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2009 Tagged with , , 1 Response

어느 냉면집에서의 insights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안에 든다는 수십년 전통의 냉면집에 가서 직원들과 이른 저녁을 먹을 일이 있었다. 송이사가 녹두부침개의 마지막 조각을 들다가 슬그머니 내려 놓았다. 그 부침개속에는 길다란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화가 나 식당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하려는 강코치를 말리면서 그 냉면집의 직원을 불렀다. 아직 이른 저녁시간이라 우리 테이블 밖에 손님들은 없었다. 한 남자직원이 다가와서 우리의 설명을 듣더니 접시를 가지고 주방으로 가면서 한마디 한다. “죄송합니다”

주방쪽에서 아주머니들이 서로에게 소리를 치는 것이 들린다. 한 3-4분이 지나자 아까 그 남자 직원은 후식을 가져다 놓으면서 또 한마디를 하고 사라져버린다. “죄송합니다”

계산을 하러 매니저와 캐시대에서 마주섰다. 중년의 여자 매니저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대로 모든 식사대를 받았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는 듯 인사를 한다.

이 유명한 식당에게 ‘음식속의 머리카락’은 위기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그 까짓 머리카락은 위기가 아니라 그냥 종종있는 해프닝일 뿐이었다.

몇가지 이 식당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 시나리오와 인사이트들을 한번 꾸며 본다.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매니저를 불러 호통을 치고, 식사값을 절대 못내겠다고 하면?

=> 골치아픈 해프닝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사진을 찍고, 이를 온라인에 올리고 언론사에 고발하겠다고 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주장한다면?

=> 주인 아저씨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위기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사진을 몰래 찍어, 바로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사이트에 사진과 내용을 올리고, 주인에게 그 사이트들에 가서 확인해 보라 하고 손님들이 사라진다?

=> 황당하고 심각한 온라인 위기

머리카락 발견 사실과 사진을 아는 기자에게 보내주니 기자가 하는 말 “야 이런건 기사가 안되…최소한 손가락이나 쥐머리 정도는 나와주어야지!”하면?

=> 언론의 수용 수준 이하의 위기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홧김에 매니저를 때리고 경찰이 출동했다?

=> 물타기를 기반으로 한 위기관리

머리카락을 발견한 손님이 아무말도 않고 모든 계산을 하고 나간 뒤…다시는 이 식당을 찾지 않음. 그리고 종종 이 식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에게 자신의 역겨운 경험을 이야기해 줌.

=> 식당이 모르는 위기



1990년 종로의 유명한 떡집에서 사먹었던 모나카속의 머리카락 부터 2009년 서소문의 유명 냉면집의 머리카락까지 그들은 나와 나와 함께 있던 모든 손님들을 잃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기업들도 이렇게 자신들이 위기로 생각하지 않은 수많은 위기들 속에서 비지니스를 해 나가고 있겠지…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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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어느 냉면집에서의 insights
  1. 지난 주말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짬이 좀 나길래 상영관 앞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주... prsong.com/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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