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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대행사의 서비스論
일반적으로 서비스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짜, 무료, 선심”등의 뜻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은 듯 합니다. 허름한 밥집에 가도 아주머니가 시키지도 않은 계란후라이를 하나 접시에 담아주면서 “이건 서비스야!”하시는 걸 보니 말입니다.
대행사가 파는 서비스는 물론 공짜가 아니지요. Retainer fee라는 돈을 지불하는 유가(有價)의 서비스입니다. 고가(高價)의 서비스이기도 하지요.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PR서비스는 비싼 서비스입니다. 한달에 5-600만원정도 이상인 월 Retainer fee도 년간 베이스로 보면 6-7000만원짜리고 거기에 직접경비와 프로젝트등을 더해서 평균적으로 한 클라이언트가 대행사에 지불하는 돈은 어림잡아 일년에 1억남짓합니다.
일부 대행사 사장님들께서는 이 retainer fee라는 것은 대행사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유지 말 그대로 retain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미로 해석하셔서 “어쨋거나 시간이 지나면 달마다 회사통장에 입금되는 공(空)돈”으로 retainer fee를 보시면 안됩니다.
retainer fee에도 그 가치에 맞는 서비스의 세부내역이 분명 있습니다. 일종의 retainer service package라는 것인데…모니터링을 포함, 보도자료, 기자응대 및 자료전달, 미디어리스트 개발 및 업데이트, 월간 모니터링 및 활동보고서등등의 기본적인 서비스 묶음이지요.
한국인들은 항상 계약서를 하나의 요식행위로 생각하는데 분명 계약서에는 대행사가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조목조목 적혀 있습니다.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것은 논의의 주제가 될 수 없지요. 문제는 그 각각의 서비스가 과연 retainer fee만큼의 가치를 하는가 하지 않는가입니다.
에이전시와 클라이언트간의 controversy는 여기서 생겨나는 법이지요. 제가 대행사와 인하우스에 머무르면서 느끼는 것인데 대행사는 “over service”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인하우스는 똑같은 서비스를 보고 “under service”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행사에서 지내다가 인하우스로 들어온 제가 이렇게 생각될 정도면 본래 인하우스에 계신분들은 어떨까요? 아마 그 느낌은 더욱 강할 듯 합니다.
비지니스도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인데.. 현재 PR대행사들은 얼마나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잘하시는 곳도 계시겠지만..)
우선 retainer fee가 항상 불만족스럽다고 PR대행사들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이 회사에 PR서비스를 시작한지가 어언 몇년이 지났는데 그 이전하고 지금하고 retainer fee가 몇% 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 계약 갱신때는 얼마로 올려달라. 이런말들이 인하우스에게 전해지고는 하지요.
가만히 생각해 봅시다. Retainer fee는 분명 외부 사업체에게 지불하는 cost입니다. 사내에 있는 직원들이 근무 연차에 따라 월급이나 연봉이 상향조정 되듯이 시간이 갈 수록 자연히 오르는 그런 성격이 아닙니다.
직원들의 연봉도 협상을 합니다. 각자 자기의 업적을 잘 포장하고 디자인해서 상급자들과 기나긴 면담과 네고 프로세스를 거친 후 단 몇 % 오른 금액을 지급받습니다. 그렇게 보면 대행사는 자신들의 업적을 어떻게 인하우스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을까요?
PR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PR이 효과적이라는 거 우리 모두다 아는 사실인데 뭐 그걸 입증해야 하나? PR이 없었다면 이 회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해 보실렵니까? 나를 봐서라도 내얼굴을 봐서라도 얼마 올려주시길…등등이 일반적인 접근이지요. 논리적인 deal과 negotiation이 참으로 부족한 듯 합니다.
대행사에는 quality control manager 또는 client management manager등의 직책과 역할이 필요할 듯 합니다. 어떻게 클라이언트에게 만족감을 주고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 어떤 수준의 품질을 제공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클라이언트 관리라고하면 클라이언트를 접대하고 등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건 아닙니다.
Top Manager들 중 하나가 자신의 대행사 클라이언트들을 각각 분기별로 만나 식사를 하면서라도 자신의 대행사 담당 AE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또한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에 만족하고 있는지, 어떠한 개선점이 있는건 아닌지 등등을 직접 듣고 개선점을 마련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기적인 feeback 시스템은 건강한 클라이언트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장기간의 파트너쉽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년내내 공유된 service & performance관(觀)을 가지고 가는 셈이지요.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 인하우스와 에이전시는 참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갭을 메우는 대행사만이 “서비스가 완벽하다”는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대행사 선배들로부터 “에이전트의 첫번째 행동요령은 ‘침소봉대'”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안바빠도 바쁘다. 힘안들어도 힘들다. 작아도 크다. 적어도 많다..등등 무슨이유인지는 몰라도 에이전트는 바쁘고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인하우스에게 주어야 한다는 주문이었지요. (상당히 비지니스적인 발상입니다.)
좋습니다. 비록 이 행동요령이 약간 윤리적이지는 못하다손 치더라도 이런 모습을 프로페셔널하게 보여줄 수 있으면 그야 다행입니다. 문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관계적인 서비스 품질 증진 방안
-클라이언트에게 하루에 한번 캐쥬얼 전화하기 (아무 목적이 없어도 업무진행인사 등)
-이메일로 소솔한 정보들을 물어다 주기
-인하우스 경영자들이나 key person들이 기사화 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기사를 아름답게 인쇄하고 액자화해서 개인적으로 선물하기
-인하우스 PR담당 이외에도 다른 주변 업무 담당자들과도 친하기 (예, 마케팅, 기획, 영업 팀장급들)
-정기적으로 인하우스와 소주먹기 (AE의 개인적 피드백)
-월간모니터링 및 활동보고서는 직접 인하우스를 방문해 손으로 전달하기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더 좋음)
기본적인 서비스 품질
– 프로페셔널한 의상 및 look (남자: 깨끗하고 약간 비싸보이는 정장+구두+악세서리, 여자: 약간 고상해보이는 정장 +구두+ 악세서리, 그리고 남년 공히 프로의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한 브리프케이스):누가보아도 프로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준
– 간결하고 상큼한 프리젠테이션 능력 및 언어 구사력
– PR은 문서로도 말한다.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뚝뚝 떨어지는 보고서, 제안서, 스테이셔너리 등등
– 프로페셔널리즘은 고급을 의미한다. 각종 프리젠테이션장비(빔프로젝터, 레이저포인터, 스크린, 음향기기 등등), 업무장비(노트북, 데스크탑, 전화, 프린터, 복사기, 디지털카메라, 스캐너류)등은 말쑥하고 고급이어야 한다. – 최소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비치된 것들보다는 나아야 한다.
– 전문성 및 여러가지 사실에 능통한 지식
이상과 같은 서비스 품질이 전제되는 상황하에서 계약은 지속되고 더욱 발전강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퍼포먼스는 항상 최상이라는 것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럼 이글을 읽는 대행사분들은 또 한마디씩 하실 것 같습니다. “돈만 많이 줘봐라 그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분명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나 하는 해결점 없는 논쟁의 주제는 아닙니다. 간간히는 돈을 많이 주어도 하지 않는 대행사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상과 같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실천유무는 재정적인 원인에 기반하지 않고 경영자의 경영철학과 비전 그리고 정체성에 기반한다고 봅니다.
이런 가치들을 공유하고 있지 않는 대행사들에게 대규모의 retainer fee는 차라리 마취제나 쥐약과 같습니다. 대행사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 시키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본글을 줄여보자면 현재 대행사들은 자신의 서비스와 역할 및 가치에 대한 논리적인 지원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서비스품질의 향상에 있어서 경영철학, 비전 및 정체성에 기반한 사고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항상 대행사관련 글에서는 대행사 사장님들의 경각을 바라는 끝맺음을 하곤 하는데 이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는 일선의 AE들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가능한 해결 및 발전방향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멀리서 친정을 바라보면서 아쉬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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