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실행되는 여러 기업들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들을 SS 코치들과 디자인 하면서 시뮬레이션에 있어 ‘컨트롤러’의 더욱 강력한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의사결정그룹을 대상으로 위기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상황 분석, 대응 전략과 포지션 확립, 대응 메시지 개발 등의 프로세스를 거쳐 실제 대응을 지시하는 절차까지를 직접 시뮬레이션 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통 이런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는 최초 아주 마일드 한 시나리오에서 시작해서 극단적인 수준의 시나리오까지 escalating하는 게 묘미다. (실제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보아도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임원들은 대부분 녹초가 되곤 한다)
이번에 SS 코치들이 업그레이드 한 시뮬레이션 방식은 아주 강력하고 좀더 실질적인 주장을 하는 ‘컨트롤러’가 의사결정그룹내에 아예 포함되는 형식이다. 일종의 ‘악역(Evil)’인데…현실적으로 보면 가장 생각을 많이 하는 경영자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치자.
우리 회사 A라는 제품이 갑자기 소비자에게 상해를 입히게 되어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대해 정부와 소비자 단체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대대적인 리콜이 필요하다 전하면서 다른 피해 소비자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점차 논란이 확산됨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회사에 문의를 해오고 있으며, 일부 회사 투자자들은 IR팀에게 이런 논란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듣고 싶어한다.
해당 마일드(?)한 위기 시나리오를 가지고 실제 의사결정그룹(여러 부서 임원들)에게 대응 방안을 구성해 보라고 하면 한 10분 정도 논의를 하다 이런 대략적 결론을 내리곤 한다. “해당 제품 리콜하고, 소비자들에게 사과합시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해 보이고, 아주 간단해 보이는 결과다. 의사결정그룹에 속한 임원들은 이런 결정을 만장일치(?)로 내리고 아주 여유만만(!)하게 대응 메시지를 구성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문제라는 거다. 실제 현실 속에서 이렇게 아주 간단히 리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거다. 시뮬레이션은 현실과 다르거나 관계가 없으면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의사결정 과정상 강력한 (훈련받은)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보통 고도로 훈련 받은 시니어 코치가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데 해당 컨트롤러가 의사결정그룹에 속해서 계속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제시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마케팅 부사장께서 리콜을 주장하시는데, 생산측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생산측에서는 이번 리콜의 원인을 생산상의 품질관리 부실로 정의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 제가 알기로는 올해 생산 부문 KPI에 품질관리와 생산량이 아주 타이트하게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생산측의 대응안이나 복안이 있습니까?
- 기획에서는 만약 리콜을 결정한다면 리콜 관련 손실을 어느 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까? 올해 저희 회사 목표를 갈 수 있을까요?
- 그럼 이번 사건은 누가 책임을 주로 져야 할 것이라 봅니까? 저(CEO)는 절대 책임지지 않겠습니다.
- 사내에서 어떤 예산을 가지고 해당 리콜을 진행 할 것입니까?
- 이번 건을 가지고 보험사측에서는 우리에게 어떤 입장입니까?
- 이런 배경을 가지고 저는 절대 이번 리콜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좀더 다른 대응 전략이 없을까요? 리콜은 절대 안 된다고 보는데…
이런 여러 실질적인 컨트롤을 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해당 부문 임원들이 더욱더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고, 현실과 비슷한 입장에서 의사결정에 있어 실제적 토론이 진행된다.
가장 멋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모든 의사결정 그룹내 임원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고, 고성이 오가고, 속을 태우면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남에게 미루는 것이 목격될 때가 아닐까? CEO의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결정과 입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실행하는 모습이 바로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일 것이다.
현실을 실제로 경험해 보아야…해답과 공감이 나온다. 경험에 의한 진리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