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2007 0 Responses

외국기업에서 PR하기 수정 | 삭제

외국기업에서 PR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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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시절에 여러 미국, 영국, 일본, 홍콩,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등의 외국기업 및 정부기관 PR을 했었고, 또 인하우스에 와서 유럽기업을 본사로 두고 일을 하면서 일관되게 느끼는 점이있다.

언어/문화의 상호 몰 이해가 얼마나 PR 실행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가에 관한 것이다.

1. 영국놈들은 자기네 것은 다 황금이라 생각해

영국의 모 텔레콤 회사 PR을 할 때다. 당시에는 한국 지사에서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본사의 보도자료를 그냥 번역하여 릴리즈하는 역할을 담당 했었다. 근데 이것 또한 곤역이다. PR담당자로서 어느정도의 퍼포먼스 (실제 기사 획득)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게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예를들어, 그 텔레콤 회사의 (산위에 있나보다) 기지국에 토끼들이 많이 산다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또는 그 텔레콤 회사가 기구(헬륨을 넣거나 해서 사람이 타고 다니는 풍선) 레이스에 자사 기구를 만들어 참가했다는 류의 보도자료도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을 해서 (그것도 직역!) 릴리즈하면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거둘수 있을까? 당시 Hill & Knowlton 홍콩의 한 파트너가 나에게 이 보도자료 원문을 하달면서 한 이메일이 생각난다. ‘영국놈들은 자기네 것은 죄다 황금이라 생각해(British think their one is always golden)’

모 미국계 소프트웨어 자이언트는 종종 우리나라 언론에 “방글라데시의 난민 캠프에 우리 소프트웨어 1000개를 도네이션했다”는 둥 “태국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교육용 PC 1500개를 도네이션했다”는 둥 거의 우리나라 언론이나 국민들에게는 관심 없는 이슈들을 릴리즈 하라고 의뢰를 한다. (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니겠지..내부적으로)

2. 불쌍한 덴츠 이벤트

일본 자동차 회사 PR을 할때다. 서울에서 모토쇼가 있었는데, 그때 이 회사는 전혀 신차를 전시 모델로 내놓지 않았다. F1 레이싱 차량 한대만을 끌고 와서 그 큰 부쓰 스페이스에 덩그란히 하나 놓아 놓고 대충 모토쇼 기간을 때우기로 했다. (사실 항상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모토쇼에는 서로 참가하기를 꺼린다)

문제는 일본 본사에서 ‘이사’급 임원이 오신다는 것.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마케팅 임원정도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분이 모토쇼 프레스 오프닝 기간동안 자사의 부쓰에서 한 15분정도 스피치와 Q&A를 하는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내려왔다.

본사에서 이 임원과 함께 이 15분간의 프레스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의 유명 광고회사 ‘덴츠’ 이벤트팀이 대거 따라왔다. 이 덴츠 녀석들이 가져온 15분 프레스 행사의 플랜이란. A4용지 및 블루 프린트지까지 포함해 거의 한뼘이 되는 계획책자를 만들어 왔다.

거기에는 그 임원의 숙소부터 행사지점까지의 동선을 비롯해, 각종 스케쥴과 Q&A, 전시장 배치도, 각 회사들의 프레스 행사 일정…등등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고, 음향시설, 음향시설의 브랜드, 스펙, 조명 배치도, 조명 시설의 브랜드. 스펙까지도 들어있었다.

행사 며칠전 나는 나의 팀과 함께 그들과 사전 준비회의를 가졌다. 텐츠의 한국 파트너 광고회사 회의실에서 열린 이 회의는 8시간짜리 풀 미팅이었다. 이벤트가 PR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처럼, 우리 PR도 이벤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일본과 한국이라는 민족성에서도 괴리는 있었다.

“기자들이 몇명이나 올것으로 개런티 받았소?”
“조선 중앙 동아일보 기자들을 맨 앞줄에다 세우시오. 마이너들은 뒷줄에 세우고…”
“최소한 메이저들이 한개씩의 질문을 하게 하시오. 단 질문이 한개 이상을 넘거나 여러질문이 반복되면 안되오”
“아니 그럼, PR팀이 할수 있는 일이란게 뭐요?”

부사수와 저녁때 그 광고회사를 나오면서…”Fuck”하고 뇌까리던 기억이 있다.

재미있는건…그 근엄한 본사 이사님이 막상 행사당일 단상에 올라갔을때 (덴츠와 우리는 행사전 3시간전에 미리 도착해 준비, 점검을 하면서 조마조마해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상의 메인 마이크가 갑자기 먹통이 됬다는거다.
“……………………………………”

당황하는 이사 그리고 수행 직원들…경악하는 덴츠 이벤트팀…나는 천천히 걸어가 내가 들고 있던 기자 인터뷰용 무선 마이크를 그 본사 임원에게 건네 주었고, 그제서야 그의 스피치가 시작되었다.

결국…전언에 의하면 텐츠는 이벤트 준비 비용과 항공료. 숙박료등을 하나도 그 회사에 청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암튼 꼼꼼함에 있어서는 일본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임기응변에 있어서는 한국이 강하다.

3. PR전문가야 번역전문가야?

유럽 본사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요즘에 반복 경험하는 사례다. 사장님의 기자간담회가 있으면 항상 본사 유러피안들과 홍역을 앓는다. 뭐 다른 기업들도 준비하는 과정에 힘이 들지만, 그 힘들다는 것이 필요한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다.

기자간담회시에 본사 PR팀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메시지다. 물론 메시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보도자료와 행사시 사장님에게 기자들이 물을 만한 질문과 그에대한 답변 (Expected Q&A라고 부른다)들을 정리해서 우선 본사의 컨펌을 받아야 한다.

근데 프로세스가 웃기다.

한글 보도자료 및 Q&A 개발 –> 한국본사 내부 수차레 반복 수정 –> 한국본사 컨펌 –> 영문번역 –> 한국 본사측에서 영문번역본 수정 –> 한국본사 영문번역본 컨펌 –> 유럽본사에 보내기 –> 유럽본사 문구 및 단어 대폭 수정 (유럽식으로) 및 수정 요청–> 한국 본사에서 영문들을 대폭 수정 –> 유럽본사 또 부분 재 수정 요청 –> 한국본사 또 재수정 –> (수차례 반복) –> 유럽본사 파이널 수정 영문본 컨펌 –> 한국본사 해당 영문본을 한글로 다시 재번역

이렇게 수십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 우리에게 하달되는 파이널 영문본을 한글로 번역해 놓으면…진짜 기자들이 욕할만한 내용의 문건이 되곤한다. 아무 야마가 없고, 아무 매력도 없고, 아무 수치도 없고, 아무런 재미도 없는…그런 무미한 Q&A 자료가 된다.

언어라는것이 단어의 나열이 아닐찐데, 그들이 생각하는 전략적인 단어들이 주루륵 나열되어 있다고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는거다. 더구나 한국에서 한국말로 한국인 사장과 한국인 기자가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있어서, 본사에서 강요(?)하는 무의미한 단어의 정확한 나열이 과연 전략적인가 하는 것에는 회의가 많다.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란 핵심 메시지만을 고수하고, 그 표현방식은 오디언스에게 맞추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외국 본사에서 한국의 PR담당자와 경영진에게 강요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전략적이라고 생각되는 키워드만을 주고 한국식으로 알맞게 표현하라고 지시하는게 맞는것이다.

어쩔때는 본사의 그 어처구니 없는 문건을 읽다보면 한편으로 본사가 한국의 PR담당자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듯 해서 기분 나쁠때도 많다. 본사에서는 자신들이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그런 부서 이기주의 때문에 한국의 PR담당자가 번역자로만 남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본다…

by 우마미 | 2007/06/14 10:35 | 새글들(2007)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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