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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커뮤니케이션…?

의도된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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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국정원장 ‘과다 노출’…“정치하시려고?”
(한겨레 2007-09-03)

김 국정원장은 지난 1일 풀려난 인질 19명을 태운 항공기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출발한 지 40여분이 지난 오후 5시30분께 “나를 수행한 직원이 썼다”며 에이(A)4 용지 석장짜리 자료를 기자들에게 직접 나눠줬다. 이 보도자료는 ‘국민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주제목과 ‘김만복 국정원장 아프간 현지서 인질협상 지휘…석방 인질들과 함께 귀국’이란 부제목 아래 전체 12개 문장 가운데 10개 문장을 ‘김 원장은’으로 시작했다. 사실상 공적서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아프칸 인질 사태와 관련하여 그 협상 일선인 국정원측의 최근 언론활동이 흥미롭다. 오늘자 한겨레에서는 국정원 원장의 전례 없는 언론 플레이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활동이 아닐까 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다른 언론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대부분인 것 같다.

정치적인 의도라던가, 21세기형 국정원의 모습이라던가 하는 원인분석보다, 나는 국정원장의 대언론 접근이 의욕에 비해 그렇게 세련되거나 전문적이지 못했다는 데 주목한다.

국정원장의 이번 아프칸 현지 지도 홍보와 관련하여 국정원장은 다음과 같은 tactics를 사용했다.

1. 포토세션
2. 보도자료
3. 인터뷰

그 하나 하나의 tactics상 품질에는 대부분 의문이다. 포토세션에 지친 인질 두명을 옆에 세우고 사진을 연출했다거나, 선글라스맨으로 불리는 국정원 직원을 옆에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거나…(만약 이것이 타겟을 순수 일반 국민으로 잡고, 자신들 업무의 특수성이나 전문성을 한번 접어 놓는 계획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은 되겠다. 그러나 평생을 국정원에서 프로페셔널로 지내온 국정원장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그리 개인 명성에는 도움이 될찌는 의문이다.)

인터뷰의 경우에서는 가장 극단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인터뷰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  (2007년 9월 2일 저녁 9시 10분)

꼬리무는 ‘몸값’설 

● 앵커: 우리 정부와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몸값 지불을 부인했지만 구체적인 액수까지 나오면서 몸값 지불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성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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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고위 사령관은 인질들의 몸값으로 2천만달러, 우리돈으로 2백억원 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사령관은 “이 돈으로 무기를 사고 자살폭탄 공격에 쓸 차량을 구입할 것”이라고 쓰임새까지 밝혔습니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두바이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이같은 외신보도를 부인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 김만복 국정원장 : 모르겠어요. 그것은 아마 잘못된 보도일겁니다. (없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내가 얘기를 드릴수가 있어요.

탈레반의 아마디 대변인도 이면거래 의혹을 전면부인했습니다.

● 아마디 대변인 : “어떤 이면거래도 없었다. 탈레반이 몸값을 원했다면 피랍사태는 첫 날 해결됐을 것이다.”

협상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몸값 지불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탈레반 내부에서도 어느 특정계파가 몸값을 극비리에 챙겨서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냐며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테러 세력이 인질을 풀어줄 때마다 몸 값을 둘러싼 얘기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몸 값 제공 여부는 테러 세력과 거래를 했다는 비판 때문에확인되지 않은 채 ‘설’로만 남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MBC 뉴스 성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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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보도화면에서 국정원장의 포즈와 표정을 보면 답변의 ‘묘한 여운’이라는 것이 더욱 피부로 느껴진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위험한 질문에 대해서 공식적인 답변을 할 때에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포지션을 항상 강하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상기에 탈레반 대변인의 확신에 찬 답변을 참조하면 된다.

준비된 인터뷰이라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가능하다.

1. 잘못 된 보도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거나, 탈레반과 확실히 그에 대해 비밀로 하기로 한 경우)
2. 맞습니다. 총 OOOO원을 지불했습니다.: (실제로 몸값을 지불했고, 이 논란에 대해 정면대응 하기로 전략이 세워진 경우)
3. 현재 그와 관련된 답변을 드릴수 없습니다. 정부는 현재 풀려난 인질들의 안전한 송환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청와대와 관련 기관들간에 해당 논란에 대한 일치된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

그러나 실제 국정원장의 인터뷰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여러가지 don’ts들이 들어있다.

1. ….모르겠어요….
2. …아마 ….일겁니다.
3. 그렇게 내가 얘기를 드릴수가 있어요…

나도 ….잘 모르겠다. 🙂  국정원장의 인터뷰가 진정 고차원의 ‘의도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이었다면 할 말은 없다. 그 속내를 알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이유는 여기 있다. 우리나라 국정원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이 이 정도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by 우마미 | 2007/09/03 13:03 | Crisis & Comm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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