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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행사에 대해 많은 주변인들이 무척이나 많은 환상과 정확치 않은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패션 홍보대행사쪽에 대한 그들의 환영(illusion)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본다. 특히 GQ, Esquire, Arena, Noblesse, Haute, Luxury, A Few, Korea Tatler ….등의 남성 라이프 트렌드 잡지와 럭셔리 잡지들이 가지고 있는 패션 홍보대행사들에 대한 편견 또는 고정관념은 마치 다른 세계의 그것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각 잡지들 중 맨 앞부분에 종종 할애되는 Contributors코너를 즐겨 본다. 거기에는 이번 호가 나오는데 있어서 수고를 해 준 사람들이 열거되면서 약간은 낯 간지러울 정도의 찬사와 감사가 표현된다. (이건 누구도 태클 걸 수 없다. 편집자들에게는 누구보다도 고마운 사람들 일테니..최소한 이번 호 제작을 위해선.. )
보통 이 코너에는 메이컵 아티스트, 모델, 코디네이터, 사진작가등이 감사의 글을 받곤 한다. 그리고 더 하나 눈에 띄는 부류는 홍보담당자들이다. 각종 명품 시계 보석 호텔 홍보담당자들 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 수입 자동차, 각종 수입 생활용품등에 이르기 까지…홍보담당자들의 사진이 감사의 글과 함께 실린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나같은 일반(?) 홍보담당자에겐 말이다.
생각해보라. 조선일보가 오늘 신문을 만드는데 협조(?)해 준 홍보담당자들의 사진과 감사의 글을 싣는다면? 생각만 해도 우습다. KBS 9시 뉴스가 시작되기전 “그럼 먼저 오늘 뉴스 취재에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을 소개 시켜 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 홍보팀의 홍길동 과장이 ‘국내 PDP 및 LCD TV 경쟁 격화’ 보도를 지원해 주셨습니다…다음으로 ‘국내 주류시장의 새해 전망’ 보도에는 오비맥주 정용민 홍보팀장과 하이트맥주 유경종 차장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뭐 이런식이라면 얼마나 웃긴가.
내가 2000년대 초반 토요타의 렉서스 홍보를 담당할 때 기억이다. 그 때 당시 럭셔리 잡지라고는 오뜨(Haute)와 노블레스(Nobless) 정도가 대표적이었고 거의 자동차 전문잡지들 (Car Vision, Car Life, Motor…)은 실제 소비자들과는 먼 그냥 오따쿠 잡지로서만 취급 받던 시절이었다.
당시 토요타 본사의 토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렉서스 론칭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코리아 태틀러”라는 잡지.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초청장 없이도 행사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통보였다. 홍보담당자이자 의전을 일부 책임져야 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요청이었다. 당시는 그 잡지가 어떤 잡지인 줄 몰랐을 뿐더러, 그들의 태도나 공격적으로 보이는 적극성이 그들을 ‘파파라치’ 수준으로 판단하게 만들었다. 물론 당시 공식적으로 취재 지원은 하지 않았다. 참석한 분들이 워낙 당시에는 얼굴 밝히기를 꺼려하는 양반들이라…공식적 취재지원(특히 태틀러만의 사진촬영 형식)은 불가능이었던거다.
지금도 코리아 테틀러를 보다보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풋내기 홍보담당자로서 무지(無知)의 소치로 잡지를 몰라봤다는 것. 반성할만하다.
코리아 태틀러를 보면 종종 지인들인 홍보대행사 사장들이나 중역들이 눈에 띈다. 각각 클라이언트의 론칭쇼나 행사에 참석했다가 취재 협조(?)를 해준 적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동창회나 송년회등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사진촬영에 응해준 사람도 있는 것 같다.
PR인들의 media exposure에 대해서는 난 개인적으로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PR 담당자의 media exposure는 회사를 대표(corporate spokesperson)해 official statement를 전달하기 위한 경우를 빼 놓고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marketing communication 활동에 있어서 PR 담당자가 직접 출연 또는 인터뷰를 하는 것은 전혀 프로답지 못한 것이라고 믿는다.
간간히 후배들이 포토세션을 진행하면서 담당자인 자기가 직접 사진기사 배경으로 나와 자연스레 출연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그렇게 나는 못 마땅하다. PR 담당자는 invisible hand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Marketing Communication에 있어서 PR 담당자가 출연함으로서 얻는 결과는 부정적인 것이 더 많다.
현대 소비자들은 혼돈의 시장상황에서 언제나 피해 의식에 젖어 있게 되었다. 항상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의심하게 된것이다. 너무나 많은 제품들이나 서비스들이 그들을 ‘뺑소니’했기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들에 대해 왠만해서는 쉽게 신뢰를 주지 않게 되었다.
또한 수년전보다 신문기사들 하나 하나에 대한 신뢰도는 가시적으로 추락했다. 특히 사진 기사가 가져다 주는 신뢰도의 깊이는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 (이것도 홍보대행사들이나 홍보팀등이 언론에게 가져다 준 슬픈 선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에 직접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홍보담당자의 얼굴이 등장한다면 그게 어떻게 신뢰를 더해 주겠는가? 언론을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이유는 중립성과 객관성, 공평성… 이딴 가치들때문이다. 이러한 언론 고유의 가치를 이용 한답시고, 도리어 망쳐 놓는 일이 바로 홍보 담당자의 media exposure라고 본다.
패션 홍보대행사 CEO들이나 인하우스 홍보담당자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새로운 클라이언트에게 구경도 시켜주고 싶고 할 테지만, PR에 있어서 신뢰성을 중심으로 하는 professionalism 측면에서는 하찮은 media exposure 정도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IWC라는 시계 브랜드를 무척 좋아한다. IWC 시계를 항상 차고 다니면서 어디서나 그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꼼꼼히 읽고 머리속에 넣곤 한다. 여러 잡지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시계 화보들 중에서 IWC 라인의 시계들을 찾아내고 사양을 읽으면서 행복해 하는 소비자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나 시계에 대한 평가가 담당 에디터의 식견과 분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잡지 contributiors 코너에서 이쁘게 웃고 있는 IWC 홍보 or 마케팅 담당 여직원의 입에서 나왔다고 하면 의미는 반감된다. 그러면 차라리 그 잡지를 읽지 않고 IWC 카달로그를 읽는게 더 낫겠다. 무료일테니…
년말 여기저기 잡지에서 눈에 띄는 홍보대행사 CEO분들의 웃는 얼굴도 한편 반갑기는 하지만, 씁쓸한 감정이 나는 건 나만 그런건지…솔직히 궁금하다.
패션 홍보대행사 (?)에 대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한번 해 보려한다. 화려해 보이는 그 뒷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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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PR인의 Media Expo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