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침묵

10월 102008 Tagged with , , , , , 5 Responses

Insights from Media Training

이번 한 달간은 매주 1회 이상의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어제도 클라이언트를 위해 full day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많은 새로운 insight들을 얻었다. 그 중 몇 개를 나누어 공유할까 한다.

(질문)

언론과 인터뷰 할 때 침묵할 때는 침묵하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노코멘트는 절대 안 된다 하시네요. 침묵과 노코멘트는 뭐가 다른 건지요…약간 헷갈립니다.

(답변)

먼저 침묵할 때는 침묵하라 했는데, 그 부분은 ‘물리적인 침묵’이 아니라 ‘화자에게 불필요한 (그러나 언론에게는 일부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의 이재용 전무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입장 할 때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들에 묵묵히 입을 열지 않고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진행 중인 조사나 소송 건에 대해 그 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불필요하게 기자들에게 ‘조미료’ 성격의 답변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자들이 몰려와 “최초로 강도있는 검찰 조사를 받으셨는데, 느낌이 어떠셨습니까? 한 말씀 해주시지요”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시다. 이 전무가 만약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녁으로 먹은 자장면이 소화가 안 될 정도였죠…” 이런식의 답변을 한다고 가정해보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필요한 헤드라인이 흥미성으로 달리고 기사가 커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침묵은 단순한 물리적 침묵 이기 보다는 불필요한 기사용 조미료를 제공하지 않을 테니 양해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홍보팀과 사전에 기자들과 배려에 대한 교감이 있기도 했었을겁니다.

기자의 질문이 사실에 대한 확인 차원으로 기사를 쓸 때 핵심적인 틀을 잡기 위한 것이라면 그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경우 물리적으로 침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을 맞아 모 회사가 야심 차게 출시한 신제품 맥주가 있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기자가 여름철 막바지에 그 맥주회사 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합니다. “사장님, 지난봄에 이번 여름시즌을 겨냥해 출시하신 OOO 맥주의 올 여름 판매는 어땠습니까? 성공하셨나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질문에 ‘물리적 침묵’을 한다. 사장님이 입을 안 열고 책상을 내려다보면서 눈만 깜빡이고 있다…하면 이게 어떻게 해석이 될까요.

당연히 ‘그 제품은 실패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겁니다. 엄밀히 말해서 노 코멘트도 ‘물리적 침묵’과는 다릅니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냥 ‘노 코멘트’라고 말하는 커뮤니케이터는 전략적인 목적 때문에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이고…일반적인 커뮤니케이터들의 경우에는 좀 더 완곡한 표현으로 사실상 노 코멘트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 “해당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죄송합니다.”
  • “현재 상황에서 그와 관련해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 “죄송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제가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 “그와 관련 한 이슈는 제 분야 이외의 것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듯합니다.”

이런 방식과 표현으로 보통 노 코멘트를 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단순한 물리적 침묵은 진정한 침묵이 아닙니다. 전략적 침묵은 불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 것입니다. 노 코멘트 또한 단순한 물리적 침묵으로 비춰지게 되면 문제가 있으니 그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답변에 대한 완곡한 거절과 그에 대한 논리적인 합당한 이유가 제시되는 것이 바로 결과적으로 전략적 노 코멘트인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적 노 코멘트는 필요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