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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검사와의 공개토론회 도중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수세력의 비판을 받았다. 그 같은 정제되지 않은 어법은 임기 말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철학연구회와 한국정치사상학회가 15일 숭실대에서 개최한 ‘대통령직의 위기와 유목적 정치질서’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박동천 전북대 교수는 노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재평가’라는 논문을 통해 노 대통령의 언행을 ‘직설어법’, ‘즉흥적 구상의 공표’, ‘상시 임전태세’의 3가지 요소로 분석했다. “노 대통령의 비판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문구를 빌려 정리하면 ‘막말’, ‘미숙함’, ‘복수심’으로 간결하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노 대통령의 직설어법에 대해 겸손을 가장한 처세술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가 사과와 더불어 사표를 제출해 형사소추를 면제받는다든지 부정을 저지른 재벌총수가 기죽은 모습을 보이며 여론의 동정과 용서를 구하는 행위 등에서 연출된 겸손이라는 개념 자체에 악취를 맡았다는 것. 수 차례에 걸친 재신임 발언, 대연정과 권력이양 발언, 개헌 발언 등 실행에 옮기지도 않을 일을 자주 공표한 점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스스로 위신을 깎아 내린 일로 비판했다. 국정원 등 조사기관에서 정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정한 탓에 쟁점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공론에 참여해 보수세력에게 ‘의욕만 앞설 뿐 무능하고 성급한 좌파’라는 공격을 받게 됐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특히 “황우석 교수에 관한 의혹은 아마도 사실이 아닐 테니 논란을 그만 두자”고 한 발언은 정보부족과 성급함을 잘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상시 임전태세’에 대해서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라기보다 차라리 전략적 고려 따위를 모두 무시한 원초적 감정 표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에 대해 “검찰이 선거 전에 이 후보를 기소할 가능성이 낮고 재판이 실제로 열려 유죄선고가 내려질 확률은 영에 가깝다”며 “이를 두고 ‘모사꾼 노무현’으로 몰고가려는 시도는 견강부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노 대통령의 태도에 복수심 또는 원한 비슷한 것이 있다는 주장에는 부분적인 진실이 있다고 본다”며 “담론 투쟁에서 승리하기는 커녕 갈수록 수세로 몰리기만 하는 상황에 속이 상한 나머지 싸우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까지 싸움에 말려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가 노 대통령에게서 두드러지는 까닭이 노 대통령의 태도와 소수파 대통령의 한계가 마찰을 일으킨 데 있는 것으로 봤다. 노무현은 재야 운동가가 아닌 대통령인 까닭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추구한 결실을 보여야 하지만 소수파 정권인 탓에 결정적인 대목에서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힌다는 것. 박 교수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거나 비켜가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타협과 흥정이 필요한데 노 대통령은 타협 자체를 악과 동일시해 스스로 지지기반을 약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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