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내 성질이 급하다고들 한다. 내 스스로의 생각도 그렇고
직원들과 다른 동료 선후배들의 평가도 그렇다. 이메일이나 웬만한 문서는 그냥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일해야지 하고 하루 이틀 썩히면 좀이 쑤셔서 더 고통스럽다.
대행사에서 임원을 할 때는 여러 AE들을 밤낮으로 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나 한다. 이메일 답변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AE의 책상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바빠 휴대전화를 걸어 받지 않으면 ‘당신은 파업 중이야?’했다. 어제
맡긴 제안서에 가닥이 잡히지 않았으면 회의실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왜 시간을 팔아 일하는 AE들에게 제안서가 수일에 걸쳐 만들어야 하는 노동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런던과 일하고, 뉴욕과 일하고, 일본과
일하고, 홍콩과 일하고, 가끔씩은 베트남이나 대만과 일을
한다. 하지만, 이들과의 이메일이나 전화통화가 우리의 삼성동과
을지로 그리고 수서의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과 다르거나 느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파는 AE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과 생각 때문에 같이 일하는 선수들을 당연히 곤욕이다. 제기랄
어떤 사장은 이메일을 하루 한번 열어보기도 한다는데, 누구는 메신저도 못하시는데, 저 양반은 그 흔한 사우나나 스포츠마사지도 안받아서 전화는 항상 온이어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일이 있으면 토요일 새벽이나 일요일 저녁이라도 뚝딱 해치워서 시차가 다른 뉴욕에 날리고 잠 들어야 하니 고달플
꺼다. 그 놈의 ‘뚝딱’이
부담이 되기도 할 거다. 항상 사무실에 ‘빨리 빨리 해서
보냅시다‘…하는 소리 듣기 싫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같이 힘들어야 클라이언트가 행복하다. 그렇게 하니 뉴욕이나
홍콩이나 일본에서 까지 연락이 오고 같이 일을 하자 한다. 으레 히 한국…하면 멀리 있고 시차와 언어도 틀리니 어느 정도 기대치가 낮겠지만 그런 기대치에만 맞추면 안 되는 거다. 국내에서 보다 더 빠르고 정확해야 살아 남는 거다.
최근 몇몇 해외 파트너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몇 개 에이전시들을 리뷰
했는데 너희가 가장 잘한다(excellent) 여러 명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는데 혹시 우리 일을
맡아줄 수 있겠니?’하는 이메일들을 보내왔다. 회사 선수들과
이런 이메일들을 받아 보면서 같이 기뻐한다.
그런 기쁨은 고통 때문에 오는 거다.
그리고…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CEO인 나의 성질이 나빠서다. 급한 이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빛의 속력으로 날고 있는 우리 선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