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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참모 조직이랄 수 있는 법무팀 등의 규모도 작은 편이다. 법무팀 인원은 5명이며 이 가운데 임원급은 1명뿐이다. 국정원이나 검찰 출신은 영입하지 않았다. 정보 담당자 수도 3명으로 여느 그룹보다 적다.
삼성도 경영권 승계 문제 정도를 빼고는 오너 리스크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이 정점인 핵심 참모진이 이건희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신뢰가 두터운 점도 삼성의 강점이다. 게다가 이학수 부회장은 판단에 따라 서슴지 않고 회장에게 진언하는 스타일이다.
또 이학수 부회장을 뒷받침하는 홍보·재무·인사·감사 등의 조직도 어느 기업보다 탄탄하다. 재계 관계자는 “수와 전문성 측면에서 삼성의 참모 조직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 등에서 보듯 삼성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아킬레스건이다. 삼성 측은 이런 문제로 법률적 판단과 지원이 필요해 법무팀을 대폭 강화해 왔다. 삼성 출신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상 등 기업경영 문제를 다루기 위해 외국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사 출신이 법무팀에 많았는데 지금은 이종왕 실장 등 검사 출신이 늘었다”고 말했다.
2003년 ‘SK 사태’로 홍역을 치른 SK도 오너 리스크가 작은 기업으로 통한다. 오너나 기업 모두 큰 위기를 겪지 않았던 SK는 당시 오너 리스크를 관리할 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 무렵 SK 계열사의 기획담당 임원을 지낸 재계 인사는 “회장이 구속되자 계열사별 기획담당 임원과 구조조정본부 담당자 등이 모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연일 회의를 했지만 결국 우왕좌왕 하는 모습만 보였다”고 회고했다.
SK 측은 최태원 회장 복귀 후 지주회사 전환, 계열사별 사외 이사 비중 확대, 사회 봉사 강화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 비서실에서 “최태원 회장이 경호원 없이 혼자 다닐 때가 많아 사고라도 날까 걱정하는 것 빼고는 오너 리스크를 떠올릴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SK 출신인 한 벤처기업 경영자는 “경영진의 사회봉사 일수 의무화, 사외이사 대폭 확대 등은 좀 지나친 조치였다”며 “사외 이사의 반대로 SK텔레콤의 에이디칩스 인수가 불발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엇박자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른 현대자동차는 ‘구관이 명관’이란 선택으로 오너 리스크를 줄이려는 모습이다. 정몽구 회장은 경영 복귀 후 박정인 현대모비스 고문을 현대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으로 재기용했다. 현대차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리는 그는 정 회장이 1977년 계열사 사장을 맡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래서 정 회장의 속내를 잘 파악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현대차의 정보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정몽구 회장은 여러 정보 라인을 갖고 있었는데 복귀 후 이건희 회장-이학수 부회장 모델로 박 부회장을 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삼성의 법무팀 강화에 영향을 받아 2년 전부터 검찰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법무팀을 보강했다. 그러나 잦은 인사 탓에 ‘내부 고발자’가 속출하는 부작용을 빚었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 문제로) 충성 경쟁을 벌이다 보니 제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인사에서 소외된 사람이 비리를 제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며 “오너 리스크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개탄했다.
2007.08.18 11:31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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