelman-draft ]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대형 이슈나 위기에 있어 커뮤니케이션 자문이나 청문회 자문 없이 ‘홀로’ 청문회에 임하는 기업 총수나 유명인은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역으로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할까?
미국에서는 심지어 섹스 스캔들의 당사자들도 특수 변호사 또는 커뮤니케이션 자문의 도움을 받는다.
타이거 우즈의 정부로 알려져 있는 레이첼이 뉴욕에서 LA까지 날아간(?) 이유는 LA의 유명한 여성인권 변호사인 글로리아 올레드 때문이라고
한다. 글로리아 올레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라고 하며, 여러
상품성 높은 케이스들을 변론하는 스타 변호사다.보통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연예인들은 변호사 (특히, 연예인
이슈 전문 변호사)들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위기를 관리하고자 하는데,
연예인 수준까지는 아닌 레이첼이 스타급 변호사를 찾아갔다는 것이 흥미롭다. 당연히 레이첼이
이번 이슈를 기회로 레버리징 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원 게시물: 하이브리드 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
기업의 총수나 VIP들이 청문회에 임해 준비하지 않는 것이 더 기사감이 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렇게 무책임하고 준비성 없는 모습이 더 신기하지 않을까? 준비하지 않고 청문회에서 막말을 하고, 맞서 애드립을 날리는 모습이 정상일까?
커뮤니케이션 자문, 청문회 자문, 미디어트레이닝, 메시징 자문등의 모든 상식적 ‘준비(preparation)’가 ‘컨닝’ 또는 ‘꼼수’로 해석되는 그 해석자들의 낮은 수준이 더 기사감이다.
한국이 아직 구석기 시대나 낙후된 농경 국가인가?
*Disclaimer: 저는 개인적으로 한진중공업과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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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정용민의 위기관리] 자문 없이 나가는 청문회가 더 창피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