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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더 싫은 사람들은 우리 직업 부근에 어슬렁 거리면서 살아가는 부류들이다. 쥬니어 시절에는 이들이 두렵기도 했고, 신경이 너무 많이 쓰여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가만히 그들을 바라다 보고 있으면 ‘삶’이라는 것…무조건 삶이라는 것이 다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걸 느낀다. 그들의 삶…나와 다르다고…폄하하면 안된다고 느낀다. 그러나…싫은 건 싫다.
1. 지하철 주간지
어느 매체라고 매체명을 거론하지 않겠다. 흔히 지하철 키오스크에서 진열된 스포츠 신문을 내려다 보고 있을 때 키오스크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매체들을 올려다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항상 회사에 약간 안좋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면 항상 전화통을 때리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일간지에서는 도저히 기사 꺼리가 되지 않는 테마를 이들은 너무 즐긴다.
만나자그래서 만나도 준다. 인터뷰를 하잔다. 인터뷰를 해준다. 나도 나름대로 전략적인 키메시지…하지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해 리스트를 만들고, 공손하게 인터뷰를 한다. (사실 이들에게 좋지 않은 테마를 가지고 뻔한 카드놀이를 하는 기분은,,,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것이다.) 그러나, 여지없이 나의 기존 미디어 트레이닝 경험은 갈갈이 찢어 내 팽겨치곤 한다. 전략적인 키메시지? 이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문을 들어 설때 부터 이들은 아무것도 궁금한 것이 없다. 확인을 하겠다고 하는데…사실 확인 할 의향조차 없다. 이젠 하도 이들에게 익숙(?)해서…한 이십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번에는 어떤 제목으로 어떤게 주요 야마가 되겠군..”하는 웃기는 결론이 스스로 내려질 정도다.
이들의 특징은 취재후에도 여러번 전화를 걸어 비슷한 사실들을 재차 재차 확인한다는 거다. 거의 같은 질문을 한 4-5일동안 계속 받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인내심은 바닥을 친다. 전문가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을라고 해도…참으로 힘들다. 이들이 이런 반복 활동을 하는 것은 회사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점차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 다음단계는 완성된 기사를 해당 기자가 마지막으로 확인시키는 단계. 그리고 그 매체의 광고임원이라는 사람이 재차 전화를 걸어와 우리 회사를 위해주는 말을 하면서 협박과 위로를 번갈아 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여기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두가지로 매체 행동이 갈린다. 기사화를 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경우 또는 그냥 기사를 게재하지 않고 날려 버리는 경우다. 행동의 선택은 그 때 그때마다 틀리다. 원칙이란 없어 보인다. (단, 기자와 광고담당자에게 인간적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면…부정적인 상황이 올 가능성이 많다. 힘들지만 어쩌랴…)
이 매체들 중에서도 대형 메이져 뉴스 포털과 기사전재계약이 되어 있는 매체는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왜인지는 말 안하겠다. 스스로 옳은 일을 하면 이런 고통을 받지 않겠지…교수님들의 가르침을 믿어보자.
2. 호텔의 벌떼클럽
산라호텔 2층 로비 왼편, 하이얏트 호텔 그랜드 볼룸 근방 (계단쪽에서 내려오는 부근), 힐튼호텔 연회장 입구 초입 왼편, 조선호텔 2층 연회장 입구 전반…이 근방에 서식하는 부류들이 있다. 이런 곳에서는 거의 매일 기자간담회, 신차발표회, 컨벤션등등이 열린다.
이런 기업행사에서는 참석자들에게 기프트를 준다. 이런 기프트를 노리는 자들이 벌떼클럽이다. 이들은 전부 남성이며 나이는 4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보통 기자간담회에는 40대들이 설친다. 그랜드볼룸에서의 저녁행사류는 50-60대들이 합세를 하곤한다.
보통 실무자가 아닌 도우미들이 행사 리셉션을 보면, 이들은 당당하게 다가가서 이름모를 명함을 하나 던져 놓고 선물을 받아간다. 그 선물이 만년필이건, 시계건, 하다못해 자동차 모형이건…가리질 않는다. 기자들의 명함이나 제품 사진, 프레스킷을 훔쳐가는 경우도 있다.
기자들에게 미리 선물백을 주고 입장을 시켜도 간담회가 끝나고 식사들을 할 때 몰래 들어와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기자의 선물백을 낚아채간다. 기자들과 함께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있거나,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 쥬니어 처럼 보이는 홍보담당자에게는 이메일 어드레스를 주면서 자료를 보내달라고 하는 베테랑(?)도 있다.
이들은 서로 연락망이 있고, 선후배가 형성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어디서 오늘 좋은 행사가 있다고 알려지면 일정 호텔로 우루루 몰린다. 파악된 인원은 약 20여명정도. 경험상 하도 많이 이들과 부딪혀서 이들의 얼굴을 대략 다 안다. 이들도 나를 보면 실실 피한다. 내가 하도 그들을 정면에서 몰아치고, 때로는 멱살잡이 근처까지 간적도 있어서 자기네들 끼리도 정보가 교류 되는지 내가 리셉션에 서있으면 슬슬 피하고 아예 간담회장에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그러나…내가 잠깐 신경을 안쓸 때…프레스킷을 우루루 채가거나…선물빽을 뺏어들고 도망가면서…도우미들을 질질 끌고 달릴때는 여전히 난감하다. 이런 것들을 도대체 가져가서 무얼 할 까…다음엔 한명을 잡아 한번 물어 봐야겠다.
3. 모 업계 미디어
처음에는 이 미디어는 미디어오늘의 관계회사 처럼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도 미디어 오늘과 거의 비슷한 url을 사용하고 있다. 이 매체의 모토는 기업에게 더 기업을 잘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이 매체의 주요 기사들은 모두 매일 매일 일어나는 회사와 언론간의 갈등이 주다. 그 밖에 홍보실의 주요인사이동, 구직, 이직등이 있고, 광고관련 내용들도 풍부하다. 나도 종종 사이트를 들어가서 기사를 읽고 하는데…
문제는 가장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회사와 언론간의 갈등 기사다. 보통 산업면 1면톱으로 오르는 비판적 기사들을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해설해준다는 취지 같은데…이게 아주 홍보담당자를 난처하게 만들 때가 많다. 어쩔때는 거의 출입기자들에게 난도질을 당하게도 만들때가 있다.
만약 A일보가 B기업의 매출하락이 외국 본사의 무능한 경영 때문이라는 야마의 기사를 썻다고 하자. 그러면 그 기사를 읽고 이 업계 매체의 기자는 해당 A일보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나서 또 B기업의 홍보담당자에게도 전화를 건다. 당연히 기자는 자기가 왜 그런 기사를 쓰게되었는지, 어떤 심증을 가지고, 어떻게 현상을 해석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한다. 반대로 홍보실은 그 기사에 대한 해명을 하게된다.
그러나 하나 알아야 할 것은…이미 그 매체가 양쪽을 브릿징하기전에 해당 기자와 홍보담당자는 그 이전밤을 늦게까지 지새웠다. 수없이 많은 전화가 서로간에 오고 갔을 것이고, 서로가 양쪽의 입장과 주장하는 논리에 대해 잘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자기네가 나서서 양쪽의 의견을 듣고 기사를 쓴다는 것은 기자나 홍보담당자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다.
그것도 홍보담당자가 한말을 거의 그대로 받아적어 기사를 쓴다. “기분나쁘다…” “그 기자가 업계 출입한지 얼마 안되서…” “잘못된 자료를 인용한것이다…”등등. 이 기사를 그 기자가 읽고나서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2차 위기가 이로 인해 도래한다. 미칠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양쪽을 다시 자극해서 다음날 또 다른 톱기사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기업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할려면…제발 좀 조용히 하길 바란다. 지금 이건 아니다.
그밖에…프레스 투어를 갔다 오면 “이번 투어가 얼마 짜리였냐? 기자들과 저녁에 무얼했느냐?..” 궁금하게 물어보는 모 언론업계지. 기존의 특정 에이전시를 쓰고 있는 기업에게 다가가서…제안을 해 보겠다고 열의(?)를 보이는 일부 대행사 사장님들. 보도사진 앵글을 탐탁지 않게 잡으면서도 일당 40만원 달라는 일부 포토그래퍼 작가님들…이쁘지도 않으면서 말만 많고 공주 노릇하는 일부 포토세션 도우미들…하다못해 출입기자단 망년회에서 그렇게 미리 설명을 했어도 2차 장소 잘못 알고 기자들을 내려주는 대절 버스 운전사 아저씨까지…
제발 제대로…살았으면 좋겠다. 서로 서로…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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