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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외국계기업의 인하우스 PR인력들을 만났었습니다.
그들과의 일련의 대화 속에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PR대행사의 경쟁력”에 대한 생각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주장 및 상호 토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행사를 쓰고 싶지않다. 왜냐하면 그정도의 서비스를 돈을 주고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있던 이전 국내 인하우스의 경우 홍보실 입사 3년차가 되어야 보도자료에 손을 댈 수 있었다. 그러나 대행사는 아무나 보도자료를 쓴다. 나는 내 회사의 보도자료가 겨우 몇개월차 AE에 의해 쓰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전 인하우스 시절에는 하루에 한번 보도자료를 냈다. 대행사에 그런 짬밥이 있나? 컨설팅도 마찬가지다. 컨설팅이란게 그냥 사람들이 앉아서 주먹구구식으로 리포트만 작성하면 되나? 훌륭한 작품이 나오려면 여러가지 사내 정보 지원이 있고 그 위에 우수한 인력으로 짜여진 팀이 움직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행사에 우수한 인력이 있다는 것을 별로 믿지 않는다. 그 정도의 연봉에 대행사에서 일하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이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갓 학교를 졸업한 인력 (유학생 포함) 또는 어느정도 경력을 쌓아 좋은 인하우스로 가려는 인력이 전부일 것이다. 왠만큼 대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하면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인하우스로 팔려간다. 남는건 그저 그런 인력들이다. 인하우스로 가지 않는 인력들 중 얼마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금방 자신의 대행사를 차리곤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자신은 잘났다고 평가 받을찌 모르지만 자기가 데리고 있는 AE들도 과연 그만큼의 “정예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행사가 시스템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경영자들의 비전이 없는 것이 문제의 핵이다. 지적서비스 또는 프로페셔널 서비스라고 불리는 이런 산업형태는 선진국에서도 가장 발전된 사업 형태로 보고있다. 경영컨설팅, 회계 및 법률 서비스등이 그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러한 사업은 특성상 고도의 경영수준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PR서비스 기업들의 경영수준은 1차산업 수준에 머무른다. 경영진들의 사고방식도 사업재만 지적서비스라고 하지만 운용 또는 관리는 1차산업식으로 한다. 그게 아는 것이 전부이니 편하기 때문이다. 선진적인 경영방식을 모르기도 하지만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해가 안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참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외국의 대행사에 대해서는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조금만 공부하고 실천하면 이룰수 있는 경영수준이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 대행사가 돈이 없어서 AE들에게 박봉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경영진의 첨단사업을 한다는 개념과 어떻게 해야 이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자신만의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대한 이야기 같지만, 박봉은 좋은인력을 붙잡지 못하고, 또 좋은인력이 없으면 돈이 (많이) 벌리지 않고 곧 남아있는 인력들의 연봉은 더 줄어들거나 변하지 않게 된다. 결국 대행사가 망하고 대행산업 전체가 저급 서비스 산업으로 몰락을 하게 된다. 현재도 외부에서 보는 대행산업의 수준이 이를 대변해주지 않는가. 그러나 현재 대행사에서의 논의는 이런 일련의 문제의 핵심을 벋어나고 있다. AE개인의 윤리성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행사간의 경쟁이라는 것은 또 무슨의미가 있는가. 이는 마치 피리부는 나그네를 따라 깊은 호수 낭떨어지로 몰려가는 쥐들의 모습같다. 몰려가면서 곧 죽을 쥐들이 ‘줄 맞추어 달리자’는 운동을 하는 격이 아닌가. 일부 대행사들에서 내부적인 시스템 구축활동이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시스템 구축활동 이전에 경영진의 충분한 정도의 비전이 사내에 공유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약한 비전이 있거나 별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영진 밑에서 우리들 나름데로의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들은 단기간으론 가시적인 무언가를 발견하고 기뻐할 수는 있지만, 그 노력의 핵심주체들이 대행사를 떠나면 끝이기 때문이다. 가장 웃기는 업계의 논의 주제는 ‘외부의 PR 및 PR서비스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다. 나로부터 개혁하고 실천하는 노력은 없이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외부환경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남탓을 한다. 그것도 심각한 듯…
최근들어 인하우스에서 원하는 서비스의 유형이 몇년 전 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본다. 이전에는 모든 언론관계활동을 아웃소싱하려는 스타일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슈별 아웃소싱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대행사에 대한 또 다른 기회 또는 위기요인이 되고 있다. 인하우스 인력들 수준의 성장속도가 대행사보다 높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인하우스가 해결하기 어렵고 특수한 솔루션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대행사들은 이제 일반적이고 반복적인 서비스 보다는 특수하고 생소한 서비스를 생생하게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서 있다. 문제는 역량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말하듯 “아무나 조금 배우면 할 수 있는’서비스를 일관되게 제공하며 만족해 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뀐것이다. 당장 이슈관리 솔류션을 내어 놓으라는 주문을 받는다. 위기관리 서비스를 얼마에 제공할 수 있냐는 문의를 받는다. PI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브랜드 아이텐티티 교정작업에 참석해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달라고 한다. 이 얼마나 생소한 분야들인가…이는 일반 대행사들에게는 곧 위기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솔루션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도 없다. 다만 있는 것이라고는 인접분야 (언론관계) 경험에 근거한 ‘열정’뿐이다. ‘지식이 없는 열정은 빛 없는 촛불과 같다’라고 했던가. 맨땅에 헤딩식의 대행사 행동방식은 인하우스에게 결국 배신감을 선사하고 우리 대행산업은 그로 인해 치명적인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다.
그것도 이해된다. 그런 주문은 많은 부분 외국기업들이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외국기업 인하우스 홍보인력들은 전문적 PR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근래들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비서들이나 마케팅관련 인력들이 그냥 대행사 거느리면서 이럭 저럭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인하우스에 있기 때문에 그들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개념이 없다. 종종 대행사들이 그것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편한 부분도 있으리라 본다. 잘 모르니까. 아마 그런 인하우스 사람들이 대행사로 부터 솔루션을 구하리라 본다.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솔루션을 대행사에서 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대행사는 솔루션을 구하기에는 너무 수준이 따라오지 못한다. 그들은 단지 실행기관이 될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도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상황을 대행사 경영진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대행사간의 차별성이나 우열성등은 일선 AE들이 더 잘아는 것 같다. 외부의 변화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내 갈 길만 간다는 철학이 있는것 같다. 지금은 업계 내부에서 도토리 키재기를 하기 보다는 서로 상생 성장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도 내 놓아야 할 것같다. 업계자체의 위기관리라고나 할 까. “인력관리”와 “서비스관리”가 가장 큰 이슈인것 같다. 최근 ‘고급인력들이 대행사로 몰린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많이 웃었다. 좋은 인력들이 왜 대행사로 올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 단지 이미지 때문이다. 실체를 몰라서 그런다. 대행사측에서도 대학원 출신자들 또는 외국유학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고 하지만, 이러 소위 고급 인력들에게 남들 (다른 산업) 만큼의 경쟁력있는 대우를 해주고 있는 지 묻고 싶다. 미숙한 이미지만을 간직하고 들어온 고급인력들을 얼만큼 보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워낙 지원자가 많으니까 돈을 안주어도 일하겠다는 사람도 나올 지경인데 뭐 보수가 많이 줄 필요가 있나?”는 생각이 우리 업계를 망친다. 그러면 맥킨지 컨설팅 같은 경영 컨설팅 인력들은 아마 교통비만 받고 다니고 있어야 한다. 일부 경영컨설턴트들 처럼 초임은 (비교적) 약해도 곧 자신의 실력에 따라 급격한 보수상승이 이루어 지는 시스템도 아니지 않나 대행사업계는.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대행사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많이 하는 사람들 중 많은 부분이 직접 대행사를 차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화 해보겠다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 중 거의 대부분이 별 두각을 못 나타낸다. 기존의 비판받던 대행사에서는 “그것봐라 말이랑 실천은 다른거다”라며 내심 고소해 한다. 개인적으로 대행사 경영을 할 그릇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전은 자신의 역량에 기반한다. 대행사를 차리는 분들의 많은 분들이 “좋은 AE”가 될 수 있는 분들이 많다. 좋은 AE와 좋은 대행사 경영자는 엄청나게 틀리다. 그릇 곧 역량의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현재 대행사에 경영비전이 없는 것도 역량이 그 이유일 것이다. 패기만 앞선다는 것도 문제다. 젊은 대행사 사장님들이 소위 “영업”을 다니시는 것을 본다. 가슴 아프다.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생소하다는 느낌이다.
동네가게들도 돈을 버는 가게와 벌지 못하는 가게의 주인에게는 다른 그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비유를 하기에는 우리 대행사의 현실이 더 심각하다. 단순히 경영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적인 문제다. 다른 업계는 뛰어가는 데 우리는 걸어가며 만족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아마 이대로 가면 “엄청난 업계 각성 또는 변화운동”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한 10년 이상 업계 미래는 암울하다. 한 업계 선배가 자기가 업계에 들어 올 때인 10여년 전에 자기의 선배들이 “한 10년 후에는 PR이 크게 발전하고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당시 어떤 근거로 그 대선배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후배들에게 “10년 후엔 좋아지리라”는 말을 섵불리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두렵다…..
이정도로 줄입니다….또 이슈가 생기면 토론 내용을 적어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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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PR대행사의 경쟁력 (토론) (2002) 수정 |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