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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론과 PR인의 갑을 관계
2. 기업의 언론에 대한 접대문화
3. 전략보다는 인간적 네트워크에 의지하는 현상
이 세가지가 공통적으로 주된 비판 요지인것 같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비판하기 전에 학자들과 초보실무자들이 이해해야 할 포인트들이 있다.
A. PR은 무공해 진공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B. PR은 무한 경쟁 환경내에서 이루어진다
C. 기업에서 언론으로 흐르는 메시지 흐름에 있어 엄청난 공급과잉이 매일 존재한다
A.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everyday issue들은 서로 서로 부딪히고 재생산되면서 누구도 예측할수 없는 불안정성을 가진다. 수없이 생겨나는 부정적인 또는 부정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이슈들이 매일 매시간 만들어 진다. (흠결없이 완벽하고 무한 안정적인 기업이 이 세상에 어디 있나?)
이런 환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언론은 이러한 이슈들을 매일 취재하는 것이고, 공중에게 영향을 미칠수 있는 기업의 이슈를 기사화 하는 것이다.
우리회사만 떳떳하면 되지…하는 시각은 실무자의 것이 아니다. 아서 페이지가 한말처럼 “PR은 90%가 옳은일을 하는것이고 10%가 그것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라는 시각에는 100% 동의한다. 그러나 실무에는 예상치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적 10%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문제를 일으키는 시한 폭탄인것이다.
실무자는 이러한 불안정하고 예측할수 없는 환경에서 항상 5분 대기조 형식의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어디에 가던 휴대폰을 소지하고 어디서나 회사의 PR데이터베이스에 접근 할수 있어야 하고, CEO를 포함한 매니지먼트 커미티와 안정적 핫라인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기업의 이슈들이 영업이나 마케팅 일선상에서 발화된다고 볼 때 그 이슈를 초기에 진화해야 할 의무는 해당 담당자 라인들이다. 그러나 그 이슈가 일단 그 라인을 넘어 PR 부서에 까지 넘어 왔다면, PR 라인은 어떠한 활동을 통해서라도 더이상의 이슈 확산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PR은 절대 무공해 진공상태에서 진행되지는 않는다.
B. 우리나라 기자는 자신의 출입처 개념이 있고, 담당 업계가 있다. 유통업계 및 식음료 주류 담당기자들을 예로들면 약 200여개 이상의 기업들로 이루어진 ‘업계’를 담당한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먹고 쓰고 입고 사고 마시고하는 모든 것에 관련된 기업이 얼마나 되는가?
그 기업들의 대부분은 내부에 PR팀 또는 담당자들을 통해 수없이 많은 메시지들을 기자들에게 딜리버리하고 있다. 하루에 기자한명이 받는 보도자료와 기획기사 아이디어, 취재요청등등이 얼마나 되는지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메일로 전달되는 기업들의 보도자료는 그 제목만 읽혀지고 90% 이상이 기자에 의해 삭제된다. 기획기사나 취재요청을 위한 기자와의 미팅도 기자가 하루동안 만날수 있거나 커뮤니케이션 할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기 때문에 만만치가 않다. (중소기업이나 하급 에이전시 PR담당자들은 기자들을 만날 기회조차 없을 때도 있다)
좋은 기사자료를 가지고 있어도 전달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사례가 종종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실 기자가 만사를 재쳐두고 기사를 위해 PR팀을 졸졸 쫓아다닐 만큼 훌륭한 기사자료가 일개 기업에게 또 얼마나 자주 있을까?)
기자가 하루에 쓰는 기사의 량은 한두개로 한정된다. 따라서 우리의 오늘 보도자료가 기자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되어지고 다른 동종업계 또는 경쟁사와의 가치 싸움에서 이기는 확률. 그리고 그것이 데스크의 인가를 받아 실제로 활자화되어 기사 지면에 실릴 확률. 그 기사가 해당 독자에게 읽혀서 태도변화를 일으킬 확률….이런것들을 보면 PR은 우리가 상상할수 없는 경쟁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단신 기사하나라도 그것이 잉크로 쓰여진 것이기 보다는 PR담당자의 눈물과 피로 쓰여지는 것이다.
C. 기업의 수가 많은가? 언론의 수가 많은가? 기업들의 메시지가 많은가? 기사의 수가 많은가? PR담당자가 많은가? 기자의 수가 많은가? 기업에서 언론으로 흐르는 정보의 양은 무지막지한 공급과잉이다. 기사의 가치가 있는 정보들만 추려내도 신문을 다 채우고도 그 수십에서 수백배가 남는다.
그러면 이러한 이해속에서…
1. 왜 PR담당자들은 을이고 기자는 갑인가? PR담당자들은 자기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기사화에 성공해야 자신의 업무를 인정받는다. 기자는 기사 가치가 있는 기사를 써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특정 기업의 기사를 꼭 써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기사가치가 있는 기사들은 여기저기 넘쳐난다. 자기가 써야할 기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칼자루를 쥔자는 누구인가?
예를들어 이마트에 납품을 하고 싶어하는 (팔리던 안팔리던) 회사들은 수천 수만개 존재한다. 그러나 매장은 한정되어있고, 좋은 제품들은 여기저기 널려있다. 따라서 이마트에게는 꼭 어떤 회사의 제품을 받아주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이는 PR뿐만아니라 영업이나, 마케팅현장, 그외 인간사 여러곳에서도 당연히 적용되는 사회적 법칙일뿐이다. 기자에게 을로 취급 받고 싶지 않은 실무자가 있다면, 차라리 PR 필드를 떠나라고 하고 싶다. 그냥 사업을 하던가…사업에도 갑과 을 환경이 없을린 만무하다 하긴…
훌륭한 가치있는 기사꺼리를 PR담당자가 가지고 있다고 하더래도 기자는 항상 갑이다. 게이트키퍼의 파워를 무시하지 말라.
2. 한국의 남성 30-40대, 비슷한 대졸 및 대학원졸, 수백개의 출입처, 수천명의 PR담당자, 한정된 일과시간, 업무의 부담…이런환경이 접대문화를 만든다. PR담당자들은 어떻게든 해당 기자와 빠른시간내에 가까와져 그 기자의 share of mind를 차지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퍼포먼스를 도출할수 있다) 한 기자를 놓고 수백 수천명의 기업과 PR담당자들이 서로 가까와지려고 경쟁을 하는 셈이다.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무섭지 않은가?
기자는 어떤가. 일과가 끝나고 허락되는 몇시간동안 그가 판단하기에 기사의 주요 소스가 되는 취재원들과 빨리 친해져야 한다. 의미있는 소스가 되지 못하는 함량미달 취재원들까지 다 만날수는 없다. 얼마나 가치있는 취재원들과 인적 관계를 맺느냐가 민완기자의 가장 큰 덕목이라 이들도 심적압박이 심하다.
이러한 구도에서 두 접점이 만나면 한국적 문화에서 무엇을 할까? 어렵게 어렵게 일정을 잡아 저녁시간 처음 명함을 주고 받았다. 이후…같이 뜨게질을 하나? 같이 발레강습을 받으러 가나? 같이 손잡고 뮤지컬을 보나?….접대문화를 탓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술이 싫은건가? 그렇게 비지니스하는게 싫은건가? 접대도 비지니스의 연장이다. PR뿐만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기자에게 10번 전화하는 것 보다 1번 같이 점심을 하는것이 효과적이다. 또 10번 점심을 하는 것 보다 1번 저녁에 술을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떤면에서 효과적이냐고? 시간투자량, 예산, 친밀도, 그 친밀도까지 이르는 기간, 체력, 이미지…이런 측면에서 이러한 경험상의 원칙이 존재한다. 비지니스 전략이란 우선 투자량 대비 생산성을 따져야 하는거다. 비지니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이성적이고 매정하다.
3. 전략이 없다? 접대를 하면서 인간관계에 의지하는 실무자들이 무슨 전략인가? 실제로 기자들과 술자리를 해본 실무자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기자와의 술자리에서는 왠만한 교수들의 세미나 자리보다 더 심한 두뇌 싸움이 일어난다. 말한마디 정보하나 하나가 대화를 통해 언제든 기사화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질문의 전문가이고 PR담당자들은 답변의 전문가들이다. 이 두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이슈들을 가지고 술한잔과 말을 섞을 때…그 팽팽한 긴장감과 압박은 그 자리에 있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수 있다. 전략적인 질문과 답변에서 오는 아우라다.
인간관계에 의지하지 않는 (인간관계가 성립되어 있지 않은) 전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전략은 실행되고 퍼포먼스를 얻었을때만이 성공한 전략이다. 기획서에 쓰여 있는 글자 장난이 아닌거다. 나에게 만약 인간관계 없는 전략과 전략 없는 인간관계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한다면… 회사를 위해서는 차라리 전략 없는 인간관계가 조금 더 낫다라고 하고 싶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실무를 진행하는 PR담당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길게 한번 써봤다. 실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부 PR Stakeholder들과 junior 실무자들을 위해 써봤다.
내가 이전들글에서도 쓴적이 있지만 종종 PR 학자들은 실무자들을 이렇게 폄하한다. “전략이 없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PR학자들에 대해 이렇게 비꼰다. “실제 경험이 없다”
이런 절름발이 환경, 서로 비판만하는 환경이 우리나라 PR 환경인게 너무 안타까울뿐이다. 그 밖에 다른 환경들은 냉정하리 만큼 정상적이다…비지니스란 그런 거기 때문이다. PR을 혹시 유리온실속 ‘학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stakeholder들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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