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오늘자 1면에서 MBC의 내부 대책회의 의사록을 이례적으로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MBC의 위기관리 태도에 대해 비판을 하기 위해 이런 기록들을 기사화했겠지만, 위기관리 실무를 하는 우리들에게는 참 흥미로운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참고 주제가 되겠다.
간단히 MBC측에서 이번 PD수첩건을 가지고 진행한 대책 논의는 다음과 같다.
“PD수첩 내용에 대한 섣부른 잘못 인정이나 사과는 재판이나 검찰 수사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발표하지 않고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MBC가 번역 또는 오역 문제를 방송하는 순간… 국민들은 ‘MBC가 정말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MBC에 실망과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우리 패를 먼저 보여주기보다는 검찰의 패를 보고 난 후에 대응하는 게 낫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 내용을) 흘리고, 이것이 언론에 나올 때 MBC는 어쩔 수 없이 시인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다 당하느니 MBC가 먼저 털어버리는(시인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사장은 손을 놓고 있다는 외부 비판 등 경영진이 지는 부담도 있다. 정부와 정면 대결해서 끝까지 갔을 때 민영화와의 상관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먼저 잘못을 인정하자’는 견해를 피력했던 것이다. [조선일보, “PD수첩 잘못 인정하면 공격당한다” MBC, 사과않고 최대한 시간 끌기로]
이것이 바로 실제로도 빈번히 진행되고 있는 위기시 의사결정 프로세스다. 어느 기업이나 거의 똑같다. 윗 대화록에서 MBC를 우리회사로 바꾸어 놓으면 바로 우리회사의 의사록이다.
잘못에 대한 인정보다는 ‘시간 끌기’가 항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는 ‘순간적인 안정감’ 때문이다. 사실 잘못에 대한 인정 후 다가오는 장기적인 심리적 안정감보다 약간은 불안하지만 잠시 한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순간적 안정감이 심리적으로 더 편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바보같다고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세계최고의 MBA출신에 내노라하는 대기업의 CEO분들도 거의 그렇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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