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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인하우스에서 외도를 하고 돌아 온 PR 대행사 시장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느끼게한다. 전체적으로 대행사간의 경쟁이 더욱 심해졌으며 경쟁력들도 많이 강화되었다.
신흥 대행사들도 많아 졌으며, 30-40대 젊은 사장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대행사들간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져 몇개의 에이전시가 하나의 우산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기본적인 M&A적 요소가 충족되어 있는가?
PR에이전시 A와 B가 합병을 한다면, 그 합병 주체들은 상대사의 여러가지 사업 측면에 대해 스터디를 한 후, 상호 보완적인 비지니스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그 시너지를 노리고 실제 합병을 실행한다. 또 다른 하나의 합병 목적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한 소위 말하는 ‘덩치 키우기’일 수도 있다.
지금의 큰 우산 회사들의 경우, 제3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때, 합병의 목적은 뒷 부분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규모의 경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는 관리 비용의 감소, 업무 분담의 완화, 관리 시스템의 통합으로 더욱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구축등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의 그 큰 우산 회사들은 이러한 틀에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목적을 가지지 않은 듯 보이는 것이다. 여러개 회사가 한개의 회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은 원래 장소에서 각자 운용하고 있다. 각사의 AE들을 통합해서 관리하거나 AE들의 사내간 이동이 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각자 자신들의 원래 회사명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몇몇 비판하는 분들의 이야기 대로 이 큰 우산 회사들의 합병은 클라이언트에게 큰 몸집으로 보여 경쟁비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장전술’이라는 지적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이 큰 우산 회사들은 에이전시 프로파일에 큰 우산의 이름을 사용하고, ‘국내 최대의 홍보 대행사’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한다. 30명짜리 대행사 3개가 합하면 90명이 된다는 사실은 산수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런 90명의 홍보대행사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2. 각자의 사업은 각자의 사업대로?
참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편리한 아이디어다. 원래 자사의 이름으로도 영업과 업무를 하고, 큰 우산의 이름으로도 영업과 업무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비지니스 컨소시엄이다. 각자 독립법인들이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위해 하는 일시적인 협업체 같다는 거다. 그러나 사실 이 협업이라는 말도 여기에 해당되는 적절한 말은 아니다. 큰 우산을 구성하고 있는 에이전시 A, B, C가 각자 자신들의 특화된 서비스 스페셜티가 있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를 할 때 각자의 스페셜티를 합쳐 더욱 우수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상황도 아닌 듯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언론관계 실행이 강한 에이전시 A, 언론관계 플래닝이 강한 에이전시 B, 클라이언트 관리가 탁월한 에이전시 C가 하나로 큰 우산속에 있다면 그럴 듯 하다. 또한, 언론관계 전문사 A, 컨설팅 전문사 B, IR 전문사 C, Public Affairs 전문사 D… 이런식으로 선수들의 집합체라면 더욱 이상적이다. 그러나…현재의 큰 우산은 그런 집합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인다.
3. 큰우산 회사명으로 등록된 직원들이 있는가?
궁금하다. 큰 우산의 이름을 쓰는데 거기에 재직하는 직원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모두가 각자의 기업안에 속하다 보니 큰 우산 기업은 그야말로 페이퍼 컴퍼니다. 컨소시엄명이다. PR전문가 답게 그들이 스스로 워딩을 하자면 ‘국내 최대의 홍보대행사’라는 표현 보다는 ‘국내 최대의 홍보 서비스 컨소시엄’이 좀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 한다.
4. 팔리는 것이 곧 정의다?
맞다. 큰 우산이 약간은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가더라도 인하우스에서 문제 제기가 없다면 그것은 오케이다. 괜히 그들에게 눈을 흘기는 것은 자신들의 큰 우산을 미처 만들지 못한 회사들 뿐일 수도 있다. 인하우스들은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절한 인력이 있는가, 그리고 그 인력을 지원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가를 궁금해 한다. 따라서 좀더 규모가 큰 에이전시가 시스템도 잘 되있고, 인력풀도 좋겠지 하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큰 우산 회사가 그런 인하우스이 기대를 진정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상태라면 오케이다.
이해하기로는 큰 우산의 이름은 사용처와 사용시기가 한정되어 있어 보인다. 비딩을 할 때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그 장소에서만 큰 우산의 이름을 사용 하는것 같다는 느낌이다. 일단 규모를 언급해 인하우스에게 규모의 이미지를 심어 준 후, 선정이 되면 그냥 그 멤버 중 한 회사가 맡아 서비스를 하게 되는거다. 그러면 왜 최초부터 그 회사가 비딩에 참여 하지 그랬나? 큰 우산의 이름이 그렇게 필요했던 것인가?
5. 다른 회사들이 문제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다른 회사들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누구나 조금만 욕심(?)을 낮추면 큰 우산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상상을 해보면 프레인+에델만+메릿버슨마스텔러+KPR+CK+IPR+브릿지커뮤니케이션이 하나로 큰 우산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 기존의 큰 우산들 처럼 독립경영 한다는 전제하에) 그러면 인하우스에게 당당하게 우리 직원은 총 400명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클라이언트도 400개입니다라고 할 수도 분명 있다. 지구상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토탈마케팅 홍보 그룹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런다고 그러면 인하우스에게는 무슨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나?
에이전시 경영 철학이 없는게 문제다
해외의 전통있는 에이전시들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품질로 명성을 구입한다는 철학이 있다. 창업자의 서비스 철학이 AE들을 통해 흐르고, 성공적인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통해 존경받는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지금의 큰 우산 신드롬은 우리나라 PR 대행사들이 각자 자신들만의 경영 철학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경쟁하려는 생각보다는 일단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벌고 보자는 현실적인 욕구들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철학이 부족한 에이전시, 큰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고민하는 또 다른 에이전시, 큰 우산의 덩치에 반하는 인하우스…이 3가지 구성원들이 시장을 메꾸고 있는 한…큰 우산 신드롬은 영원 할 것이다.
업계를 향한 신뢰적 문제를 위해서라도 큰 우산들이 좀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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