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해당 사건이 보도된 싯점이 2013년 1월 28일 오후 늦게(5시 이후)여서 다른 사고와 달리 상당히 특이하다 생각했었다. 사건 최초 발생 싯점이 20여 시간 이전이었다는 후속 보도를 보고 든 첫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케이스를 보면 다음과 같은 현장상황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27일 오후 1시 31분 불산 탱크 배관 누출 확인 : 소량의 불산 유출27일 오후 11시 38분 STI 직원들의 수리 시작28일 오전 2시 12분 밸브교체작업 완료28일 오전 4시 46분 불산 유출 재발생28일 오전 5시 40분 불산 중화작업, 세척 추가 완료28일 오전 7시 30분 STI 직원 1인 병원 후송28일 오후 1시 30분 병원 후송 된 STI 직원 사망28일 오후 2시 42분 삼성전자-경기도에 사고 통보28일 오후 3시 30분 경기도 등 관계당국 현장조사 개시
많은 언론들과 국민들이 유추하듯 최초부터 해당 기업이 ‘사고 내용을 은폐’하려 했었던 것으로 보이기 보다는 ‘늑장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정확한 표현 같다.
불산이 샌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지난달 27일 오후 2시.하청업체는 3차례나 빨리 밸브를 교체해야 한다고 알렸지만, 삼성은 첫 보고를 받은지 9시간이나 지나 작업을 승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오작동 또는 고장 등에 대해서까지 감지사항을 세세하게 위기관리팀(삼성전자의 시스템에서는 어떻게 명칭하는지 모르겠다)에게 보고 공유하는 기업들은 흔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위기관리팀 자체가 부하가 걸리게 되어 정상적 의사결정이 오히려 어려워 진다.
시계열로 분석 해 보면 화성공장이나 삼성전자 ‘위기관리팀’에 해당 상황이 정확하게 공유된 것은 아마 늦어도 28일 오전 7시 30분 안팍이 아니었나 한다. 하청업체 직원의 피해 가능성이 인지되면서 일선 작업그룹은 해당 사실을 사내 위기관리팀에 공유했을 것이다.
오전 7시 30분부터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한 오후 1시 30분 동안에 6시간 동안 해당 위기관리팀이 무엇을 했는지 하는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아 안개 속에 있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그 시간동안에도 해당 사고 사실을 법에 정한대로 관계 당국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위기관리팀에서는 이 기간동안 최악의 상황을 예견하기 보다는 하청 업체 직원이 별반 이상이 없이 치료 가능하거나, 퇴원 조치 된다면 일상적인 오작동 또는 고장 케이스로 해당 사건을 마무리 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이 또한 그리 생산 현장에서는 공개적인 릴리즈 주제가 아니니 일편 이해가 된다.
문제는 오후 1시 30분경 해당 직원이 사망하면서 일상적 고장 사건이 사망 사건, 곧 위기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는 싯점이다. 지난 6시간 동안 최악의 시나리오를 놓고 이에 대한 초기 대응책들이 마련되어 있었을까? 외부에서 볼 때는 별로 그렇게 준비되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직원의 사망과 함께 경찰에게 해당 사실이 공유되고, 경찰측이 소방당국에 해당 사실을 공유하고 나서 이를 감지한 해당 회사는 경기도청에 오후 2시 42분경 사고 사실을 통보했는데, 이 또한 대응이 느렸기 때문이다. 직원 사망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놓았다면 이에 대한 외부 사실 공개는 불보듯 뻔 한 것인데, 결과를 놓고 보면 위기관리팀이 이에 대한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첫번째 골든타임을 놓치다
위기관리팀에게는 직원 사망 시간인 오후 1시 30분부터 경기도청 통보 시간인 오후 2시 45분경까지는 또 다른 1시간 15분이 있었다. 이 1시간 15분을 준비된 채 타이밍을 노린 ‘전략적 시간’으로 해석하느냐, 아니면 ‘대응 준비 소요 시간’으로 보느냐 하는데에서 일반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품질이 가늠된다.하지만 이번 케이스에서는 해당 두가지 옵션이 모두 해당 기업에게 불리하게 해석 될 수 있다.
만약 해당 1시간 15분이, 더 넓히면 오전 7시반부터 7시간 15분의 시간이 ‘전략적 개입 준비 시간’으로 소요되었다면 해당 기업이 어느정도 ‘은폐 또는 지연’의 의지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대응 준비 소요 시간’으로 해당 시간을 소비 했다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역량이 의심스럽거나, 일선 위기관리 실행자들이 아마츄어라고 해석될 수 밖에 없다. – 이는 기업 위기관리에서 반복적이고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딜레마 옵션 ‘악당 vs. 바보’의 옵션이다. [예전 탈크 베이비 파우더 케이스 참조][link updated 2013.2.29. 21:00]
일단 경찰이나 소방당국이 아니라 ‘경기도청’에 늦게라도 통보한 것 자체는 내부적으로 전술적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이시간 이전 또는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위기관리팀이 제 활동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골든타임을 놓치다
하지만, 오후 5시경이 되어 기자들이 해당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기업 커뮤니케이션 부문 측에 최초 사실 확인을 했을 때 당시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사고 관련 정보를 충분하고 정확하게 인지정리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일부 보도들이 있다.
최초 보도 28일 오후 5시 6분 경
vs.
삼성반도체 측은 “사고는 새벽에 일어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부상자는 병원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고 말했다.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누출 1명 사망 4명 부상(1보) -연합뉴스 2013.2.28. 2013-01-28 17:29]
이 최초 멘트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및 정리를 하기 위한 홀딩 스테이트먼트였다고 해도 문제다. 오전 7시 30분 이후부터 오후 5시경에 이르기 까지 10시간 가까운 기간 동안 공식입장문이 정리가 되지 않았고, 사실확인에 근거한 Q&A가 미쳐 개발되지 않았다면 문제다.
이런 경우에는 커뮤니케이션팀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위기관리팀(상위 의사결정기관)의 의사결정이 늦어지거나 혹은 갈팡질팡했거나, 아니면 최초 부터 위기관리팀이나 현장의 정보공유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팀이 누락되었거나 멀어져 있었을 때 발생하는 이상 증상이다.
결국 해당 기업의 공식 입장문은 오후 6시경에 보도되었다. 뉴스 1의 최초 보도를 기준으로 해도 1시간 후다.
보도 내용을 보면 해당 기업이 최초 기자들의 문의 직후부터 최초 공식입장문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리 공식입장문이 작성되어 있었다면 해당 공식입장문은 오후 5시 초부터 보도되었어야 당연하다. 사고관련 브리핑도 28일 오후 7시~7시 30분경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예전 처럼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오후 5시경에는 열렸어야 맞는 활동이었다.
[결론]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9단계를 기반으로 해당 케이스의 초기 대응 활동들을 유추 분석해 보면:
1단계 감지단계 : 이상없음. 초기 대응 진행
2단계 정보 취합 및 분석 단계 : 일선 대응팀들의 일상적인 정보 취합 및 분석, 상황관리 대응 시행
3단계 보고 및 공유 : 이 부분부터 문제 있었던 듯. 위기관리팀에게 언제 최초 해당 사실 전체가 공유 되었는지, 커뮤니케이션팀은 그 공유라인에 처음부터 존재했었는지 의문
4단계 위기관리위원회 의사결정 : 이 부분도 아직 의문 – 일반적으로 준비된 대응이나 개입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 (일부에서 단정하듯 단순 은폐 조작 시도라고 보기에는 현실 상 무리)
5단계 위기관리 실행준비 : 늘 그렇듯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으면 이 단계에서 무리한 골든타임(황금시간)을 잡아 먹음. 이번 케이스에서는 골든타임인 오후 1시 30분~5시 기간을 놓침. (만약 오프라인 마감 시간을 염두에 두고 예전 처럼 의도적으로 타이밍 관리를 했다면 더 큰 문제. 새로운 매체 환경을 이해 못하고 반론권 확보 타이밍을 놓친 셈)
6단계 위기관리실행 : 늦었다.
그러나 실행에 있어 이 회사만의 특유의 경쟁력은 보인다.
[updated 2013.2.29. 21:00]
7단계 위기관리 모니터링 및 관제 :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임
8단계 위기관리위원회 업데이트: 진행 중
9단계 위기관리수정실행 또는 종결: 29일 오후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revised 2013.2.29. 21:00] 사장의 사과문이 배포된 것으로 보아 위기관리 대응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현재 2013년 1월 29일 오후 3시.
정리를 하자면 은폐 의도가 최초 부터 있었다기 보다는 시스템 적으로 병목이나 단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케이션팀의 대응 타이밍을 보면서 그런 해석에 좀더 확신이 든다. 많은 부분이 이 시스템의 문제다. 위기시 기업은 더 이상 하나의 회사가 아니다. 개인들의 집합체가 된다. 이 사람들을 하나로 잇는 것이 시스템인데 그게 그렇게 만들어지기 어렵다.
P.S. 위기관리팀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명에 관한 케이스인데 이런 트릭은 좀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 생각.
(to be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