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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PR (2001년 작성)
소위 “벤쳐붐”으로 대변되던 국내 IT기업들의 기세가 근래 들어 상당히 저하되면서 그러한 호기(好期)를 함께하며 기업들의 소식을 확대 재생산 했던 매체들과 홍보대행사들도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다시 한번 우리 IT PR에 관한 생각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도래할 “좀더 발전된 IT PR”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현재 우리 홍보인들이 해야 할 가장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PR역사를 되돌아 보면 90년대 초 까지도 국내 PR은 재벌로 대변되는 대기업 위주의 매체접근이 전부였다. 소위 굴뚝산업으로 대변되는 국내 재벌 주류 기업들의 홍보는 대부분 방어적인 실행을 보여주기가 일쑤였다.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를 최소화 하려는 제반의 노력들이 중심이 되는 이러한 형태의 일방향적인 PR을 아날로그 시대의 P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국내 PR의 큰 조류는 외국기업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하면서,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IT관련 산업의 호황에 부응하며 그 모습이 점차 변화되게 된다. 특히 IT관련 벤쳐 기업들과 관련한 PR은 국내 PR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게 되었는데, 이를 이전 대기업의 PR방식과 구별 짓기 위해 아날로그와 반대된 의미인 “디지털 시대의 PR”이라고 명명 하기도 한다.
무엇이 과연 “디지털 시대의 PR”인가?
첫째, 디지털 시대의 PR은 내적으로 쌍방향적인 실행을 추구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매체를 갖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의 PR은 철저한 쌍방향성을 추구하지 않고서는 생존자체가 불가능 해졌다. 기업 홈페이지의 게시판이나 여러 동호회를 통한 여론의 감시 및 대응이 일사 분란 해지고 있다. 고객, 정부, NGO, 심지어는 경쟁사에 이르기 까지 기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들과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이 대안이며 그 실행에 있어서 “적시성, 진실성, 정확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예전의 일방향적이고 방어위주의 “아날로그식 PR”을 가지고는 변화된 지금의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많다.
둘째, 디지털 시대의 PR은 외적으로 윤리성과 도덕성이 특별히 중요시 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매체를 갖는 인터넷 시대에서 IT기업 특히 벤쳐 기업들은 자신만의 대변인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홍보대행사이다. 외부로부터 투자를 적절히 유치하거나 자신들의 상품 및 서비스를 널리 알리고 마케팅하기 위해서 그들은 더욱 적극적인 홍보대행사 활용을 시도하곤 한다. IT 산업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홍보대행사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직업적인 윤리, 도덕성사이에서 적잖은 갈등을 느끼게 된다. 굳이 일부 홍보대행사들의 지나친 경쟁과 능력의 범위를 넘어선 기사게재 보장(Guarantee)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업무상의 윤리 및 도덕성 논쟁은 현재 국내 PR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다.
지난 12월 국내 유수의 PR대행사들로 발족된 한국PR기업협회는 업계 전반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실천윤리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수천개에 이르는 중소규모 벤쳐들이 제한된 매체지면을 두고 다툼에 있어서 그들 홍보대행사들의 편법 또는 비정상적인 매체접근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IT 및 PR업계의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내일을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비정상적인 PR실행은 자제되어져야 하고 상호 경계해야 할 대상인 것은 틀림없다.
셋째, 디지털 시대의 PR은 그 전반에 있어 품질이 확보되어야 한다. 예전의 PR에서는 품질이라는 것은 단순한 의미 였으나 현재 디지털 시대의 PR은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디자인되고 실행 되어지는 PR의 근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업계의 또 다른 패러다임인 통합적 커뮤니케이션(IC: Integrated Communications) 또는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이 그러한 품질에 대한 노력들이다. 근래들어 많은 PR에이젼시들이 기존의 순수 PR업무들을 넘어선 인큐베이팅, 펀딩, 비즈니스 컨설팅등의 소위 퓨젼(Fusion)서비스들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 노력들은 한층 발전되고 이상적인 것들로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반의 서비스들이 실제적으로 통합화 되지 못하고 질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것이 또 다른 업계의 재앙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큰 시장만을 보고 무조건 뛰어드는 것보다는 좀더 서비스의 품질에 스스로 고민하는 신실한 PR기업들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의 PR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끌어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홍보전문가들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홍보대행사들에게는 현재 그 서비스 영역이 확산되고 심화됨에 따라 다양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의 매체전문가는 물론, 경영 경제, 마케팅, 회계, 재무, 법률, 공학, 문화등등의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PR업계가 “고도로 전문화된 컨설팅 및 기획전문 에이젼시를 중심으로 한 수십개의 전문 홍보 영역 에이젼시들의 네트워킹”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핵심을 담당할 전문인력들을 발굴하고 교육하며 훈련시킬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업계 및 학계의 협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디지털 시대의 PR인 IT PR은 기존의 아날로그 PR과 현격한 차이를 갖는다. IT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끌어나갈 것이라는 주장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미 우리가 보다시피 대재벌의 국내경제 지배시대는 끝나간다. IT산업이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PR 방식과 자세가 달라 져야 한다. 구시대적인 방어적 일방향적인 홍보에 안주하고, 윤리의식 및 도덕의식을 갖추지 않고, 서비스 품질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고, 전문적인 인력 양성을 등한시 한다면 이는 IT산업을 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에 대해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 틀림없다.
PR의 순수한 정의로 돌아가서 보면 PR은 “기업 및 조직을 둘러싼 환경적 공중들에 대한 선의(Goodwill)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데, 디지털시대의 PR에 있어서 선의(Goodwill) 형성에 대한 특정 기업의 실패는 곧 비즈니스 자체의 실패를 뜻하며, 해당기업을 둘러싼 투자자, 고객등을 포함한 여러 공중들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게 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PR인들이 변화하면 서비스가 변화하고 클라이언트가 변화하며 사회와 경제가 변화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국내 PR인들은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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