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4월 272008 Tagged with , , , , , 5 Responses

광우병 주변의 추억과 생각…

AE 한명이 점심을 먹다가 말했다. “미국 사람들은 거의 미국 소고기를 먹지 않는데요. 걔네들도 호주나 뉴질랜드산을 먹는다 던데요? 위험해서 미국산 소고기는 거의 수출하고, 가난한 미국 사람들만 미국 소고기를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신문을 보거나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 저기서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치 ‘광우병’ 처럼 돌아 다닌다. 그 중에는 과학적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설명해 놓은 글들도 있고, 또 상당히 정치적인 견해를 올려 놓은 글들도 있다.

블로그스피어에서는 다양한 담론들이 자유롭게 토론되고 쌍방향 피드백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즐겁게 읽고 있다. 각자 나름대로 스토리들이 있지만…거의 ‘광우병’을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뉴욕에서 의사하기 블로그를 운영하시고 계시는 고수민님이 광우병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내가 댓글에도 달아 놓았지만…미국 체류시절 가난한 유학생인 나에게 고향의 향수인 설렁탕과 곰탕 그리고 곱창 전골은 한번은 먹고 싶은 그리운 음식이었다. 뉴욕 맨하튼 중심가 한성의 곱창전골, 원조와 뉴욕곰탕 그리고 감미옥의 설렁탕은 마치 내가 잠시 한국에 와 있는 듯 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시에는 너무나 가난했지만…돈을 아껴 아내와 두돌짜리 아이를 데리고 먹었던 그 뚝배기의 뽀얀 국물은 지금은 그리운 추억이다.

뉴욕의 동네 슈퍼마켓인 Edward의 식육코너에 카트를 몰고가서 아내와 큰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내려다보면서 한국 가격과 비교를 해 보던 생각이 난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휴일에 딱히 할일이 없던 우리는 휴일 기분을 낸다고 아파트 오븐에다가 스테이크용 소고기 덩어리 3개를 넣고…그 고기가 익을동안 감자를 삶고…12불짜리 와인을 따면서…저 멀리 허드슨강쪽에서 터지는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들을 바라보기도 했었다.

태리타운을 지나 이름 모르는 큰 강가 공원에 가서 교회 사람들과 갈아놓은 소고기 햄버거 패티를 하루종일 구워 먹던 추억도 있다.

브롱스의 밴코트랜드파크에 뉴욕필하모닉의 무료 콘서트를 구경가..석양에 돗자리를 깔고 당시 세살짜리 딸과 아내가 비스듬히 누운채 공원앞 버거킹 햄버거 세트를 먹으며 뉴욕필을 감상한 기억도 난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비싼 음식’이라고 하셔서 일반인들은 집에서 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인 줄 알았던 소꼬리가 널려져 있는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어떻게 그걸 요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다가 한국산 갈비양념에 재어 찜을 하던 생각도 난다.

나와 아내 그리고 어린 딸의 미국생활에서 소고기는 바로 멋진(폼나는) 식생활이자 추억 만들기였다. 이제 그 미국의 소고기를 한국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근데 문제가 있단다. 나쁜 병에 걸릴수 있단다. 참 난감한 문제다.

조선일보에 25일자 시론을 쓴 서강대학교 허윤 교수의 삼겹살, 쇠고기, 그리고 광우병 에도 많이 공감한다. 이런 중립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으면 한다. 무조건 미국산 소고기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무책임하거나 과장된 두려움’을 조장하지는 말자. 또 ‘무책임하게 광우병을 무심하게 대하지도 말자’ 일부에서 보이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몰아치기 위해 떠들지도 말자. 정치적으로 방어를 하기 위해 억지를 쓰지도 말자.

경제 논리와 국민건강에 관한 논리를 서로 분리하자. 예전 일본은 미국쌀을 먹으면 코가 자라 코가 커진다고 미국 쌀의 소비를 껴렸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같은 세상에서 이런 ‘과장된 감정적 접근’은 그 효과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또 감정적으로 두려움만 증폭되어 마구 떠들다보면…시간이 지나 그 목소리가 제풀에 잦아들때 정작 정부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안도하면서 지나가 버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냄비라고 하는것도 이때문이다. 감정은 잦아들게 마련이다. 이성 보다 단명한다)

모두 이성적으로 무엇이 과학적인 사실인지, 그리고 우리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찌, 어떻게 관리를 하고, 계몽을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욱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음모 이론이나, 미국에 대한 비상식적 반감, 약자라고 느끼는 괜한 설움…이런 것은 좀 발라내자. 이런 부속들이 마치 소고기에서 광우병을 일으키는 그 위험한 부속과 뭐가 틀리나 말이다.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토론하고, 또 관리하자. 정부를 좀더 이성적으로 압박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