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12월 132009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경험 많은 변호사들과 일하기

 

요즘 모 로펌과 소송관련 위기 관리 프로젝트를 진행 할 일이 있어서 변호사님들과 전략 미팅을 하고 있다.

이런 류의 위기관리 프로젝트에서 변호사님들을 포함 한 여러 위기 관리 주체들로부터 자주 반복적으로 느끼는 점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위기 대응에 있어 생각보다 훨씬 신문과 방송 중심이다.

생각보다 훨씬 기자 중심이다.

언론들의 많은 부분들을 자신들이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로우 프로파일을 제안한다.

소송 상대 측에 대해 상당한 부정적 정보들을 BD화 하고 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메시지 보다는 채널을 더 많이/우선 고민한다.

이 이슈에 책임이나 직접 관련이 있는 인사는 항상 뒤에 모셔놓는다.

어떻게든 네트워크(connection)를 잡으려 한다.

소위 파워 기관들에 어떻게든 의지해 보려 한다. (대부분 실패)

정확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그룹은 위기 당사자, 클라이언트사, 변호사, 다른 지원 변호사, 상대방 변호사, 검찰…그리고 맨 마지막이 위기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다. (아쉬운 부분)

일단 많은 부분 논의의 시작을 부정(deny)에서 시작한다.

기자회견이나 대응 액션들에 대해 ‘무얼 하자 또는 하지 말자’하는 데는 의견을 모으는데 “언제 어떻게 하자” 또는 “누가 하자”하는 데까지는 의견 일치가 좀 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의견 일치가 있어도 미리 준비 하지 않는다. 특히 기자회견 같은 것을 상당히 간단하게 생각하고 깊이 있고 사려 깊게 준비하지 못한다. 심지어 Q&A를 하지 않고 일방적인 발표문 낭독만을 시도한다.

변호사님들은 시간이 약이라 생각한다.

왜 우리측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기사들을 더 양산해야 하는가 우려한다.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일단 안심시킨다.

여론전에 휘말려보았자 남는 게 없다 조언한다.

상대방의 여론전 시도에 그렇게 흥분하거나 신경 쓰지 말라 주문한다.

클라이언트에게 초기에 대외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흥분된 상태이고 본능적인 것이니 삼가 하라 주문한다.

가능한 부정적인 부분들…즉 사과하거나, 일부 인정을 하거나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대한다.

 

 

대부분 부장급 검,판사 출신이신 변호사님들로부터 여러 가지 배울 점들이 많다. 그 분들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반론을 제기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초이스를 강요하곤 하는데그 과정에서도 그 분들의 포지션과 태도들은 참 본 받을 만 하다. 법률가로서의 전형적인 사고방식들에 대해서도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위의 여러 느낌들 중에서 긍정적인 것들도 있고, 분명 부정적인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신중한 초이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님들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이 클라이언트를 가운데 높고 동시에 이렇게 말하고 회의를 끝냈다.

 

무엇이 맞다 그르다 하는정답은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6월 082008 Tagged with , , 4 Responses

(가상대화)AT THE BLUE HOUSE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가 만났다는 가정을 해보자. 가상대화.
대통령-VIP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CC

VIP: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CC: 요즘 참 맘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VIP: 뭐…소나기를 피하고 있어요. 잘 되겠지요.

CC: 빠른시간내에 효과있는 해결안을 밝히시는 게 가장 급선무겠지요.

VIP: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지요. 또 거의 다 진행했고. 어제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도 걸었었고. 자율규제로 갈꺼니까 기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됬다고 봐요. 또 다음주로 몇몇 인적쇄신 차원에서 진행하면 되겠고…잘될껍니다.

CC: 흠…국민들은 재협상을 원하고 있는데요. 자율협상이라는 것이 그리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인적쇄신도 정치적인 제스츄어 일 뿐 사실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라는 거구요.

VIP: 거…촛불집회하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들을 대표한다고 보지는 않아요. 그 배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요. 그리고 정치라는 것이 대통령이 되어가지고 하나 포지션을 가지고 정리를 해야지, 일부 사람들이 주장한다고 이러 쓸리고 저리 쓸리고 하면 안되는거지요.

CC: 혹시 온라인에서 어떤 여론들이 형성되고 있는지는 알고 계신가요?

VIP: 청와대에도 다 그쪽 여론 듣고 분석하고 있어요. 핵심은 제 스스로가 그 부분들을 그렇게 크게 신뢰 안한다는 거예요. 온라인에서 떠드는 목소리들이 모두 지적인 능력이 성숙된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힘들지요. 초중고생들의 목소리들도 많고…

CC: 밖에 나와서 저렇게 72시간 동안 고생하면서 주장하는 것들이 ‘별로 들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지요?

VIP: 제가 분명히 TIME지와 인터뷰 하면서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어요. 무슨말을 왜 하는지 안다고요. 그래서 그 문제를 다 해결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그만 하라는 거구요.

CC: 재협상을 하시겠다구요?

VIP: 아이참…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했잖아요. 국제관례상으로도 그렇고, 나중에 우리가 입을 보복성 피해도 예상되고..득보다 실이 많으니 않된다는거잖아요? 우리나라가 뭐가 되겠습니까?

CC: 미국 오바바 대선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FTA를 전체 재협상하겠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국가간 통상 협약들을 향후 몇년간 다시 재협상하겠다고 하고 잇는데요? 미국은 할 수 있고, 우리는 안된다는 게 약간 불공평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VIP: 기본적으로 미국을 자극해서 좋을 것은 없지요. 우리도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왔어요.

CC: 그러면,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 께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신가요?

VIP: 참 답답합니다. 제가 분명히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었다 했잖습니까? 목소리를 다 듣고 충분히 알고있다고도 했고요. 제가 왜 국민들의 소리를 안듣겠습니까? 국민들이 원하는 데로 따라 하고도 있어요. 다만 중심을 잡고 국익을 위해 해나가는 거지요.

CC: 그러면, 이 다음에는 크게 해결방안으로 발표하실 것들이 없나요?

VIP: 다음주에 인적쇄신안 발표하면 마무리 안되겠습니까? 소나기는 거의 피해간 것 같은데요.

CC: 인적쇄신이야 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는 거리가 있어서, 국민들이 해결방안으로 받아들이기가 …만약 인적쇄신안 발표하신 뒤에도 계속 집회가 이어지면 어떡 하실 생각이신지요?

VIP: 그 다음부터는 진짜 배경이 의심스러워지는 거지요. 배후에 대한 강력한 대처도 있어야 하겠고. 정권퇴진 운운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봐요.

CC: 그럼 강경진압 중심으로 계속 가실건지요?

VIP: 배후의 성격과 의도에 따라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겠지요.

CC: 혹시 오늘 저녁이라도 직접 시위 장소를 방문하셔서,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호소를 하시면 어떨까요? 국민들은 대통령을 보기 원하고, 같이 이야기 하기 원하니까요…

VIP: 그건 이벤트잖아요. 경호상의 문제도 있고, 90년대초 당시 정원식 총리가 외대에서 봉변 당해 분위기가 반전 된 건 알지만…대통령이 그럴수는 없고. 국민들이 내 진심을 아는게 중요한 거지, 이벤트적인 일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지요.

CC: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대통령의 진심을 커뮤니케이션 하실 방안들을 가지고 계신건지요?

VIP: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듣고 있어요, 이쪽 청와대쪽에도 이렇게 저렇게 홍보 해주겠다고 접근해 오는 자칭 전문가들 많습니다. 그 사람들 한테 이런 저런 이야기들 듣고 있어요. 앞으로 잘되겠지요. 홍보특보 해서 한 20명 정도 더 뽑아 볼 생각도 있고…

CC: 그러면 현 상황에서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씀 이시네요…

VIP: 이제 소나기는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4년 9개월이 남았는데, 국민들에게 원칙을 지켜 나갔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촛불집회 한다고 대통령이 쪼르륵 달려나가고, 그들의 주장에 따라서 국가망신도 자처하고 하면 안된다는 거…정치라는 것이 그렇게 때거리로 주장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거…하나의 본보기로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런류의 쟁위행위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지요.

CC: 커뮤니케이션적인 입장에서는 너무 유연하지 못하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국민들이 대통령의 진심을 몰라 주는 이유를 알고 해결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관계형성입니다. 멀리서 서로 알아 주겠지 하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통하지 않습니다. 정책적 노력에 버금가는 커뮤니케이션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겠습니다.

VIP: 너무 단기적인 시각으로 하나 하나에 과도하게 주목하지 마세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문제도…멀리보고 우직하게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한 1-2년 지나서 나라 경제가 잘되고, 일들이 하나 둘 풀려 나가다 보면 국민들은 다 돌아 옵니다. 노무현 정부를 보세요…정권당시에는 그렇게 욕을 먹다가도, 지나고 나니 좋은 감정들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갈대예요. 그렇게 변화가 많다는 거지요. 그게 100% 이성적이지도 100% 감성적이지도 않기 때문에…정부에서는 확실한 줏대를 가지고 가다듬어야 하는 겁니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정치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이상이예요. 본질이죠.

CC: 네…알겠습니다.

VIP: 예, 열심히 해 봅시다. 잘 되겠지요.

가만히 둘간의 대화를 상상해서 정리 해 보니…뭐…답이 없다. 답이 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