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척

3월 112008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척(?)에는 유머가 약이다

온화한 최 사장, 신차 발표장서 얼굴 붉힌 까닭은

최 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갈수록 고급차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4~5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 체어맨W다. 우리는 처음부터 국산차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직후 기자들은 최 사장에게 몰려가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단은 뒤늦게 참석한 한 기자가 “일각에서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경쟁할 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서 벌어졌습니다.

순간 최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중복되는 이야기지만 저희는 체어맨W를 국산차와 비교하지 않습니다. 체급이 다릅니다. (현대기아차에서) 판매전략상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체급과 가격대 모두 완전히 차별화돼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모습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쌍용차 직원들도 “최 사장이 저렇게 흥분해서 얘기하는 건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흥미로운 케이스 스터디다. 온화한 성격의 쌍용자동차 최사장님께서 발끈하셨다는 내용의 기자수첩인데..직업병 처럼 여기서 우리는 key learning 하나를 끄집어 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 같은 질문을 약간씩 다른 표현으로 반복하는 것은 기자들의 인터뷰 기술 101이다. 혹시 예전에 해적선장의 장난감 머리를 꽂아 놓은 술통에 조그마한 플라스틱 칼들을 이러저리 둘러 꼽는 장난감<좌측 사진 참고>을 기억하나? 그렇게 기자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인터뷰이의 반응을 살핀다. 특히나 다른기자가 한 질문도 뻔뻔하게 모르는 척 다시한번 할 수 있어야 기자다. 가끔 이런 전략적 미친척(?)이 예상치 않은 반응을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장님은 반복되는 질문에 잠깐 페이스를 잃으신 것 같다.

2. 답변에 짜증이 날 수록 유머를 사용 할 것
말이 쉽겠지만 유머라는 것이 편안한 상태에서도 나오기 힘들고 또 한번 섯불리 입을 떼었다가 썰렁한 분위기 만들기 쉽상이라 함부로 권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짜증이 많이 날수록 유머를 사용해 얼버무리는 것이 보기도 좋고, 분위기에도 좋다. 만약 여기서 사장님이 이렇게 답변했으면 어땠을까?  

기자의 질문: “일각에서 현대차의 제네시스랑 경쟁할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장님의 답변: “그럼 그 일각만 그렇게 생각하도록 놔두시지요… 🙂 “

3. 자동차 업계에서는 보통 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큰 화두이곤 한다. 신차가 나오면 그 급이 기존의 다른 어떤 모델들과 비슷한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위 기자들의 질문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항상 반복되는 표준질문들이다. 예전에 모 수입차의 Expected Q&A를 보면 이런 비슷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변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다.

기자의 예상 질문: “이번 신차는 기존 어떤 모델들과 경쟁합니까?”

제시답변: “저희는 오직 소비자와 경쟁합니다.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우리 소비자들의 취향을 어떻게 파악하고 발빠르게 맞추어 나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약간 얌통머리 없다. 하지만, 곰곰히 씹어 볼 수록 의미가 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서 경쟁사를 먹이는 한방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