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때 일부 기업들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들을 담아 완전하게 대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하지만, 실제 위기관리 매뉴얼들을 분석해 본 경험이 있고, 실제 위기관리 업무에 있어서도 많은 경험이 있는 경우들에는 이런 개념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상황과 사니라오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최대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리고 그 각각에 대해 아주 세세한 것들을 모두 예상하여 준비시키고 마련해 놓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멋진 체계가 어디있을까?
그러면 왜 매뉴얼에는 그런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없을까? 한번 아주 간단한 개념을 통해 살펴 보자.
기본 위기 상황 설정
“______A____가 _____B____를 폭행했다”
이런 기본 위기 상황 서술이 있다. 이에 대한 ‘기본 위기 유형 제목’은 ‘임직원에 의한 폭행 케이스’가 되겠다. 제목은 아주 간단하다. 상황 서술문도 주어와 대상인 목적어를 포함 해 무척 간단 해 보인다.
변수 1: 주체
하지만 A에 들어가는 주어들이 상당히 다양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일단 각각의 수와 동일하거나 더많은 상황의 갈래들이 파생된다.
1. (우리 회사) 회장님_________이
2. (우리 회사) 사장님(전문경영인)_______이
3. (우리 회사) 회장 사모님______이
4. (우리 회사 승계자인) 회장님 맏아들이자 현직 임원________이
5. (우리 회사 승계자+최근 추문으로 언론 주목을 받는) 회장님 맏아들/현직 임원 _____이
6. (우리 회사) 일반 임원__________이
7. (우리 회사) 직원____________이
변수 2: 대상
이 외에도 수없이 다양한 내부 임직원 주체들로 분별 가능하다. 일단 좋다. 그러면 ‘임직원에 의한 폭행 케이스’를 이렇게 7개로만 시나리오를 도출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각각의 임직원분들이 누구를 폭행했느냐 그 대상에 따라 다시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들이 파생된다. 한번 대상을 예상 해 보자.
1. 항공사 승무원을___________폭행했다.
2. 호텔 발렛 파킹 직원을___________폭행했다.
3. 내연녀(남)를 ___________폭행했다.
4. 거래처나 협력업체 임직원을 __________폭행했다.
5. 술집 종업원을_____________폭행했다
6. 일반 시민을__________ 폭행했다
7. 내부 직원을____________폭행했다.
이 것 말고도 그 대상을 나누자면 끝이 없다. 물론 누가 누구를 폭행했는지에 따라 상황별로 심각성이나 대응 전략과 방식을 모두다 달라져야 한다. 일단 이렇게 7개 대상 타입으로만 나누면 어떨까? (주체가 7개 타입이니 대상을 7로만 잡으면 7 X 7 = 총 49개 상황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렇게 49개 시나리오에 따른 상황들을 대비하기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수만 있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여기까지는 인력 투입으로 가능한 수준이다.
변수 3: 이유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이 49개 상황 시나리오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했다]는 상황 시나리오로 (상황 시나리오 번호 1-1) 예를 들어보자.
이 상황 시나리오만 가지고는 세부 전략이나 메시지를 세우기가 좀 부족해 보인다. 여기에서 또 1-1-여럿의 세부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게 된다.
먼저 회장님이 폭행을 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했다. 그 이유는 _________________________였다.
1.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______________이유였다.
2. 라면이 짜다는_________이유였다.
3. 비행기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요청을 했다는__________이유였다.
4. 시간에 늦어 탑승이 불가능하다 했다는__________이유였다.
5. 의도적으로 회장님의 폭행을 유도했기__________때문이 었다.
6. 해당 승무원이 먼저 폭행을 행해 왔기 __________때문이었다.
7. 같은 비행기에 탄 탑승객과 싸움을 말리면서 비의도적으로 __________였다.
일단 이것도 7개 정도로 가늠해 보자. 폭행의 이유에 대해서도 일단 이 것들 이상의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이유에 따라 기업의 대응 전략들과 메시지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면 최초 주체 7개 X 대상 7개 X 이유 7개 =총 343개의 세부 상황 시나리오가 세워져야 한다.
뭐 이정도도 아직까지는 괜찮다. 위기 상황들을 모듈화 해서 프로그램에 돌려서 재 유형화 하면 되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변수 4: 수준
그 다음 이 343개의 상황에 따라 또 예상해야 하는 세부 상황들이 있다. 바로 폭행의 수준이다.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시나리오 번호 1-1-1] 이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다시 세부 상황을 나누어 보자.
1. 살짝 신문지나 잡지로 몸을 스쳤다.
2. 뺨을 한번 때렸다.
3. 발로 차고 마구 때렸다.
5. 이빨을 부러 뜨리는 등 중상해를 입혔다.
6. 불구자를 만들었다.
7. 사망하게 만들었다.
일단 또 이렇게만 해도 7개 세부 상황 시나리오들이 만들어 진다. 이제는 2401개의 세부 상황 시나리오들이 도출된다. 더 이상은 인력이나 기계로 관리할 수 없는 규모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상황 변수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폭행을 한 시점과 사회 분위기도 감안을 해야 대응 전략이 나오기 때문이다.
변수 5: 시점 및 환경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실짝 신문지나 잡지로 몸을 치는 폭행을 했다.] [시나리오 번호 1-1-1-1] 이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다시 들여다 보자. 이 상황이 발생한 시점과 사회 분위기를 보면,
1. 종종 그러한 폭행이 이루어지고 당연시 되는 환경이었다
2.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곧장 온라인과 언론에 알려져 큰 망신을 당하는 환경이었다
3. 정부에서 이런 폭행에 대해서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던 환경이었다
4. 같은 회사에서 여러 임직원들에 의해 유사한 폭행이 연이어 발생하던 시기였다.
5. 해당 폭행자가 벌써 여러번 동일한 폭행을 가하던 상황이었다.
6. 한번도 이런 폭행 전례가 없고, 그분 스스로 폭행 반대 철학을 대변하던 분이었다.
7. (다른 초대형 위기가 있어) 아무도 이런 수준의 폭행에는 신경 쓰지 않는 환경이다.
이렇게만 일단 시점과 사회환경을 꼽아보면 이로 인한 세부 상황 시나리오 수는 이제 16,807개에 이르게 된다.
변수 6~ : 그외 세부 상황 변수들
이후에도 해당 세부 상황 시나리오를 오프라인 언론에 노출되는지, 온라인 매체에 노출되는지, SNS에도 노출되는지, 여론들이 강하게 타는지 여부…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투입되는지, 여론의 프레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등등에 대해서 까지 더욱 더 자세한 세부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면 수십억 개 이상의 세부시나리오들이 나오게 된다. 즉, 상상은 할 수 있지만, 문서화를 할 수는 없는 규모와 범위가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활용적으로도 이렇게 방대한 (하나의 상황 기본 서술에도 수십억개 세부 상황 시나리오가 가능) 분량의 매뉴얼들을 누가 어떻게 열람하고 기억하며 훈련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매뉴얼의 범위는 ‘기본 위기 유형’에 따른 매뉴얼이면 충분하며, 실용적이라 말할 수 있다. 실제로도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그렇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세부적이고 각각 다른 환경적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는 무엇에 기반 해 위기를 관리해야 하나요?”
“빨리 모두 모여 앉아 의사결정 하십시오”
수천장의 매뉴얼보다 위기 발생(또는 감지) 직후 즉시 모여 마주 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주 앉는 것이 곧 체계고 전략의 핵심 기반이다. 매뉴얼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