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상황이 하도 가변적이어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상황이 더 발생될지에 대한 감도 없는 상태고요. 컨설턴트께서 보실 때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저희가 무엇을 해야 현 상황을 관리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너무 혼란스러워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바다 한가운데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높은 파도와 싸우더라도, 배위에 있는 큰 나침반은 항상 일정 방향을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파도의 울렁거림으로 나침반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고 그 나침반이 스스로 방향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도 나침반과 같은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해당 위기가 어떤 방향을 향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만큼 중요한 초기 대응이 없습니다. 위기가 발전해 갈 방향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흔히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최악을 예상하고, 최악을 피하려는 노력을 하라”는 조언을 하는데, 그와도 관계 있는 의미입니다.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 보면, 향후 어디까지 최악의 상황이 전이될 수 있을 것인지 알게 됩니다. 물론 상상 하거나, 여럿이 모여 고민 하는 주제로서는 심리적 거부감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폭풍 속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일단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면,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이미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 다음 중요한 단계는 그 판단 속에서 ‘위기관리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 또한 최고의사결정권자와 함께 숙련된 위기관리팀이 내려야 하는 아주 중요한 결정입니다. 정치적으로도 다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너의 직원 폭행이 문제가 되었다 해 보시죠. 그 폭행 자체는 아주 경미하고 법적으로도 처벌 대상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고 이 것이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 대대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내부적으로 가장 우선적 의사결정은 ‘이렇게 흘러가다 보면 최악에는 어떤 상황까지 예상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 이어야 합니다.
폭행당한 직원(원점)이 적극적으로 불만과 고발을 진행하고. 언론과 온라인에서 이를 전파하며 공분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된 이전 제보들과, 폭로, 추가 피해 경험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논란의 대상자가 늘어나고, 논란의 주제도 늘어납니다. 수사기관과 각종 규제기관이 움직일 것입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공개소환이 개시됩니다. 정치권이 화를 내고, 청와대도 개입 할 것입니다. 불매운동에 이어 시민단체의 집단소송이 개시됩니다. 최악의 경우 자사의 오너와 임원이 대대적인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심지어 회사 사업에 치명적 데미지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정도 최악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시죠.
그 다음은 ‘그러면 우리의 위기관리 목표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차례입니다. 어떤 임원은 이와 관련 해 “오너와 임원들의 사법 처벌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임원은 “수사와 규제기관이 움직이게 하면 안됩니다. 그 전에 마무리 합시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논의를 통해 목표가 설정되면 그때부터 그 목표 달성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실행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수사와 규제기관이 움직이기 전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표가 세워졌다면, 그 이전 오늘이라도 빨리 대대적 사과와 배상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을 강력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는 실행이 필요할 것입니다. 불만 직원(원점)에게는 압도적 지원을 해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 외 수사나 규제기관이 자극 받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사전 노력들을 집중 실행합니다. 이 것이 목표에 의한 실행입니다.
대부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묻는 기업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입니다. 당연히 위기관리 목표도 설정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폭풍 속에서 나침반을 던져버린 채 그냥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잔잔해 지기를 기도합니다. 위태로울 뿐 어떤 관리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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