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6편

오너 패밀리 위기관리도 홍보실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오너 회장님의 아드님이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언론에서 그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당연히 회장께서 홍보실이 앞장서 입장문이나 사과문을 내라 하시고, 기자들을 만나 사정하라 하십니다. 사실 이것도 회사 일이니 홍보실이 위기관리 하는게 맞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의 업무 범위를 어디에서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가 하는 논쟁은 일단 접어 두겠습니다. 저의 의견은 기본적으로 외부 의견이며, 내부 상황까지는 알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주십시오. 기본적으로 회사에 재직하지 않는 오너 회장님의 아들이라면 그 분은 회사 업무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회사 법인과 그 개인간에는 법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법인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인을 위해 사내 공식 부서인 비서, 홍보, 법무팀 인력이 움직이고, 시간을 투입하고, 비용을 쓰고, 다양한 추가적 이슈를 생산한다면 이는 법적문제의 소지가 있는 위기관리입니다.

회장님의 아들이 회사에 재직하는 매니저나 임원이라 해도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단, 그 불미스러운 일이 그 아들이 담당한 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는 회사 차원의 위기관리 주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미스러운 일이 아드님의 사적 일탈이나 범법 행위였다면 이는 회사 차원의 관리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차라리 회사에서는 사규를 적용해 인사 조치나 제재를 부여하는 것이 맞습니다.

일부 그룹사에서는 오너 회장의 개인적 문제에 대해 내부 비서, 홍보, 법무실이 예산을 쓰고, 로펌이나 외부 에이전시를 고용해 자문 받는 행위를 배임 행위로 해석하는 곳도 있습니다. 핵심은 위기관리 인력도 마찬가지지만, 예산이 어디에서 지출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오너나 오너의 가족 중 하나가 개인 문제에 휩싸였다면, 기본적으로 그 위기관리는 해당 개인이 고용한 로펌이나 에이전시가 맡는 것이 좀더 법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이혼소송을 위해 개인 자신이 돈을 내 이혼전문 변호사를 고용하는 형식과 똑같습니다.

한 기업에서는 오너의 법적 문제가 사회적으로 까지 논란이 되어 오너께서 곤욕을 치르게 되자, 회사를 통해 오너가 개인적으로 위기관리 에이전시를 고용했습니다. 당연히 그 위기관리 에이전시에게 지불되는 모든 비용은 그 오너의 개인 통장에서 입금되는 방식으로 시종일관 위기관리 서비스가 진행 완료되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좀더 안전한 방식입니다.

오너는 물론 회사 법인과 관련 없는 오너의 가족이 발생시킨 개인의 부정이슈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 홍보실과 외부 에이전시, 그리고 심지어 로펌까지 움직이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서실, 홍보팀, 법무팀에서 각각의 예산이 지출되고, 다양한 비용결재까지 편법으로 진행되게 되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심지어 합의금이나 보상 비용 같은 개인적 금전 지급까지 회사의 공식 예산이나 에이전시를 우회한 방식으로 집행되기까지 합니다.

기업 홍보팀이 오너와 오너 가족의 위기관리에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한 체계는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도 기억하십시오. 회장님께서 원하시고, 어찌 보면 직원으로서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실무자 시각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실무자 스스로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실행하더라도 문제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꼭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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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5편

우리 위기관리 어떻게 보세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난 번 저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서 좀 아시죠?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셨어요? 저희가 적절히 잘 했나요? 아니면 잘 못한 건가요?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들은 그에 실제 대응했던 인하우스 담당자들입니다. 그 위기 시종을 속속 다 알고 있으며 대응방식과 그 과정에서의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들이 직접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 스스로도 지난 자신들의 위기관리가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 누구보다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 접점과 채널을 통해 취합된 반응을 기반으로 1차적으로라도 성패를 분석했을 것입니다. 이후 매출 변화나 주가, 투자자, 거래처 움직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내부에서 취합된 정보들을 통합 분석해 보면, 자사의 지난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질문하신 내용을 보면 자사에서 내부적으로 한 평가와 외부 전문가의 평가 간에 어떤 유사함이나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조언 드리자면, 정확한 외부 평가를 위해서는 소프트 사운딩이나 오딧(audit)을 통해 실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평가를 받아 보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즉, 전문가들의 평가보다 실제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먼저 폭넓게 들어 보시라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언론이나 특정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최근 발발한 A사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위기관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나름의 시각을 이야기하지만, 그 때 마다 ‘저도 잘 모릅니다’하는 이야기를 하고 시작합니다. 그 위기에 대해 당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위기관리팀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평가를 할 때 한두가지의 잘 한 점과 못한 점을 꼽아, 그것을 성패와 연결시켜 이야기합니다. 공통적 한계가 그 부분입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큰 흐름과 그에 따르는 순리라고 볼 때, 드러난 한 두 포인트 만으로 성패를 완전하게 가늠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물론, 케이스 스터디를 통한 아카데믹한 분석 방식에서는 원포인트 분석과 평가가 일부 유효하기도 합니다.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실제 인하우스가 지난 자신들의 위기관리를 평가받기 원할 때라면 원포인트식 평가는 가급적 피하라는 것입니다.

대신 지난 위기 시 의미 있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의미 있는 논리를 주장한 인플루언서나 오피니언 리더를 책임 있는 임원이 찾아가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 시 회사를 힘들게 했던, 규제기관이나 단체 실무자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그렇게 자사를 곤혹스럽게 했던 위기의 원점이라도 경우에 따라 만나 사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사 위기관리팀이 잘 알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사가 그에 대응해서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이해관계자들이 의미 있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진행된 자사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도 그들에게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하시면 답이 나옵니다.

전문가에게 어떤 가를 단순히 묻는 것은 환자가 처음보는 의사에게 나의 건강상태를 말해달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의사도 여러 문진과 조사/검사를 통해야만 환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얼굴만 보고, 또는 지난 이야기만 듣고 건강상태를 유추하지는 못합니다. 위기관리 평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보다 이해관계자에게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문가는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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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4편

모든 게 합법적인데 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건 그저 의혹일 뿐입니다. 저희가 확인해 본 결과 모든 부분이 합법적이에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저희 보고 사과하라 하고, 책임을 지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비합리적이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몇 가지 기본적 이슈 및 위기관리 환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대부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기업의 관점은 절대 아닙니다.

가장 먼저 합법적인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하셨는데, 아닙니다. 합법적이어야 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본 중 기본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별하거나 대단하거나 훌륭한 것이 아닙니다.

합법적으로 행동했다 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도 현실과는 다른 해석입니다. 세상에는 법이라는 최소한의 기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을 지켰다 해도 공중의 감정을 해쳤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구식 관행이 그 기반이 되었다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꼭 법을 안 지켜야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왜 공중이 이번 이슈나 위기 상황에 대해 우리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꾸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빨리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셔야 상황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두번째로, 공중이 비합리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도 않은 채 감정에 의해 상황을 판단하고 회사를 욕한다는 의미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공중은 비합리적입니다. 감정적입니다.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책임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공중은 빨리 잊습니다. 공중은 원래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공중이 문제다? 공중이 마치 동물처럼 우둔하니 자각해야 한다?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역사적으로도 그렇게 존재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수(constant, 常數)로 보아야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전 대항해 시절에도 무역풍을 문제라 하고 무역풍의 방향을 억지로 바꾸어 보려 했던 사람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무역풍을 거슬러 내 나름대로 배를 몰아 보겠다 무모하게 먼 길을 떠나는 선장은 없었을 것입니다. 노련한 선장과 뱃사람들은 무역풍을 그대로 이해하고 오히려 활용했을 뿐입니다.

공중은 원래 비합리적이다는 것을 그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 시 필요하다면 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더욱 더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고, 더욱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을 문제라 하기 보다는 그 감정을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공중은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만 하기 보다는 그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현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 나은 방법입니다. 공중이 빨리 잊는 것이 차라리 우리 회사에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상책입니다.

역사상으로 얼마나 많은 케이스가 합법적이었음에도 이슈관리에 실패했는지 모릅니다. 공중의 비합리성과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였습니다. 공중에 스스로를 맞추어 활용하는 것을 창피해 하거나, 저급한 방식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이 더 창피한 것입니다. 그런 이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 상황을 관리할 적절한 자격이 없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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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3편

일단 입장문을 내고 볼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금 너무 시끄럽게 된 상태인데요. 이런 상황이니 일단 회사의 입장문을 내고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본사나 대표이사님과 같이 입장을 정리하기 힘들 것 같아 일단 실무자들이 만들어 입장문을 내려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런 필요성을 느끼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무언가 이야기 하라는 내외부적인 압력을 계속 견뎌 내기는 참 힘들죠. 내부에서는 여러 명이 분주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도통 정신이 없는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회사가 아주 한가하게 입 닫고 돌아 앉아 있다는 느낌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우려되는 문제는 해당 입장문이 내부적으로 공식 확인을 득한 것이 아닌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본사나 대표이사로부터 공식 확인을 득하지 않고 입장문을 발표한다 해서 입장문에 ‘본 입장문은 실무자들의 의견일 뿐, 본사나 대표이사의 확인을 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명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단 입장문이 발표되면 그 입장문 단어 하나 표현 한 줄은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인정 받게 됩니다. 운이 좋아 그 입장문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면 모르겠지만, 또 다른 비판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질 것입니다.

그 때 가서 ‘사실 이전 입장문은 저희 회사 공식 입장은 아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의 상황이 되 버리는 것이죠. 그때 가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이전 입장문을 준비할 때 본사나 대표이사는 왜 관여하지 않았는가?” 같은 질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욱 더 난감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모든 공식 입장문은 본사나 대표이사의 확인을 정확하게 득한 것이어야 합니다. 본사나 대표이사가 아무리 정신 없고 바빠 구체적인 검토가 불가능할지라도, 외부로 나갈 공식 입장문은 실무자들이 나서 최대한 꼼꼼하게 검토 받고 확인 받아야만 합니다.

한번 뱉은 말은 거두어 들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제된 공식입장문에 대해 미처 검토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간과했다.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변명은 제대로 된 변명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의 위기관리 의지나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추가적인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위기를 맞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모두가 정신을 가다듬고 정확하게 구성된 전략적 입장문을 함께 만들어 내는 노력은 위기관리에 있어 기본 중 기본입니다.

바쁘시다. 한국에 안 계신다. 연락이 힘들다. 위기관리에 관여하시기 꺼려 하신다. 원래부터 외부 자료를 꼼꼼하게 안 보신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다. 관심이 없으시다. 실무자들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피력하고 계신다. 이렇듯 공식 입장문을 제대로 내지 못한 기업에게는 여러 피치 못할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사와 대표이사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합니다. 기업이 내는 모든 입장문은 공식 입장문입니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은 본사와 대표이사와 모든 구성원의 생각을 읽습니다. 당연히 때에 따라 그에 대한 책임도 묻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입장문의 내용은 책임 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원칙은 원칙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낸 기업이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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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2편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떤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때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고 수 없이 강조하는데요. 사실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내부에서도 잘 감이 안 옵니다. 상황을 바꾸는 커뮤니케이션? 사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람들은 흔히 문장에 ‘전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골치 아픔을 느끼곤 합니다. 단어 자체는 멋진 것 같고, 의미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풀어 설명하라 하면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그런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무척 어렵게 느껴 지기도 하고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짧게 보면 평시와는 다른 머리 씀, 상대와는 다른 머리 씀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현 상황과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부정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머리 씀이 바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 되겠습니다.

좀더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무엇을 얻을 것 인가’가 정확하게 정의되고 목표가 된 커뮤니케이션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이 정의를 확실하게 목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말입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이런 논의를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번 부정 기사를 최초 쓴 기자와 데스크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를 거쳐 소송까지 진행하고 싶습니다.” 자, 이런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스스로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일까요? 부정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로 하여금 자신의 잘 못을 뉘우치고 보다 긍정적인 기사를 쓰게 하기 위함 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고요.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는 VIP의 억울함이나 한을 풀겠다는 것이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입니다. 제소와 소송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VIP의 기분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주 목표입니다. 목표가 있으니 이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위기관리)이라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 전략이 유효한 것인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반면 이를 선두에서 진행하는 홍보임원은 어떨까요? 그도 어떻게 보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선두 지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을 통해 VIP의 마음에 드는 결과를 내는 것이 자신에게 얻음이 있다 판단한다면 말이죠. 개인적으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이죠.

VIP가 위기 시 사퇴 카드를 꺼내 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같이 일어나는 여론을 단박에 잠재울 수 있다는 얻음이 주 목표이기 때문에 그 어려운 사퇴를 발표합니다. 리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리콜하지 않으면 리콜 당하기 때문에 자발적 리콜을 발표해서 회사의 명성을 방어하자 하는 얻음이 주된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든 정확한 목표(얻음)가 있다면 그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무조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이 무조건 유효한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그런 최소한의 목표(얻음)가 없는 무의미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적절하지 않은 목표(얻음)만 있는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왜 하신 건지요?”하는 질문에 정확하게 “왜냐하면…. 그 것을 위하여’라는 답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또한 그 목표(왜?)가 상황 해결을 위한 것 이외 다른 엉뚱한 목표로 점철되었던 것이면 그도 비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와 그로 인한 얻음이 무엇인지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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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11편: 여론이 심상치 않은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어제 발생한 저희 회사 사건이 여러 언론에서 다루어 지면서, 온라인까지 번져 아주 난리인 듯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여기 저기 모니터링 해 보니 여론이 심상치가 않더군요. 이 정도면 큰 사건인 거죠? 저희가 대대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그런 공감대가 있다면 그건 큰 위기인 것을 맞습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본능적 감각이 유효할 때가 있지요. 일종의 동물적 느낌이랄까요? ‘엄청나게 큰 야수가 저 바위 뒤에 숨어 있는 것 같아.’ 이런 조심스러운 느낌이 위기관리에도 도움은 됩니다.


그러나, 조금 더 체계적인 고민을 하실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기업 경영을 본능이나 동물적 느낌으로만 좌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일반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위기를 경험한 기업들은 자사와 관련된 여론을 실제 여론 수준 보다 훨씬 크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타사의 위기와 관련된 여론은 실제 수준 보다 훨씬 적게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사 관련 여론을 보다 크게 해석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에서는 그 위기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죠. 다른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자사와 관련된 언론 기사 하나 하나를 골라 보게 되죠. 심지어 평소에는 읽지 않던 기사 댓글까지 모두 챙겨 읽습니다. 온라인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자사명이나 문제 이슈 키워드를 쳐서 여론을 읽으려 합니다.


당연히 어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에 대한 주목도는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평시와는 전혀 다른 여론 환경이 펼쳐지는 것이죠. 잔잔한 호수 같았던 기업 주변 환경에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는 느낌이 들 겁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바라보고 있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리 회사 이름을 네이버에서 찾아가며 우리 회사 관련 기사를 읽어주지 않습니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우리 회사 이름을 쳐서 포스팅을 찾고, 그 아래 악성 댓글까지 다는 수고를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런 수고를 시간대별로 반복하거나 지속하지도 않습니다.


즉, 회사가 위기 시 느끼는 여론의 심각성이나 주목도는 실제 그것과는 크게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죠.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일단 여론에 대한 해석을 실제보다 약간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 대응에 있어 나은 경우가 있습니다. 부정 여론을 폄하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해석해서 생기는 문제보다는 반대로 일정 수준 확대 해석해 대응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 해석의 규모가 실제보다 너무 극대화된다면 그 또한 좋은 대응 방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위기 대응에 있어서 압도적 대응이나 하이 프로파일 대응이 가끔 좋은 해결방안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보다 너무 극대화된 여론 해석으로 자칫 과잉 대응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전략적이지는 못하다는 판정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여론 분석이 아닌 것이죠.


다양한 여론 분석을 위기 시 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기준을 가지고 다른 유사 사례들과도 연동되는 여론의 비교 분석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큰 그림을 보며 추이를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하면서 돌발변수들을 관리해 나가는 노력도 그래서 필요합니다. 단편적이거나 단기적인 판단 보다는 종합적이고 중장기적 판단을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제3자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홀로 자신(자사)에 대한 이야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때때로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7월 21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10편] 사과문에 대표이사 이름은 빼도 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몇몇 기업 사과문을 보니, 대표이사 이름을 빼고 ‘회사명’이나 ‘대표이사 배상’ 정도로 가늠하기도 하더군요. 어떤 기업에서는 사과문을 언론에게만 보내고 홈페이지 게시는 안하기도 하고요. 이래도 별 문제는 없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위해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뚜렷한 목적과 의도가 있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입니다. 일반적 일상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다른 점이 위기 시에는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활동과 메시지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광범위하게 분석된다는 점입니다.

일상에선 별 주목받지 못했던 메시지도 위기 시에는 다양하게 해석됩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그 메시지의 배경과 의도를 궁금해하기 때문이죠. 이런 폭발적 주목도와 의혹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쳐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자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부 크게 보여 지기 때문입니다.

질문하신 바와 같이 어떤 기업은 사과문에 굳이 대표이사 성명을 넣지 않으려 합니다. 대표이사가 꺼려하시는 경우도 있고, 실무 담당자가 꼭 그렇게 하라는 법은 없다며 대표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또 어떤 기업에서는 이번 위기가 대표이사 성명을 걸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아니다 정의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유와 배경으로 인해 사과문에서 대표이사의 성명이 사라지는 것이죠.

사과나 해명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사과하고, 때로는 해명하면서 기업은 논란에 대응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과문은 기자들에게만 배포됩니다. 이 메시지를 기사화 해달라는 것이죠. 반면 고객들이 들락거리는 홈페이지에는 게시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내부 공감대를 이룬 것이죠. 언론에게 해명하고 사과했으면 되었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번 위기를 몰랐던 고객에게 까지 해명 사과하는 것은 오버액션이라는 내부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위기관리를 목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전 기업 내부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의 큰 주제입니다. 물론 대표이사 성명을 꼭 넣어야만 하고, 넣지 않는 경우는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뭐 이런 원칙이나 이론은 없습니다.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여기저기 게시하지 않으면 위기관리는 실패다 같은 원칙도 없습니다. 어떤 의사결정이든 기업의 생각과 의도만 잘 전달하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대목 때문에 만들어 집니다. 기업의 생각과 의도가 종종 있는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 경우 때문이죠. 대표이사 성명을 사과문에 넣지 않아도 별반 주목받지 않으면 괜찮지만, 그 부분이 주목받는 경우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대표이사 성명을 찾으면서 ‘왜? 다른 기업과 달리 여기는 대표이사 성명을 생략했을까?’하는 의혹을 만드는 경우입니다. 자사의 생각과 의도가 부정적으로 전달되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왜? 이 기업은 굳이 언론에게만 사과문을 보내고, 고객에게는 직접 사과문을 보여주지 않는 걸까?’ 이런 불필요한 의혹을 생산한다면 해당 사과문 전략은 실패한 것일 수 있습니다. 왜 이 기업은 그때 그때 다른 대응을 할까? 우리가 볼 때에는 모두 비슷한 위기인데, 왜 대응 방식과 범위가 매번 다를까? 어떤 배경과 의도가 있는 것일까? 이런 위기 시 발생되는 의혹은 기업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자사의 생각과 의도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목적과 정확하게 정렬시키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를 하고 싶다면, 자사의 일부 다른 생각과 의도를 드러내서는 절대 안됩니다. 자사의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이 잘못 해석하게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대표이사 성명 하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공개하는 행위 하나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친 자사의 생각과 의도를 왜곡 해석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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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9편] 잘한 위기관리, 홍보해도 괜찮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그 유명한 타이레놀 위기관리 케이스는 이미 40년전에 존슨앤존슨이 했던 위기관리인데, 아직도 성공사례로 회자 되더군요. 저희도 이번 위기관리를 잘 했으니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 볼까 합니다. 성공사례로 만들려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자사가 실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했다고 판단될 때,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홍보와 연결시켜 성공사례화 하려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일부 내부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면서 결국에는 성과를 냈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 공감대가 있으니 이를 활용해 홍보해 보자 하는 것이겠지요.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그 자체로 홍보의 주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입니다. 일단 위기가 만들어졌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이라 평가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는 평소에 그 성패를 판단해야 합니다. 위기가 (관리되어) 발생되지 않고 있다면 그 자체가 위기관리의 성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그 때는 위기관리라기 보다는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발생된 위기로 인해 자사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여러 관점에서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전과 다른 위기관리 정의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성공한 위기관리에 대한 홍보라는 것은 ‘발생된 위기를 우리가 잘 관리해서 데미지를 성공적으로 컨트롤 했다’는 수준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잘 살펴야 하는 부분은 ‘발생된 위기’라는 표현입니다. ‘발생시킨 위기’ 영역에 들어가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만약 해당 위기가 자사의 부주의와 이상한 활동으로 인해 자사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라면 그에 대한 데미지 컨트롤은 별반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하지 않아야 하는 거대한 분식회계를 지속했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다가 발생시킨 위기 케이스를 보시죠. 그에 대한 회사의 사후 데미지 컨트롤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해도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그에 대해 박수를 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이사가 여러 성추행과 갑질을 지속하다 결국 위기를 발생시킨 내부고발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자사 제품의 품질관리나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떻습니까? 환경이나 안전 관리를 게을리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무마하려 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떨까요? 여러 소비자 불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그에 맞서 싸우다 발생시킨 위기의 경우는 어떨까요? 진작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 말입니다.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를 가지고 사후에 데미지 컨트롤을 잘했다 홍보한다면 대부분 그런 노력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위해 소위 말하는 바이럴 활동을 하고, 언론사 유가 기사를 통해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성공사례 버즈를 일으켜 제3자 인증을 받으려 하는 시도는 자칫 위험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는 존슨앤존슨이 ‘발생시킨’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위기는 외부 범죄 의도에 의해 ‘발생된’ 위기입니다. 존슨앤존슨도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자신도 피해자였지만, 더 중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했기에 박수를 받는 것입니다. 이는 철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이 사후 데미지 컨트롤을 잘 해 박수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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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8편] 로우 프로파일? 쉽지 않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회사와 VIP등 전반에 걸쳐 언론의 난타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강력하게 반박 했었는데, 그 이후 로펌과 위기관리 회사 조언을 받아 로우 프로파일 하려 합니다. 근데 로우 프로파일 하는 게 너무 쉽고 단순해 보여서요.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닐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로우 프로파일(low-profile) 전략의 의미는 사전적 의미인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는 개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해당 상황이 자사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경우가 기반이죠. 그에 더해 자사가 이슈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면 할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장기화 될 수 있는 경우 로우 프로파일 전략은 선택됩니다.

일반적으로 이슈의 중심에 있는 자사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할수록 해당 이슈는 소멸 또는 완화되어야 하는데 그런 구도가 아닌 경우입니다.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우.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반박이나 반론이 몇 배 더 불거져 나오는 경우. 마치, 권투경기나 도박판과 같은 환경이 되어 상대가 한마디 하면 우리도 한마디 해야 하는 압력이 가해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전략적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 그런 흐름에 섞여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자사가 얻는 것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켜 버리는 결과만 예상되는 경우 ‘로우 프로파일(low-profile) 하자’하는 전략적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일선에서 많이 헷갈려 하는 것이 ‘침묵’이나 ‘노 코멘트’가 곧 ‘로우 프로파일’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침묵’이나 ‘노 코멘트’로 해당 상황을 진정 또는 소멸 시킬 수 있다면,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로우 프로파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침묵’이나 ‘노 코멘트’는 더욱 더 이슈를 부정적으로 성장시키고, 단순하게 해결 할 수 있는 상황을 최악으로 발전 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 경우 침묵이나 노 코멘트는 반대로 하이 프로파일(high-profile) 전략이었던 것으로 해석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위험한 것이죠.

진정한 로우 프로파일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정해진 일정 메시지와 논리를 반복 강조하기만 하는 것입니다. 침묵하거나 노 코멘트 대신 정해진 메시지와 논리를 담담하게 반복하고 반복하는 것이죠. 물론 기자들은 그 메시지를 수없이 들어 왔던 터라 새롭게 뉴스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기업에서 메시지를 아예 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침묵이나 노 코멘트라 비판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기존 메시지와 논리의 반복 외에, 잘못된 정보에 대한 일부 교정 커뮤니케이션도 로우 프로파일 영역입니다. 중요한 팩트 오류에 대해서는 해야 할 말을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죠. ‘우리가 언론의 모든 보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전제의 강조입니다.

문제는 이런 로우 프로파일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메시지와 논리만 반복하고, 불리한 팩트에 대한 교정만 추가 하면서도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 이 약간은 모순적 전략이 로우 프로파일입니다. 그 만큼 실행자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로우 프로파일은 곧 링에 올라 강한 챔피언과 마주해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가드를 완전히 유지하며 맷집에 의지하는 전략과 같습니다.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 VIP와 위기관리 조직이 강한 정신력으로 하나의 전략적 목적을 일관되게 취할 때만 가능합니다. 숙련된 홍보실 창구가 유효하게 가동되어야 가능합니다. 창구일원화는 기본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실패하는 것이 로우 프로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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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7편] 이게 위기인가요?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어제 밤 한 종편 TV에 저희 제품과 관련한 부정보도가 나갔습니다. 내부에서는 보도 직후부터 위기대응팀이 모여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오늘 아침까지도 혼란스러운 의견들이 많습니다. 현 상황이 위기인가요? 위기가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상황 분석 체계입니다. 기업의 상황 분석체계란 여러 기존 사업 채널들을 통한 모니터링 분석 체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 부서의 경우 대리점이나 소매상들과 관련된 분석 지표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불만이나 개선 요청들을 접수해 분석하는 체계를 포함해서 말이죠.

고객관리 부서에도 다양한 고객의 보이스 분석 체계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주간 및 월간 주요 사안들과 불만 접수 비율 평균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마케팅에서도 고객들의 평가 지수들이 정기적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조사방법을 사용해 때때로 의사결정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 이외에도 인사 부서, 생산 부서, 대관 부서, 기획 부서, 홍보 부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분석 채널들이 전체적 체계를 떠 받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즉, 정상기업에서는 조직 내 어떤 의사 결정도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나 느낌으로만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기 시 모든 상황 분석의 기준은 평시 누적되어 있던 그러한 채널 별 상황 지표가 그 기준이 됩니다. 평시와 비교해 유의미 한 변화가 있는지? 변화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 변화가 앞으로 어떤 추가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다각적인 검토를 해야 합니다.

어제 밤 보도된 제품관련 부정 보도가 있다면, 그 후 기업에서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다양한 상황 분석 채널들을 가장 먼저 가동해야 합니다. 이를 모니터링이라고도 하지만, 부서별 명칭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분석 채널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할까요?

일단 제품 관련이라면, 언론은 물론 온라인 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나 공중들이 평시와 달리 어떤 변화된 반응을 하고 있는지가 분석의 기본이 됩니다. 고객 서비스나 상담 채널로 유입되는 변화된 반응들이 있는지도 분석해야 합니다. 주요 납품처나 유통망, 거래선들이 그 이후 어떤 변화된 반응을 보이는지도 구체적으로 분석되야 합니다.

보도에서 지적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정부 감독기관과 관련 소비자단체들의 반응도 집중적으로 분석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주요 투자자나 주주들의 반응도 모니터링 대상입니다. 그 외에도 기업별로 운영 중인 상황분석 체계을 가동해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것이 위기관리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 채널별로 유사한 부정 반응이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있거나, 어느 특정 주요 채널에서 폭발적인 부정 반응이 발생되고 있다거나 한다면 그 상황은 위기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채널별 대응 전략이나 방식도 그에 따라 결정되어져야 합니다. 일단 위기인지 여부를 가늠하는데 있어서는 상황 분석 체계가 큰 힘이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반면, 기업이 그러한 유효한 상황 분석 채널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보유하고 있더라도 적절한 평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거나, 채널 별 분석 담당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위기관리는 어렵게 됩니다. 현 상황이 위기인지 여부조차 가늠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 이후부터는 사적 상황 분석이 발생하게 되고, 주관적 의견들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결국 VIP 조차도 상황을 어지럽게 분절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질문과 같이 위기 초기 혼란스러움은 상황분석 체계의 부재나 부실 때문에 주로 발생된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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