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2007 0 Responses

아티스트와 콘아티스트 수정 | 삭제

아티스트와 콘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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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비지니스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몇가지 갈등이라고나 할까? 이런 것들에 대해 한번 허심탄회하게 적어 보고 싶어서 시작을 한다. 여러 에이전시 사장님들과 에이전시 AE들을 보고, 또 여러 동료 인하우스 PR팀장들과 이야기 해보면서 반복적으로 느꼈던 사항들이다.

1. Fee

이게 핵심중의 핵심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AE출신이니 인보이스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어떤게 billable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줄 안다. 문제는 인하우스는 해당 업무를 에이전시로 부터 billable하다는 생각을 안하고, 에이전시는 그 업무를 billable하다고 보는데서 시작한다. AE출신으로서 에이전시의 invoice에 익숙한 인하우스 친구들은 그렇게 invoice에 놀라지 않는다. 미리 미리 네고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수 인하우스 출신들에게는 에이전시로부터의 invoice는 공포영화의 첫장면 같다.

주변 인하우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우리는 에이전시 OOO를 쓰는데 한달에 리테이너피로 OOOO만원을 줘. 이게 높은건지 아닌진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몇년동안 그랬으니까…” 다른 어떤 곳은 이런다. “우린 그만큼 안줘. 줄돈도 없구. 제일 좋은건 많이 일 시키고 적게 인보이스 받는거 아니겠어? 이게 인하우스의 KPI아니야?” 이런다.

둘다 아니다. 사실. 생각해보라 세이코(SEIKO) 전자시계를 1000만원에 사는 사람이 바본가? 10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1만원에 후려쳐 사는 사람이 바본가? 둘다 바보다. 후자의 경우에는 바보이자 강도다.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에이전시와 인하우스간의 커뮤니케이션. 인하우스를 인보이스로 놀라게 만드는 에이전시 사람들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콘아티스트들이다.

2. Performance

사실 에이전시의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잣대는 아직까지는 인하우스의 만족도라 본다. 에이전시가 솔직히 스스로 비참한 결과를 얻었다 생각하더라도, 인하우스 고맙다. 수고했다. 한마디면 퍼포먼스는 OK로 되는거다.

에이전시가 스스로 판단할 때 우리가 이런 이런면에서 만족할만한 퍼포먼스가 안나왔기 때문에 이번 fee는 이정도밖에 안 받겠습니다. 하면 좋겠다. 그게 프로이자 아티스트다. 택도 없는 소린 줄 안다. 그러면 반대로 super excellent한 결과가 나왔을때도 딱 정해진 fee만 받는 것이 당연해지는 거다.

그리고, 인하우스의 OK싸인만을 바라보고 퍼포먼스 관리를 한다는 것도 큰 문제다. “어떻게 PR효과를 측정합니까?” 되 묻지만 말아라. 솔루션의 개발은 에이전시의 몫이다. 인하우스에게 프레임을 제공해 달라는 부탁…그건 아니다.

3. Professionalism

제냐 맞춤 수트에 에르메스 넥타이, 페라가모 커프스 링크에 아테스토니 구두. 이탈리아산 수제 가죽 브리프케이스에 다이아가 밖힌 몽블랑 만년필을 들고 다녀도…프로가 아닌 ‘놈’은 아닌거다.

컨설턴트로서 외장(外裝)은 프로페셔널리즘에 따라 오는 것이지, 프로페셔널리즘에 앞서가는 것이 아니다. <다행히도(?) PR업계에는 이런 외장을 따라할 고연봉자가 그리 흔하지 않다는데 안도한다…>

프로는 지저분한 일을 안하는게 프로가 아니다. 지저분하고 잡스러운 일들을 밑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시켜 결과를 챙기는 게 프로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부가가치 업무만을 선별적으로 하는 게 프로인거다. 고부가가치 업무만을 하기 위해서는 업무 시스템과 업무유형에 따른 전략적 분담이 선행해야 한다.

가끔씩 에이전시 사장님들의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
– “어디 좋은 인력 없나요? 죽겠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Vs. “소개해준 그 친구는 연봉을 너무 많이 부르네요. 저희가 그렇게까지 줄순 없어요.”
– “PR이라는 게 사람 장사입디다. 좋은 인력들이 많이 모여야 회사가 성장해요.” vs. “아, 그 친구요? 사표내길래 나가라 그랬어요. 앞으로도 일할 사람 얼마든지 많다고”
– “팀장님, 우리가 그래도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인데 그런 일까지…” vs. “아니, 그래도 그렇지 우리 프로들한테 이렇게 fee를 깍으시면 안되죠”

사장님들의 말을 요약하면 간단하다. 사람은 필요하다. 그러나 큰돈 쓸 의향은 없다.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인력이 좋다. 프로페셔널리즘? 그건 클라이언트를 향한 마케팅 워드일 뿐이다. 아참…내 지인들에게 내 자신을 부각하는 팬시 워드도 된다. (코리아 태틀러 연회 사진에 나오시는 사장님들…이해하시겠지요?)

프로는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뻔뻔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뼈를 깍고 피를 말리는게 프로라는 뜻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프로라고 부르는 프로는 없다. 남에게 그렇게 불려져야 하는거다. 진정한 프로에 목마른게 인하우스다. 왜? 돈을 내니까…

4. Entertainment

한국말로 접대라고 한다. 접대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언가? 비싼 음식점. 비싼 양주, 비싼 술집. 하얀봉투…???
에이전시 사장님들 접대 거의 안하신다. 그게 속 편하니까 물론…
(제3자적인 입장에서) 접대에 대해서 사장님들과 이야기 하면 거의 이런말들을 한다.
– “인하우스한테 받는게 고작 월 OOO만원인데 여기에서 접대하고 나면 모가 남겠어요?”
– “그거요. 자주하면 습관되서 못 씁니다. 아주 골치 아파요”
– “우리는 인하우스가 바라지를 않아요. 착한 사람들이죠”

맞는 말이다. 공감이 간다. 그러나 접대라는 말의 의미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데서 이런 답변이 온다는 생각도 한다. 접대라는 의미는 영어로 엔터테인먼트다. 즐겁게 같이 즐기는 것이다. 접대라는 의미를 ‘go drink at room salon’으로 해석하니까 위와 같은 답변이 나오는거다.

에이전시와 인하우스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개인적으로는 에이전시의 경영진들이 각자 담당 클라이언트군을 맡아 돌아가면서 한달에 한번정도 Breakfast meeting같은 것을 하는게 좋을 듯 하다. 에이전시의 담당 AE를 합석시키지 않고 자유롭고 캐쥬얼한 분위기에서 인하우스 담당자의 여러 의견을 듣는 자리같은 것이다.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이야기, 담당 AE의 커리어 개발에 관한 이야기,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 이야기, 에이전시 살림에 대한 고충등등 전반적인 이슈들이 화젯거리가 될수도 있다. 인하우스가 불만이 있으면 에이전시 경영진이 청취할수 있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 정도의 엔터테인먼트면 된다. 이것이야 말로 회사와 업무를 위한 상호간의 엔터테인먼트 아닌가…

조선호텔이나 신라호텔의 아침식사가 부담스러운 가난한(?) 에이전시라면 하다못해 압구정 금수복국이나 청진동 해장국집이라면 어떨까? 저녁식사라면 맥주한잔에 소주한잔이라면 어떨까? 그냥 인하우스를 소외시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는가?

소위 접대에 알러지 일으키시는 사장님들…개인적인 일들로 고급술집 놀러 가셔서 우연히 인하우스 담당자랑 마주치면 서로 기분이 어떨까 한번 상상해 보시라. 그건 아니다.

결론을 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큰 기업이 되기 힘든 원인 중 하나로… 가게 정도 하나 꾸려 나가야 할 그릇 작은 사람들이 회사를 차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업 하지 않아야 할 사람인데 사업을 하는 거다. 기업가 정신이나 사업적 자질이 부족한데도 돈이 탐나 내 장사를 하는 분들을 보면서…그래도 우리나라는 참으로 만만한 사회라는 걸 자주 느낀다.

그러니까 열받아…나 같은 개나 소도 사업 할라 하는거 아닌가. ^ ^

by 우마미 | 2007/05/04 14:24 | 새글들(2007)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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