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

5월 302012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전 위기관리,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고리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연합뉴스, 2012. 5. 30.]

오랫만에 위의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위기관리 시스템 관련 인사이트를 정리 해 본다.

1. 지침서(매뉴얼)에는 이를 위반할 때 가해지는 명확한 불이익을 조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운영기술지침서상 비상발전기를 즉시 수리해야 함에도 이들은 2월13일부터 예정된 정기점검때까지 고장상태를 방치했다.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정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일반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강제조항’이 부족하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참고서일 뿐 중요한 법전이 아닌 형식의 매뉴얼이다. 강제 조항 또는 사후 처벌규정이 없는 매뉴얼은 일반 사용설명서와 다름이 없다.

2.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사내에서 다시 규정해야 한다

이번 케이스에서 이 ‘강제조항’의 부재 보다 더 문제인 것은 매뉴얼에서는 ‘즉시 수리’를 명령하면서도, 담당자들은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담당자들의 자세의 문제로만 한정할 수 없다. 조직 전반적으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 조직 전반이 정의하는 ‘위기’라는 것이 ‘원전사고로 인한 인류 재앙’인 것인지 ‘고장이나 사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인지 확실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모든 조직원들은 위기시 자신에게 가장 큰 위기를 ‘인사상 불이익’으로 본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정전사고 당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사고 발생시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보고 인사상 불이익 등을 두려워해 보고를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심지어 화사가 망하거나, 브랜드가 망가지거나, 매출이 고꾸라지거나, 소비자들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일단 조직내에서 조직원들이 정해진 방향대로 원할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라도 일단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난 망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아무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 또한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반복적으로 고민해 체계를 개선 해야 한다.


4. 위기 모니터링에 있어 수집(collecting)이나 감지(sensing)나 바라보고 있기(observing)이 곧 모니터링은 아니다. 위기 모니터링은 ‘위사결정 실행’을 전제로 한다. 의사결정으로 연결되고 실행되지 않는 수집, 감지, 바라보고 있기는 오히려 가장 위험한 관리 방식이다.

아톰 케어 시스템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호기별로 원자로 온도, 전력공급상태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비상시 경보발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평소에 항상 ‘Why not? (왜 그러면 안되는 건가?)’와 ‘What if? (만약에 그렇게 되면?)에 대한 생각을 세부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아톰 케어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경보발령 시스템과 연동 시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왜 그러면 안되는 거였을까? 만약에 연동시켜 둔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이 발생될까? 그것이 유익한 것일까? 유해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5. 이 기사에서는 해당 원전 관리 주체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아서’라고 기술했지만, 상황적 맥락을 보면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도 적절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검찰은 고리1호기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만 267가지이며 당시 정전으로 전원공급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저장돼
있으나,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는 않아 사고 발생 사실을 당시 바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루어 지지 않아도 일정 시간 이후에 왜 적절한 모니터링이 되지 않았는지가 문제다. 모니터링을 해 의사결정에 연결했는데도 ‘침묵과 모면’이라는 의사결정이 내부적으로 결론지어졌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이 기사를 중심으로 해당 케이스를 바라보면 아주 심각한 위기관리 체계상 문제가 존재한다. 원전관련 위기관리 철학과 위기에 대한 조직의 정의, 조직원들을 제대로 행동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 체계,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대응 방식 문제와 여러 현실적 제한들, 모니터링 및 경보 체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의사결정 체계, 은폐나 모면에 대한 내부 규정 등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다.

해당 조직에서는 이 케이스는 ‘흔히 발생하지 않는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황들이 우연히 한꺼번에 발생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운이 나빴을 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블랙스완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빨리 문제를 규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절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위기란 그렇다.

P.S. 뇌 수술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없다.

6월 12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공기관은 공기관다워야 한다 : 병무청과 경찰청 케이스

최근 병무청과 경찰청이 현 시국과 관련 하여 특이한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해프닝의 수준이나 그 대응 메시지에 있어서 참 민망하기 그지 없다. 자세하게 들여다 보자.

“등록금, 군복무로 해결” 병무청 문자 논란 [MBC]

이 해프닝에서 병무청의 공식 입장을 보자.

병무청은 “평소 목돈 마련 기회라는 문구로 유급지원병 제도를 홍보하고 있는데, 실무자가 이슈에 맞춰 문구를 바꾸다 이같은 일이 생겼다”고 해명했습니다. [MBC]

병무청은 “평소 목돈 마련 기회라는 문구로 유급지원병 제도를 홍보하고 있는데, 실무자가 이슈에 맞춰 문구를 바꾸다 이같은 일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서울신문NTN]

병무청은 “문자메시지 발송은 병 의무복무기간 만료 후 하사로 6-18개월 연장복무하며 하사 임용시부터 월 120-180만원 수준의 보수를 받는 유급지원병의 복무 특성을 강조하고자 하였으나 안내 문구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였다”라며 “앞으로 유급지원병 등 현역병 모집안내를 위한 문자 발송시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라고 전했다. [한경닷텀btn뉴스]


경찰 “촛불집회 말고 불법집회로 방송하라” 보도지침 논란 [경향신문]

이 해프닝에서 경찰청의 공식 입장은 어떤가?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교통정보센터 관계자가 리포터들에게 개인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메모”라며 “용어 선택은 리포터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서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문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한대련등 등록금 관련 불법 집회’라는 용어로 합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리포터가 방송하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등록금 집회를 표현하는 용어가 리포터마다 다르게 쓰여서 통일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교통정보센터 관계자가 리포터들에 개인적 의견을 전달한 메모”라며, “용어 선택은 리포터들이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


특이한 해프닝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조직들은꼬리자르기를 시도한다. 위의 두 케이스에서도 여지없이실무자또는개인적으로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직의 공식 입장이기 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전달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오디언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공감이나 이해가 가능하지도 않는 메시지다. 조직은 항상 위기시 조직 중심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스스로 이게 최선이라 생각하는 데, 그들을 뺀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최선이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조직이 아무리 크고, 조직에 아무리 많은 개인들이 소속되어 있어도, 그 조직의 이름을 걸고 그 소속원이 전달하는 모든 메시지는 그 조직을 대변하는 메시지다. 스스로 아니라 해도 소용이 없다. 오디언스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소속원이 말단 직원이라도 그 메시지는 조직의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과 트레이닝이 필요한 거다. 꼬리 자르기상처투성이 생존은 가능하겠지만 유효하지 않다.

 

두 번째 경찰청의 메시지에는 논리적인 오류도 있다. ‘리포터가 방송하는 것을 강제할 수 없다면서 리포터는 uncontrollable한 존재들이라 주장하다가, 뒷부분을 보면통일할 필요성이 있다‘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 주장 한다. Uncontrollable한 대상에 대한 더욱 고압적인 느낌의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이 것이 경찰청 생각의 기저라면 분명 문제다.

 

참 특이한 해프닝들이다. 이상의 두 케이스를 보면 혹시 공기관에서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기업들의 아주 조악한 기법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든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공기관이 노이즈 마케팅을 하면 국민이 괴롭다. 공기관의 생존목적을 해하는 짓이다.

 

 

공기관은 공기관다워야 한다.

 



 




2월 282009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위기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

기업이나 조직원들 사니에서 공통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멘탈리티를 한번 살펴보자. 특히 위기에 취약한 기업들이 가지는 멘탈리티들이다.

재발하기야 하겠어?
기업에게 사실 새롭고 처음인 위기는 흔치 않다. 제품불량논란, 유해성분함유논란, 이물질, CEO 및 직원부정, 마케팅 및 프로모션 논란, 회사의 위법행위, 경영 및 브랜드 관련 루머, 서비스사이트다운, 소비자개인정보유출, 대형소송, M&A, 공장 및 사업장 화재, 폭발, 유해물질누출, 생산시설이나 유통과정에서의 환경오염, NGO들과의 갈등, 탈세 혐의 및 공정법 위반 혐의, 사내 경영권 분쟁, 핵심기술유출, 극단적인 소비자 불만 표시 행위, 제품에 의한 소비자 상해, 사내 성폭력 및 성희롱, 사내 불륜, 사내 폭행, 심각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 등의 위기들이 재발하지 마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만약에(what if) 이번과 같은 위기가 다시 발생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대응이 가능할 것인가 생각하고 대비하는 회사들은 사실 적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야 하겠어?
경쟁사나 타업종 회사들의 위기를 바라보면서 안도하거나, 구경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안된다. 그러한 사례들을 심도있게 관찰 분석해 만약(what if) 우리 회사에 저와 같은 위기가 발생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세부적 프로세스 마인드를 가지고 디자인 & 시뮬레이션 해 볼 필요가 있다.  

자주 있는 일인데 뭘
이물질 논란이나 제품불량 그리고 유해성분함유논란등에 대해 너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차라리 폄하 받는 위기요소들이 있을 수도 있다. 또 발생했어? 그냥 예전 하던대로 대응하자 하는 마음이 문제다. 위기 요소 진단을 할 때도 흔히 이런 자주 발생하면서 조직에 큰 임팩트가 없었던(!) 요소들은 주요관심 요소 카테고리에서 벗어나곤 한다. 하지만, 잦은매가 무섭다. 자주 발생할 수록 미연에 개선하기는 좀더 단순한 경우가 많다.

일어나 봤자지 뭐
그런일은 위기도 아니다. 별 것 아니다. 이 또한 문제다. 모든 위기는 항상 최악의 케이스를 보고 핸들링해야 한다. 지금은 별 것이 아닌 것 같아도 큰 것이 되어 돌아오는 위기 사례들은 흔하다. 항상 목격되는 사소함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어떻게 안되겠어?
희망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아무 대응 방안에 대한 준비나 훈련 없이 어떻게 될 것이라 믿는 것은 희망도 사실 아니다. 아무 플랜도 없고, 세부적인 대안도 없이 위기는 관리 불가능이다.

일어나면 끝장이지 뭐
체념이다. 매우 위험한 멘탈리티다. 이 정도면 회사의 경영이나 비지니스가 힘들다. 하루가 아슬아슬하다. 위기 요소 진단을 할 때 가장 핵심적인 카테고리안에 이런류의 위기가 위치한다. 조직원들에게 그런 위기요소에 대해 이슈를 일으키고, 최선의 대응방안 제시를 요청하면 일부분에는 체념이 담겨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 정도까지 큰 일이 벌어지면 뭐 회사가 남아 있겠어?하는 것이다. 최악의 위기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  

일어나라고 그래
이건 체념을 넘어 배짱이다. 어짜피 회사로서 잃을 것이 더 이상 없을 수준이라는 전제다. 위기관리 마인드 중에는 해당하지 않는 멘탈리티다. 상식적으로 회사의 조직원들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은아니다.  

특히 이런 멘탈리티들 중 하나라도 CEO들이나 임원분들이 평소 가지고 계시면 불행하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