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삼겹살 가격을 몰라 혼쭐이 났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삼겹살 가격을 물으니 ‘모른다’고 대답했고, 전병헌 의원 왈, “지난번 강만수 장관도 삼겹살 가격을 몰라 곤욕을 치렀는데 후임 장관도 역시 모른다고 그러는가. 강 장관하고 윤 장관은 상황이 다르지 않냐”고 묵직하게 꾸짖었다. [노컷뉴스]
어제 9시 뉴스에서도 보도가 될 정도로 이 삼결살 가격은 지속적인 설화의 주제가 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연이어 두분의 장관들께서 삼결살 가격을 모르는 듯 답변을 해서 화살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위의 노컷뉴스 변상욱 기자께서도 기사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지난 번 모시던 장관이 삼겹살 값 때문에 그리 혼쭐이 났으면 설마 같은 문제 한 번 더 내랴 싶더라도 준비를 해 줘야지 모시는 장관 물 먹이려고 작정을 한 건 지… 삼겹살, 자장면, 소주, 이미용료, 목욕탕, 시내버스, 지하철 등 서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요금 10여 가지만 숙지하면 된다. 한 달에 한 번은 장관에게 보고해 주길 바람. [노컷뉴스]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일견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장관들이 삼겹살 값(시장 가격)을 알 턱이 없지 않나? 사실 일선에서 쇼핑을 하는 나도 삼겹살 가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위의 변기자께서도 한근에 만원이 넘어갔다는 사설도 있다고 하셨는데…확실히 모르시는 게 아닐까?
요즘 마트에 가면 삼결살에도 여러가지 종류들이 있다. 100g당 가격을 표시해 놓곤 하는데 도무지 한근이 얼마인지 한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녹차먹인 돼지부터, 상황버섯에, 특수한 돌가루까지 먹이는 특수 삼결살들이 무궁무진하다. 온라인에 들어가 봐도 삼결살은 공산품이 아니다.
아마 장관께서:
“제가 지난 주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가서 확인 했습니다. 100그램당 3500원이더군요. 600g 한근에 그러면 21000원 정도겠군요.”
이렇게 답변했다고 치자.
그러면 해당 의원께서는 그냥 고개를 끄떡이셨을까?
“어디서 그런 가격을 보셨다구요? 압구정 백화점에서 그래요? 장관과 이 정부가 그래서 강부자 내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제가 조사한바로는 충북 영동 3일장에서 삼결살은 한근에 9000원이예요. 장관께서는 그래서 국민 경제를 살필 수 있겠습니까?”
이럴꺼다.
이런 의도된 질의 응답에서 장관이 얼마라고 답변하고 나서 의원과 그게 녹차 돼지냐 인삼 돼지냐 압구정 가격이 기준이냐 당진 지역 가격이 기준이냐 설전을 벌이는 것도 품위는 없다.
미디어 트레이닝에서도 이런류의 질문을 의도된 질문이라고 한다. 의도된 질문은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변의 유무나 정확성 유무에 별로 좌우되지 않는다. 어제 장관께서 전국의 돼지고기 삼겹살 산지 가격과 유통 가격들을 한시간동안 암기하셔서 이야기 해주었더라도 평가는 비슷할꺼였다.
이런 의미없는 질문이 문제인거다.
혹시 어제 질문을 하셨던 의원 전의원께서는 지역구인 노량진 수산시장의 광어 100g이 얼마인지는 아실까? 자연산이던 양식이던 각각 말이다…
P.S. 이전 정몽준 의원에 대한 버스값 질문은 이 보다는 덜 한 유형이다. 버스비야 다양성이 없고, 좀 더 답변하기 쉽고 간단한 부분이니까 70원 답변이 전략적이지는 못한 해프닝이었다는 지적은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