割鷄焉用牛刀

10월 082010 Tagged with , , 0 Responses

연예인 위기 관리 코칭 : 위기관리에 소잡는 칼을 쓰진 말라

최근 해외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 신모씨와 고의 발치를 통한 병역회피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 M모씨의 위기관리 케이스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자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해당 연예인들의 위기관리가 실패했다(!)는 지적을 한다.

이런 케이스들과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중간에서 구경하면서 한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연예인은 기본적으로 개인이고 기업이 아니다’라는 부분이다. 연예인이 거대한 돈을 번다 해서 연예인 개인이 (사회적 의미의) 기업은 아니다.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는 말은 단순하게 수입과 주변 지원 인력들을 감안해서 하는 말일 뿐)

연예인은 사람, 기업은 조직
일단 연예인은 ‘한 명의 사람’이고, 그가 하는 비즈니스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생산체다. 자신이 죽거나 연예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면 바로 연예인으로서의 생존가치는 사라진다. 따라서 극심한 위기시 연예인들의 위기관리 목표는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된다. 단순하게 들리지만 ‘생존’이 가장 직접적이고 절실한 목표가 된다는 이야기다. – 일부 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에 반해 일반적 기업은 여러 명의 인력들이 모여있고, 여러 사업들을 광범위하게 운영한다. 복수의 생산동력들이 존재하기에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목표는 ‘(중장기적) 지속 가능성’이다. 개인과는 달라 한번의 위기로 사라지게 되는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기업은 어떻게 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계속 성공해 나갈 수 있을까를 위기시 고민한다. 그래서 직접적인 손해나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는 하이 프로파일 전략도 가능하다.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폭과 유형들도 개인인 연예인과 조직인 기업은 그 차원이 다르다. 팬덤과 연예 및 방송관계자들이 연예인 개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다. 기업은 이와 달리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존재한다.

이런 차이들을 확실하게 인정해야 연예인들을 위한 위기관리 코칭이나 조언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이들에게 ‘기업 위기관리’ 기준과 원칙을 함부로 적용하려 하다가는 해당 연예인을 죽일 수 있는 실패한 코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신씨와 M씨는 현재 전략적이다
현재의 신모씨에게 기업 위기관리 전략을 적용하면 어떻게 되나? ‘사회적 책임과 신뢰 회복을 위해 귀국해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부분이 있다면 사죄하라’고 조언을 하는 게 적절할까?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연예인은 기업이 아닌 개인이다)

M씨에게도 기업의 위기관리 원칙을 적용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 것에 사과하고, 투명하게 진실을 이야기하라’는 이야기가 적절하고 현실적인가?

신모씨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 가장 자신에게 유리한 (현실적) 전략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전략적으로 취한 것일 수 있다. 일정 시간 후 핵심팬들이 그를 다시 원하는 시기가 되면 귀국해도 그에게는 늦지 않다. 반대로 급거 귀국해 검찰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 오면 그 국면이 더 큰 위기가 된다.

신씨는 전략적으로 자신의 guilty를 아직 인정하지 않고, 사실확인에 대한 부분도 대부분 ‘?’으로 남겨놓는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일정기간 후 귀국해서 충분하게 나름대로의 진실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으로 상당 부분 신씨에게 유리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M씨 또한 현재 검찰조사에 임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not guilty 포지션과 메시지가 그에게는 유효하다 본다. 실제 검찰조사가 guilty임을 입증하고 처벌을 받더라도, M씨는 지속적으로 not guilty를 주장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서 유리하다.

그래야 나중에 일정 처벌(군대입대 등) 이후 다시 컴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을 수 있다. 지금 M씨가 자신의 기존 포지션을 버리고 유죄를 심각하게 인정해 버리면 컴백의 기회는 극도로 제한된다. (그를 사랑하는 PD들이나 관계자들이 그를 다시 찾을 로직이 없어진다)
잡으려는데 잡는 칼을 필요 없다 (割鷄焉用牛刀)
연예인은 개인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남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그들의 위기관리는 생존만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가 즉, 이전 같지는 못해도 어떻게 연예생활을 가능한 재개할 수 있는가 하는 데 목표를 두는 게 현실적이다.

기업에게 줄 수 있는 코칭이나 사회적 책임감, 투명성, 지속가능성 원칙 등등을 연예인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닭을 잡으려고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