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072008 4 Responses

진짜 AE는 환상의 성(城)을 떠나라!

진짜 AE는 환상의 성(城)을 떠나라!
<KPRCA기고문>

                                                                              정용민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PR에이전시 AE들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동료 AE? 경쟁사 AE? 클라이언트?

에이전시 AE의 경쟁자는 기자다. PR 필드는 하루 하루가 전쟁터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매일’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전쟁터는 아마 기자와 PR 담당자가 모여 있는 이 PR 필드 밖에 없지 않나 한다.

주 니어 AE 시절에 기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려움과 경외’의 그것이었다. 나보다 훨씬 많은 사회 년차를 가진 기자가 엄청나게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걸 보면서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기자의 광범위한 업계 커넥션들과 생생한 필드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영원한 을이구나’ 혹은 ’나는 겨우 하수일 뿐이구나’하는 자괴감에 젖기도 했다.

일단 전투의 시작에서 우리 AE들은 ‘전사 통지서’를 받아 들고 있는 듯 하다. 싸울 의욕이나 이길 열정은 커녕 그냥 공격받지만 않았으면 하면서 하루를 지낼 때도 있다. 클라이언트에게는 계속 작전 지시가 떨어지는 데 의기소침 한 AE들은 계속 제자리 걸음만 하게 된다. 감히 저 두려운 기자들에게 접근해 멋진 전투를 벌일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럴까? 기자와 PR 에이전시 AE들을 비교해 보자. 같은 또래의 두 경쟁자들을 비교해 보자.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졸업하고 어학연수까지 같이 다녀온 두 사회 초년생들이 있다. 이 중 한 명은 기자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PR AE가 되었다.

기자가 된 친구는 최초 신문사에 입사를 하자마자 수습기간이라는 것을 거치게 된다. 예전 선배들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해도 이 신참은 수습 기간 동안 나름 엄청나게 고달픈 훈련을 거친다. 못 자고 못 입고 목 먹으며 못 씻고 좋은 소리라고는 듣기 힘든 단련의 시기를 견딘다. 그 대신 이 신참은 기사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고, 기사를 구성하는 법을 배우고, 기사를 쓰는 법을 배운다. 더 나아가서 사회를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또한 기자로서의 근성을 세운다.

마치 논산 훈련소에서 갓 입대한 ‘장정’을 ‘군인’으로 만들 듯이 이 ‘수습’의 기간은 ‘20대의 대졸 직원’을 ‘기자’로 만드는 과정이다. 일반인을 선수로 만드는 과정이다. 기사에 관해 선수가 되는 것이다.

한 편, PR 에이전시에 입사한 AE는 무엇을 할 까? 일단 경쟁자인 수습기자들보다는 비교적 잘 자고, 잘 입고, 잘 먹으며 잘 씻고, 간간히 좋은 소리도 듣는다. 이 신참 AE는 모니터링하는 법을 배우고, 클리핑을 몇 시까지 클라이언트에게 보고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또한 이 기사를 어떻게 영문 시놉시스로 옮기는지 어깨너머로 익힌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이를 보면 AE에게는 수습기자의 그것처럼 ‘일반인’을 ‘선수’로 만드는 과정이 빠져있다. 이는 분명한 전투력 부재의 원인이다. 기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경외는 이러한 근본적 부족에 기인한다. 또한 반대로 기자들이 PR AE에 대해 느끼는 일반적인 ‘내공의 부족’도 여기에 기인한다.

왜 AE들은 훈련 받지 않는가? 왜 AE들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깨뜨리지 않는가? 왜 우리 AE들에게는 제대로 된 훈련 방식과 과정이 제공되지 않는가? 왜 대학을 갓 졸업한 AE들이 ‘PR의 정의’나 ‘마케팅 PR’같은 것을 공부해야 하는가? 너무 고상하지 않은가?

흔히 말로는 ‘가치 있는 기사 꺼리로 승부를 하자’ ‘창의적 앵글로 퍼포먼스를 만들자’ ‘언론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벤트를 벌여보자’고 제안을 한다. 그러나 누가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나? 누가 앵글의 창의성을 평가하나? 누가 관심을 주나? 기자다. 그러면 얼마나 기자를 아나? 기자가 원하는 꺼리와 앵글과 창의성을 어떻게 ‘상상’으로 가늠할 수 있는가 말이다.

AE들은 철저하게 때로는 수습기자들 보다 더욱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AE들도 기자가 되어야 한다.경쟁자가 기자로서의 근성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AE들은 AE의 근성으로 맞서야 한다. 기사를 보는 시각을 바닥부터 담금질 당해야 하고, 기자들의 취재방식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이를 습득해야 한다. 최소한 경쟁자들이 말하는 말은 알아 들어야 하고, 그들의 조직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활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에이전시 스스로도 AE들이 기자들에게 두려움 보다는 친근감과 경쟁의식을 가지도록 지도해야 한다. 근성과 근성이 서로 맞닥뜨리게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때 비로서 기자와 AE들간에는 ‘꺼리’를 이야기하게 되고 ‘앵글’을 협의하게 되고. 함께 ‘창의적’인 이벤트를 디자인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은 현재 우리 PR AE들에게 가장 부족하면서 절실히 요구되는 필수 가치다. AE들 중에 여자 AE들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근성을 키우는 훈련 프로세스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한마디만 하자. 여기자들도 수습을 거친다. 똑같이 바닥을 박박 기면서 근성을 키운다. 우리 여자 AE들도 똑같이 ‘선수’라 불리는 데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나?

이 기본 위에 프로페셔널리즘이 자리잡아야 한다. 전략성이 추가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커뮤니케이션 마인드가 세워져야 한다. 기반 없이 쌓아 놓은 빛 좋은 전략성과 여러 마인드들은 ‘겉멋 든 왕자와 공주들’만을 양산할 뿐이다.

분명히 기억하자. 기자와 PR인은 전투 중이다. 전투에는 전사(戰士)가 필요하다. 선수가 필요하다. 에이전시는 AE들에게 기본적이고 실질적 훈련의 기간을 제공하고 보장해야 한다. AE들은 민간인으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근성을 빨리 키우려 노력해야 한다.

지난 십여년간 우리 PR 에이전시가 왕자와 공주들이 사는 ‘환상의 성’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자들이 두려워하는 전사들의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근성과 자신감의 부족에 힘들어 했던 왕년의 주니어 AE가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절실한 조언과 바램이기도 하다. 모두 훈련을 받자. 전사가 되자. 기자들로부터 당당히 선수로 불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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