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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원의 위기관리 교훈
<빨간색 부분은 분명 개선되었어야 했던 부분이다>
2007년 9월 9일 새벽 4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빌라에 에스원 직원이 침입해 강도와 성추행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이 직원은 경찰에 검거되었고, 이 때부터 에스원의 위기는 시작된다.
에스원의 사업 특성상 이 사건은 고객들이 회사 전반의 서비스 의식과 안전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치명적’인 이슈였다. 에스원 CEO는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9일 오전에 받고 수습대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외부에서 정리 가능한 에스원의 수습 활동이란 대충 이렇게 정리 할 수 있다.
1. 해당 범인을 ‘현직 에스원 직원’이라고 하면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에 ‘(일주일 전)퇴사한 직원’으로 밝힌다.
2. 해당 범인의 범죄사항을 강도, 상해, 성추행, 음주운전 중 경찰이 강도 부분만을 밝히고 나머지는 생략하도록 부탁한다.
수습 활동은 이러한 프로세스를 위해 이뤄졌을 것이다. 이어진 보도활동도 포함한다.
에스원 CEO –> 지역사업 관리 임원 (서울지역) –> 청담지역 관할 지사장 –> 수습관리 직원 –> 1. 경찰서 접촉 2. 피해자 접촉 –> 1. 경찰에게 원만한 수습 부탁 2. 피해자에게 사과 –> 경찰의 이해와 협조 –> 경찰발표: 사건 내역, 강도 사실만에 대한 설명 –> 언론 에스원의 공식입장 확인 –> 에스원 ‘전직직원’강조 –> 언론 경찰/에스원 발표에 따른 1보 전송 –> 피해자 범인이 ‘현직 에스원 직원’임을 확인 –> 언론 에스원의 거짓말 보도 –> 언론 추가 취재 –> 경찰의 사건 축소 보도 –> 경찰 전체 사건 내역 재발표 –> 언론 에스원의 현직원이 강도, 상해, 성추행, 음주운전 사실 확인 보도 –> 기타 에스원 고객들과 여러 전문가들의 우려와 시각 후속 기사화 –> 에스원 사장의 기자간담회/전일간지 사과광고
최초 이 사건을 보도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9/10일 정오경에 올라온 조선일보(손진석 기자)의 기사다. 여기에는 경찰발표 내용과 에스원의 초기 발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경비업체 직원이 고객 집 강도짓 조선일보 2007.09.10 00:21
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에스원의 ‘세콤’ 압구정지사 직원으로 일주일 전쯤 회사를 그만 둔 노모(31)씨는 이날 새벽 4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라 2층에 들어가 집안에 있던 A씨 등 여성 두 명에게 금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노씨는 술에 취한 채 복면을 하고 흉기를 들고 들어와 A씨 등을 협박하며 집안을 뒤지고 다니다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에스원측은 “노씨가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에서 퇴직처리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3일후인 13일 손진석 기자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다시 전송한다.
‘경비원 강도’ 성추행도 했다 [미리보기] 2007.09.13 (목) / 손진석 기자
손기자의 다른 기사들을 보면 일단 해당 사건에 대한 보도를 앞서서 한것에 대해 많이 자랑스러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속속 해당 사건 발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들어나면서 경찰과 에스원측에 상당한 실망을 한 듯 보인다. 그가 쓴 기자칼럼에 보면 경찰측의 취재대응 태도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YTN의 10일자 보도를 보면 에스원이 어떻게 해당 이슈를 관리하려 했었는지가 모두 들어난다.
“강도미수범 경비업체 직원 맞다” 네이버 YTN TV [사회, TV] 2007.09.10 오후 20:50
[앵커멘트]
서울 청담동 빌라 강도 미수범은 경비업체의 전직 직원이라는 회사 측의 주장과는 달리 현직 직원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문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피해자 A 씨는 자신의 집에 침입했던 노 모 씨가 에스원의 현직 직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 씨가 지난 주에 이미 퇴직한 직원이라는 에스원 측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입니다.
[인터뷰:피해자]
“000 지사 지부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현재 근무하고 그것도 저희 집을 담당하는 직원이 이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냐 그랬더니 직원을 잘못 둔 자신을 원망한다고 하더라고요.”
==> 지사장급이 회사를 대표해 피해자를 방문 할 때도 핵심 메시지는 본사의 것과 동일해야 한다. 당연히 그 메시지 이외에는 자신의 개인적인 심경등에 대한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법정 소송등으로 사건이 확대 될 것에 대비해서라도 메시지는 관리 되어야 한다.
당시 사과를 하고 갔다는 에스원 지사장도 노 씨가 현직 직원이라는 사실을 부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에스원 000지사장]
“사과하러 간 사람이 전직 직원입니다, 아닙니다를 이야기할 입장도 아니고, 잘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사과한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었어요. 자세한 것은 본사에서 문서로 받아보십시오.”
==> 1. 기자의 질문이 ‘피해자가 지사장님께서 방문해 범인이 현직직원이 맞다고 했다는데…범인인 노씨가 현직직원이 맞습니까?’였다. 이에 대한 답변에서 지사장은 불필요한 언급을 했다. 입장을 설명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저희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사항은 저희가 OO일 피해자를 방문해서 회사를 대표해 사과를 드렸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본사 홍보팀에게 취재 협조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했으면 된다. 그렇게 이야기 했으면 멘트가 방영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2. 기자에게 문서로 받아보라 뭐라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홍보팀이 아니잖은가…
하지만 에스원 본사는 문제를 덮는 데 급급 했습니다. 당초 노 씨가 퇴직서와 함께 고객정보를 유출 시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했지만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인터뷰:에스원 관계자]
“저희도 오픈해서 해명을 하고 싶은데요. 회사 방침(내부 규정)상…”
“내부 규정이 어떻게 돼 있습니까?”
“인사상 비밀’로 돼 있습니다.”
“인비에 어떻게 나와 있나요?”
“그것까지는 자세히 모르고요…”
==> 에스원 홍보팀의 답변 또한 회사의 핵심 메시지에 일치 하지 않는다. 거짓을 거짓으로 덮으려 한다는 심증을 오히려 생산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는’ 회사방침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희도…하고 싶은데요…’라고 사족을 앞세웠다. 안타깝다.
13일 최후로 에스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사장이 공식 사과했다. 일부 일문일답에서 사장의 입을 통해 공식 메시지가 전달된다.
에스원 이우희 사장 일문일답
http://www.edaily.co.kr/news/industry/newsRead.asp?sub_cd=DC17&newsid=02223846583259792&clkcode=00203&DirCode=0040209&curtype=read
http://www.cbs.co.kr/nocut/info/default.asp?Newscd=616459&Reff=
(중략)
▶현직 직원이 아니라고 사실과 다르게 해명한 이유는 뭔가? = 솔직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장이 책임지겠다. 내부적으로 이런 류의 사고 창립 30주년인데 처음 당하는 사례다. 솔직하게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현장에서 당황을 했다.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왜 거짓말 했나 = 순간적인 판단 잘못이다. 회사를 보호하려다 판단을 잘못했다. 죄송하다. 거짓 발표를 한 것에 대해 모든 것은 사장이 책임을 진다.
▶누가 책임지나 =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상황이 일어나 현장조직이 순간적으로 당황을 했다. 솔직하게 대응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재발 방지 되겠나 = 교육 대폭 강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가 창립 30주년인데 처음있는 일이다. 솔직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현장에서 당황해 수습을 못한 것이다. 내 기억에는 비슷한 전례가 없다.
==> 위기시 회사의 잘못을 CEO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CEO가 책임을 지고 물러 난다는 극단의 메시지다. 가장 경계해야 할 메시지다. 차라리 실제로 CEO가 물러나면 위기관리상 다행(?)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겠다고만 하고 실행이 없으면 그건 다시 더 큰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 여기에서는 ‘사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누가 책임을 지나?라는 질문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것이다’라며 덧붙여 ‘현장조직이 순간적인 당황…’이라면서 책임을 현장조직에 돌리는 뉘앙스를 준다. 최초 ‘사장이 책임을 지겠다’라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결론과 평가는 해당 회사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언론과 여론이 내린다. 여론을 반영한 이 마지막 기사는 해당 위기가 회사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더욱 커졌고,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기자수첩] 사과에도 타이밍이 있다 (헤럴드경제, 9/14)
(중략) 물론 에스원에는 경비직원 노모(31) 씨가 고객인 청담동의 한 빌라에 침입해 강도짓을 저지른 것 자체가 사회적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원죄였다. 그러나 사건이 커지게 된 데는 발생 초기 노씨를 이미 퇴사한 직원이라고 둘러댔다 뒤늦게 재직 중인 직원임을 시인한 데 있다. 한 임원은 “초기부터 노씨가 우리 직원임을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 비난을 걱정해 거짓말을 하는 순간적 판단 실수를 했다”며 후회했다.(후략)
에스원이 그렇게 연속적인 실수를 저지른 후에 13일 발표한 사과광고 메세지를 보면, 그들이 일련의 위기를 확대재생산 하지 말고 처음부터 전달했었어야 할 ‘핵심 메시지’가 그래도 밝혀져 있다. 최근에 본 기업의 사과 광고들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메시지다. 이래서 위기는 기업 스스로에게 ‘배움이라는 위로의 선물’을 남겨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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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
저희 직원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에스원을 아껴주신 고객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임직원 일동은 머리 숙여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이번 잘못은 모두 에스원의 책임이며, 사건 후 진솔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점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사고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모든 직원들의 윤리성과 투명도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고객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엄격한 인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통해 유사한 일의 재발을 방지하고 고객안전을 최우선하는 시큐리티 회사로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2007. 9. 14. (주) 에스원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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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가지 남은 아쉬움>>
1. 에스원의 회사 홈페이지에는 사과 메시지가 없음 (2007. 9. 15일 현재)

2. 에스원 CEO 홈페이지에도 사과 메시지 없음. 따라서 CEO의 경영 철학으로 제시된 문장이 도리어 무색

3. 주가변화를 보면 사건이 주가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함. 따라서 에스원은 해당 위기를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을 수도 있음.

현재 나 역시 에스원의 자택경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로서…많은 부분이 안타깝고 아쉽다.
이글을 쓰고 난 후 몇주가 흘렀다. 어제 2007년 10월 15일 저녁 삼성그룹은 에스원 사장의 사의를 받아 들였다. 한마디의 거짓말이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나았다. 또 하나의 교훈이다. 에스원 사장님께 행운이 깃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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