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 뉴스추적에서 의료분쟁과 관련 된 몇 사례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았다. 피해 환자들의 주장과 병원측의 주장들을 구경하면서 ‘이런 사례에서는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최선일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라서 생각할 꺼리들이 많다고 본다.
정직하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항상 정직하라는 원칙이 앞 부분에 온다. 정직하라는 이야기는 조직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충고다. 거짓말은 항상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 병원측에게 단순히 “정직하라” 코칭을 한다면 100% 수용하는 병원들이 몇이나 있을까? 병원측 인사들 중 한분이 이야기 한 것 처럼 ‘병원은 공공기관’이다. 정직함이 개인 정서의 차원이 아니라 공적인 집단에 대한 이야기 일 때 과연 스스로 정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항상 의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실무자들은 이해할 줄로 안다)
공감하라?
타겟 오디언스가 누군가? 피해 가족이다. 그 다음은 어떤 사람들인가? 주변지역 공중들이다. 이 둘간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인 포지션들이 있다. 병원측에서는 피해 가족과 100% 공감할 수 있을까? 미치도록 분해하고 억울해하고 서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에 죽을 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 뉴스추적 프로그램에서 한 협회 의사분이 하신 말씀처럼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표현하려 해도 자칫 그 메시지가 잘 못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인데 인간적인 공감이 실제로 가능할까 말이다.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슴아프고,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느끼는 것과 표현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분명.
잘 못했다면 책임을 인정해라?
의사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실수 또는 잘못을 인정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더라도 조직인 병원과 완전히 분리된 책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 한 인간의 생명을 달리한 책임을 100% 오픈된 마음으로 떠 안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힘들게 의사가 된 자신이 이렇게 한번의 사건으로 인생이 바뀌게 된다면 나서서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초기에 관리하라?
피해 환자의 남편이 하소연으로 올린 온라인상의 글들이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고 병원측을 향한 비판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병원측은 과연 초기에 개입해서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가? 일부 병원측은 피해자 가족의 이러한 온라인 글들을 법적으로 차단시키는 1.0적인 대응을 했는데 과연 이 방식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초기에 관리를 한다면 어떤식으로 대화에 참여 또는 근접 모니터링해야 할까? 최초에 근접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추이를 본다면 과연 언제 정도에는 개입을 해야 하는가? 정답이 있을까?
Litigation Communication의 포지션을 고수해라?
방어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법정에서의 결과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하라고 하는데 그 법정으로 가기전에 이미 판결이 나버리는 여론의 법정에서는 병원에서 어떤 포지션을 가져야 할까? 앞에서 말한 정직하고, 공감하고, 책임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큰데 계속 low profile로 일관해야 할 것인가? 겉으로는 공식적이고 방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수면하에서 피해 가족들과의 대화와 타협을 시도해야 하는건가?
최고 책임자가 나서라?
이런 경우에는 누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사건의 심각성으로 병원 원장이 직접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옳을까? 병원을 대표해 대변인의 자격으로 변호사나 홍보담당자가 나서야 하는가? 아니면 직접 집도를 한 해당 의사가 나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최고 책임자가 나서라는 이야기를 보면 병원 원장께서 직접 오너십을 가지고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건데…실제 병원들 중에서 원장이 직접 위기관리를 수행하는 곳이 존재할까? 가능하긴 할까?
인간적이 되라?
병원측이 이러한 사건에서 인간화 한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공감을 표현하라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닐텐데…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라는 의미도 아니고. 더 나아가서 인간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번 이렇게 인간적인 태도를 견지하다 보면 병원 자체의 존립에도 문제가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인간의 생명이 병원의 존립보다는 중요하지만 말이다…
정답은 없다. 단 조금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방식 그리고 실행만이 있을 수 있다. 지금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식 보다는 조금 더 나은 방식 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다음번 유사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위기를 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거다.
위기 관리는 1+1=2인 수학이 아닌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