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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amese Twins 수정 | 삭제

Siamese Tw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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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인정합니다”… 박근혜 ‘승복연설’ (조선일보. 2007년 9월 1일)

누구 작품?
연설문 수위·기조는 朴 前대표가 지시
조인근 부단장이 1차 원고 마무리
최측근 유승민 단장이 고친후 전달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습니다. … 경선과정의 모든 일들, 이제 잊어버립시다. 하루아침에 잊을 수가 없다면 며칠 몇날이 걸려서라도 잊읍시다.…” (박근혜 후보의 경선 패배 수락 연설 중에서)

클라이언트에서 직접 인하우스의 보쓰까지 그리고, 대형 기자간담회나 모토쇼 연설에서 직원들의 신년 하례 연설까지 다양한 리더의 연설문을 만들어 보았지만, 항상 이런 종류의 일은 매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하는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신년하례 연설문의 경우 2주가 넘도록 고민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적도 있다. 십여분동안 신년의 ‘덕담’ 정도를 나누는 CEO의 이런 연설이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 진다는 것을 다른 직원들은 거의 모른다. 매월 자신의 이메일 수신함에서 반짝이는 CEO Letter를 보면서 “우리 사장이 시간이 많군. 이렇게 편지도 쓰고 말이야…” 하는 반응도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는 평범하다.

CEO들의 성격에 따라 내가 고민해 만들어 드린 연설문을 그대로 토씨하나 안 틀리고 읽으시는 형, 순서와 단락은 지키시되 적절하게 농담을 섞어 중간 중간 매력을 짚어 넣으시는 형, 어렵게 만든 연설문을 그냥 전혀 무시하고 자기 생각 나시는대로 전혀 다른 연설을 하시는 형 정도로 꼽을 수 있겠다.

실망스러웠던 기억하나…모 CEO께서 오랜 시간을 투자하셔 수정과 수정을 지시하시고 완성된 마지막 연설문을 들고 단상에 올라가시더니, 양복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으시고 그냥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로 연설을 대부분 마치시는 경우다.

“내가 만든 연설문이 결국에는 마음에 안드신 것인가?” “내가 사장님의 마음을 잘 못 이해한건가?” “사장님이 갑자기 더 좋은 생각이 나신건가?”…여러가지 자괴괌과 서운함등이 칵테일로 머리에서 끓는다.

박근혜 후보의 연설 특징을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꼽았다.  

조선일보가 꼽은 박근혜식 연설의 가장 큰 특징;

1. 자신의 얘기를, 자신의 어투로 한다
2. 공식행사에서는 여간해서는 즉석연설을 하지 않는다. 원고를 충실하게 읽는다. 때문에 말실수가 거의 없다.
3. 감성적인 표현과 단문을 좋아하고 과격하거나 과장된 단어, 미사여구는 가능한 피한다.

매우 이상적인 연설 자세라고 본다. 아무리 멋진 연설문이라도 내것이 되지 않아 듣는 사람이 어색하면 무용지물이다. 나의 경우 연설문을 쓸 때 감성적인 단어와 편안한 문구를 많이 써 보여드리곤 하는데, 일부 CEO들 께서는 이것이 좀 거북하신 경우도 있으셨던 것 같다. 너무 캐주얼하지 않느냐…이렇게 까지 친밀함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반응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즉석연설은 전문적인 앵커나 개그맨들도 힘들어한다. 또한 한마디 한마디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는 즉석연설이란 일종의 도박이다. 분명히 질 경우가 더 많은 시도다. 말실수가 두려운 CEO는 절대 즉석연설을 하지 않는다.

한번은 모 CEO를 모시고 ‘경영자 대상(大賞) 수상식’에 배석 한적이 있다. 사회자가 수상식에 참석한 CEO들에게 갑자기 한분 한분 소감을 짤막하게 요청을 했다. 많은 CEO들이 마치 준비라도 한 듯이 멋진 감사의 뜻을 수려하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 CEO께서는 단 한마디만 하셨다.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식이 끝나고 나서 CEO께서 내 귀에 대고 말씀하셨다. “수상 소감 연설이 예정되어 있었나?” “아닙니다. 사장님…” 이분은 워낙 꼼꼼하셔서 예정되지 않은 공공 연설이나 코멘트에서는 상당한 알러지를 일으키시는 분이었다. 때문에 나도 사장님이 마이크를 잡으시는 순간 등에 식은땀을 흘렸었다.

이렇듯 ‘즉석’은 리더들에게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다. 물론 달변 CEO들은 즐기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즉석연설은 어디에 그 자신감이 있으신지는 잘 모르겠다. (전문적으로 연설 분석을 해 볼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70년대 후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였다. 미군 장교 부인들 모임에서 연설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비서진은 영어깨나 한다는 몇몇 인사에게 원고를 맡겼다. 박근혜는 원고를 받아보고 “이건 내 얘기가 아니잖아요”라며 자신이 영문 원고를 다시 썼다. 행사가 끝난 며칠 뒤, 박근혜는 미군 장성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부인들이 너무 연설이 좋았다고들 하는데 왜 우리에게는 연설해주지 않는 건가요.”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예로들은 일화다. CEO/리더라는 한 개인의 말을 대신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어떤 CEO께서 내게 한말씀을 기억한다. “당신과 나는 Siamese Twins가 되어야 되는거야. 알겠어?” 프로페셔널의 차원에서 동의한다. 좋은 연설을 위해서…좋은 리더쉽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말이다. 비록 으시시 하긴 하지만…


by 우마미 | 2007/09/02 16:53 | 새글들(2007)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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