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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여행을 통해 여러가지 화두를 찾았는데, 그 중 하나가 품질(Quality)이라는 것이다.
일단 한 예로 먹거리인 맥주를 들어 보자. (제일 잘 아는 비지니스라서 그러니 이해 좀 해주시라…)
우리회사도 그렇고, 유럽본사에서도 그렇고 품질만은 우리가 compromise할 수 없다고 한다. 경쟁사도 그렇다. 일본의 아사히나 기린, 사포로, 산토리 모두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외친다. 미국의 앤호이저부시나 밀러, 쿠어스…유럽부터 동남아와 아프리카의 수천개의 맥주 브랜드들 중에 “우리는 품질을 별로 신경쓰지 않겠다”라고 떠드는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문제는 말이나 메시지가 아니다. 당연 실천이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그래 그건 그렇고. 너희 회사는 어떻게 품질을 보장하는데?”하면 점점 할말이 없어지는 회사들이 문제인거다. 여기에 한술더 떠서 “그러면 한번 보자 어디…”하면 입을 다무는 회사들이 더 많아 진다.
품질이라는 것은 기업 경쟁력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은 기업과 investor 그리고 그 주변 stakeholder들에게 종종 가장 손쉬운 compromise 대상이다. 이러한 생각의 기조에는 “누가 알겠어? 알께뭐야…”라는 얄팍한 현실성이 존재한다.
맥주의 경우 공장에서 신선한 맥주가 생산이되면, 각 지역의 직매장으로 분산 유통이 되고, 여기서 바로 더 작은 지역단위의 도매상들에게 배달이 된다. 또 이 각각의 도매상들은 중대형 슈퍼마켓, 소형 식품점, 식당 및 호프집들에 더 적은량의 맥주단위를 배달하는 유통구조다.
맥주의 경우 신선도가 제일이다. 신선도를 가늠하는 것은 물론 맥주 제조 일자도 있겠지만, 유통과정에서 온도관리/햇볓차단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길거리에서 보는 주류 유통 트럭에서 손쉽게 목격된다. 요즘과 같은 섭씨 30도 이상의 대낮에 유흥가 골목을 누비면서 맥주를 배달하는 주류 도매상의 트럭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쌓인 맥주상자들이 햇볕아래에서 달궈져 있다. 이미 이 도매상 트럭이 맥주를 달군 것만은 아닐것이다. 그 이전 직매장 창고에 적재되어 있었을때부터, 도매상 창고 또한 햇볕과 온도에서 자유로운 적은 없었을 것이다. (품질에 관심이 없기는 다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에게 이 ‘품질’의 의미와 중요도는 어느정도인지 항상 궁금하다. 맥주의 예에서 같이 주류생산 업체나 도매상이나 소매상들 공히 ‘품질 높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라는 미션에 align되어 있지 않은가. 햇볕을 차단한 창고와 냉장트럭을 사용하려면 원가가 어마어마해진다, 유통과정에서 어떻게 이렇게 환경을 100% 관리 할 수 있는가 등등의 변명은 일단 필요없다. 의지가 있는가 아닌가를 핵심으로 삼아 보자는 거다.
현실적으로 아직은 불가능한 환경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문제의식을 가진 개선의지’가 있느냐, 아니면 ‘그게 뭐 그리 대수야?’하는 불감증이 있느냐…그게 문제다.
일본 동경과 오사카를 방문할 때 항상 주류회사들의 트럭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곤 한다. 동경의 신주쿠와 오사카의 우메다 식당가에 세워져 있는 주류 배달 트럭들에는 종종 햇빛을 차단하는 포장트럭이 눈에 띈다. 을지로에서 20여년이 훨씬 넘게 노가리 하나로 맥주집을 운영하시는 80세 가까우신 주인장께서는 나에게 “맥주를 한 낮에 배달받으면 뭔 맛이 있어? 하루종일 햇볕보고 뜨듯해져가지고…그래서 나는 매일 선선한 아침에 배달받어…아주 밖에다 쌓아 놓지도 못하게 해” 하신다. 그래서 다른집들과는 달리 아침 일찍 가게에 나오셔서 생맥주통들을 가게안으로 들여다 놓으신단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몇몇 지인들은 “아니 솔직히 나는 맥주맛이 다 똑같더만, 그게 뭐 다른가? 마실때 시원하면 되는거 아니야?”한다. 그렇다. 어떻게 보면 기업가에게 ‘품질’은 하나의 ‘외곬수적인 집착’ 또는 ‘신과 나만 아는 가치’ 정도로도 볼 수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게 비밀(?)스러운 것으로 느껴지기에 종종 compromise하게 된다)
그러나 품질은 ‘우수한 기업만의 DNA’다. 한국 서울 광화문 기소야의 ‘튀김우동’과 일본 신주쿠 삼국일(三國一)의 덴뿌라 우동 그리고 미국 하와이 힐튼 하와이언 빌리지의 하츠하나(初花)의 덴뿌라 우동…이 3가지 비슷한 가격과 동일한 우동 타입을 직접 먹어보면, 각 식당의 품질은 확연하게 편차가 난다. 품질은 이런 것이다. 하나일때는 모르지만, 여럿일때는 분명 차이가 난다.
단순하게 맥주와 덴뿌라 우동의 예만을 들었지만, 우리 PR 비지니스 업계에서도 ‘품질’이라는 측면에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Relentless pursuit of perfection’이라는 렉서스의 철학 그리고 ‘Kaizen(개선)’이라는 일본 토요타의 기업 철학에 요즘 다시 관심이 간다. 오늘 서점에 들러 토요타의 경영철학 서적들을 다시한번 들쳐보고 왔다.
역시 품질을 종교 처럼 사수하는 기업/개인은 무서운 법이다. 무서운 PR 에이전시 그리고 컨설턴트를 그린다…
![](https://i0.wp.com/pds4.egloos.com/pds/200707/28/97/d0046497_06074630.jpg?resize=238%2C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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