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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은 경영 기능이다
정용민(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PR이 마케팅인가? PR이 영업인가? PR이 교육인가? PR이 고객서비스인가? 모두 아니다, 또 모두 맞다. PR은 때로는 마케팅 활동을 지원한다. 영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환경 또한 제공한다. PR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대상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고객들에게도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다가가려고 한다. 이 거이 모두 다 기업 및 조직을 위해서다.
PR의 목적은 한마디로 ‘성공적인 기업 및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성공적인 기업 및 조직의 의미는 무엇일까? 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성공적인 기업 및 조직의 의미가 정의되고는 하지만 PR이 지향하는 성공적인 기업 및 조직은 “좋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 및 사회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 및 조직으로서, 시장 및 사회에서 이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기업 및 조직”으로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R이 마케팅을 지원하는 이유는 우리의 좋은 제품 또는 서비스에 관해 목표공중과 ‘올바로’ 커뮤니케이션 하기위한 것이다. 우리의 제품이 ‘은(銀)’일 때 고객들이 그 제품을 ‘은(銀)’으로 이해하고 구입한 후 만족스럽게 하기 위한 것이 마케팅을 지원하는 PR의 목표다. 우리회사의 ‘은(銀)’을 고객들이 ‘동(銅)’으로 생각해서 구입하지 않는 것은 제대로 PR이 마케팅을 지원하지 않은 증거다. 반대로 우리회사의 ‘은(銀)’을 ‘금(金)이나 다이어몬드’로 고객들이 이해하고 구입하게 만드는 것은 PR이 할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판단할 때 진정으로 우리회사의 것이 좋은 제품 및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전제라는 것이다.
PR이 영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우리 좋은 제품 또는 서비스가 다른 경쟁사 또는 경쟁조직의 그것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것이다. 어떠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나 세일즈 토크(sales talk)를 개발해서 메시지화하고 유요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가를 PR과 영업부문은 함께 상의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주제들은 제 3자적인 입장에서 사실적이고 명확한 것들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PR이 교육을 지원하는 것 또한 온전히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다. 교육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사원들과, 고객들과, 공중들과 함께 균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함께 의미와 목표를 공유하고 큰일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의 힘을 PR이 생산해 낸다. 물론 이 지원 활동에도 전제가 있다. 모든 교육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주제가 주체와 객체간 상생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PR이 고객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더욱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서다. 더 나아가 우리 기업 및 조직에게 이상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들의 불만을 적극적인 자세로 듣고 해결하려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고객 서비스 부문을 위해 고객과 자사간의 균형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는 것이 PR이다. 자사에 대한 안티사이트를 적절하게 대응 관리하는 것 또한 PR의 일이다. 쌍방향적인 고객 서비스 (CS)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해당 기업이 PR마인드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고객 서비스에 PR의 쌍방향성을 가미하면 더욱 훌륭한 제품 및 서비스를 위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 일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PR은 기업의 여러 활동 분야들을 지원하지만, 한편으로는 각 분야들의 중심 기능에 가깝다. 쌀의 눈과 같다고 할까. 이렇듯 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주는 PR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곧 ‘경영’이다. 성공적 기업 및 조직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활동. 이것이 PR과 경영의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PR인은 작은 CEO다
기업 및 조직 내에서 PR담당자들은 정보를 관리한다. 정보는 곧 기업 및 조직 내에서 힘의 상징이다. 일부 조직에서 홍보담당자나 대변인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 또는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업 및 조직 자신에게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경영자가 아는 정보는 PR인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의 전대통령 빌 클린턴 시절에 공보 비서관(press secretary)로 유명한 마이크 맥커리 (Mike McCurry)는 “PR인(대변인)은 마치 정부 내부에서 공중을 위한 정보를 취재하는 기자와 같다. 공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가지는 것이 PR인 (대변인)의 역할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청와대 대변인의 비교 사례)
송경희씨는 2003년 2월 10일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된 뒤 가진 첫 기자회견 때부터 ‘뉴스메이커’였다. 당시 송 대변인은 ‘대통령(당선자)의 국정철학’을 묻는 질문에 “당선자를 만난 적이 없어 다음에 말하겠다”고 답해 기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노 대통령 당선자는 송 대변인에게 “나에게 호감을 갖고 지지했다면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있을 텐데 왜 그렇게 대답했느냐”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후 송 대변인은 취임 전까지 각종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고 대통령의 저서를 읽는 등 ‘노무현 익히기’에 주력했다. 그의 ‘학습’은 대통령의 취임 후까지 계속됐다. (OHMYNEWS, 2003.03.23)
PR인은 기업 및 조직 내에서 그 기업 및 조직만의 사명, 비전, 가치등에 관해서는 가장 정통한 소스이자 정예의 역할 모델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그 기업 및 조직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람은 당연히 “CEO”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성(Visibility)을 개발, 확보하는 것은 그 기업 및 조직의 PR인이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PR인들은 자신 기업의 사명, 비전, 가치를 이해하게 되고 체득하게 되어 마침내 작은 CEO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PR인 스스로가 외적으로는 기업 및 조직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내적으로는 역할모델로서 기능을 다하게 된다는 뜻이다.
PR인들은 기업 및 조직의 피를 돌게 한다. 자신의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하루를 보내는 PR인은 좋은 PR인 일찌는 몰라도 훌륭한 PR인이 되긴 힘들다. PR인들은 항상 걸어 다녀야 한다. 각 부서만의 생각들과 활동들을 이해하고 자신이 나서서 부서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중재자 또는 조정자의 역할이라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마치 GE의 전회장 잭 웰치가 사무실 안을 걸어 다니 듯이 PR인들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쉴새 없이 걸어야 한다.
CCO. 기업의 관계 자산을 책임지는 자
PR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고위직책은 CCO(Chief Executive Officer)다. 우리나라말로 옮기면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임원들의 직책명을 한번 살펴보자. COO (Chief Operating Officer), 즉 최고 업무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업무 전반을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 재무 책임자다. 기업의 재무 자산 전반을 관리 책임진다.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최고 정보 책임자다. 기업의 정보자산을 관리 책임진다. CMO(Chief Marketing Officer)는 어떤가. 최고 마케팅 책임자다. 기업의 마케팅 자산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CCO(Chief Executive Officer)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자산 즉 관계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직책이란 의미가 되겠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자산 (communication asset)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기업의 명성과 같이 기업 주변의 중요한 관계공중(Stakeholder)들과의 관계(relationship)자체가 자산이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모습을 보자. 한 두줄 만을 얼기설기 역어 놓고 거미줄 치기를 마치지 않는다. 만약 한두 줄로 만들어진 거미줄이 있다면, 그렇게 성긴 거미줄에 어떤 곤충이 걸려들 까. 거미줄은 최소한 수십 가닥 이상이 서로서로 엮여서 하나의 망(Network)을 만들어 전체로서 견고한 거미줄을 이룬다. 그래야 망의 형이 흩뜨러지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거미줄 한 부분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거미는 재빠르게 찢어진 양쪽 부분을 촘촘하게 다시 연결해 최초의 모양을 유지 관리한다.
기업의 관계자산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매체만의 관계 하나가 기업의 생존과 성공에 전반적으로 이바지 할 수는 없다. 기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이해 공중들과의 견고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관계의 부분이 흩뜨러지면 PR인들은 즉각 관심을 가지고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렇게 거미줄 같은 기업과 공중간의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바로 CCO인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는 50년이 걸리지만, 그 명성을 잃는 데는 채 5분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얼마나 CCO의 일이 어렵고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표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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