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내가 담당하던 토요타의 쇼이치로 회장이 한국을 방문 했을 때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자동차에 대해서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그 정도의 가격에 그 만큼의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연구 중이다.”
쇼이치로 회장의 야마는 “어떻게 그렇게 싸게 잘 만드는 지 놀랍다”라는 거였다. 부품 단가를 관리하는 소싱 기술이 주요한 게 아닌가 한다.
이전 직장에서는 글로벌 소싱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것은 최초 소싱 단가 기준부터 시작을 하면 전세계 서플라이어들이 실시간으로 납품가들을 베팅을 하는 역경매 방식이라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5달러로 시작된 POS 포스터를 장당 50센트까지 납품가를 떨어 뜨리고는 했다. 중국의 어떤 프린트 업체는 25센트에 낙찰을 맏고 난 뒤…도저히 이 비용에 맞출 수 없다면서 생산포기를 해서 전세계 담당자들이 발칵한 적도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역경매를 통한 아웃소싱은 불법이라고 들었다. 아무튼 기업들의 비용관리 노력은 이토록 눈물겹다.
문제는 비용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소싱 업무의 목적이 무엇이냐다. 소싱의 목적은 ‘서플라이어들이 자신들의 마진을 최소화해서 자사에게 이상적인 비용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 이상적인 비용수준이 해당 서플라이어 제품의 품질 하락과 맞물리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라 ‘같은 다홍치마면 싼걸로’다.
그러나 실제적인 문제는 ‘같은 다홍치마들 중 싼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싼 다홍치마중에는 입다가 가져온 다홍치마도 있겠고, 검정 색깔 나일롱을 저질 염료로 염색한 다홍치마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이전 직장에서도 소싱담당자들과 실무자들간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해왔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아니 우리 브랜드의 색깔이 제대로 포스터에 반영이 안되잖아. 이게 무슨 빨간색이야…핑크색이지?”한다. 하지만 소싱담당자들은 “우리가 포스터를 중국에 소싱을 해 년간 1억을 세이브했습니다. 사장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딩은 망쳐도 소싱을 통한 1억 세이브는 박수감이다.
회사가 이렇게 가면 소싱의 원래 목적이나 의미가 없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소싱이 기업 스스로를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무리한 소싱의 인프라에는 탐욕스러운 서플라이어들도 한 몫을 한다. 경쟁업체가 이기는 것을 보지 못하는 서플라이어, 어떻게 되든 납품 수만 맞추면 된다는 서플라이어, 품질은 무슨 개뿔이냐면서 자기합리화 하는 서플라이어들이 한몫들을 한다.
소싱이 잘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 탐욕스러운 서플라이어들
- 가격 중심의 소싱 원칙
- 소싱 담당자의 실적주의
- 전사적인 품질 지상 주의 부재
등이 소싱 업무를 반기업적 업무로 진화시킬 충분한 인프라가 된다는 게 문제다.
PR도 마찬가지다. 품질을 희생하면 손해보는 쪽은 ‘클라이언트’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좋다. 앞에서 남는 몇백이 남는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5 Responses to 비딩을 통해 기업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