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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그룹 리스크 관리 오너 리스크 줄이려면…

비상 걸린 그룹 리스크 관리 오너 리스크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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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그룹 리스크 관리 오너 리스크 줄이려면… [조인스]
`눈과 귀를 열어라`

포브스코리아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이후 ‘오너 리스크’가 재계의 큰 관심사로 올랐다. 이상적으론 오너가 대외적으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든가, 참모진이 모든 사고를 방지할 만큼 탁월하면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오너가 마음을 열지 않거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다면 이 역시 허사일 뿐이다.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벤츠 한 대가 미끄러지듯 현관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을 열고 내린 사람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었다. 북창동 유흥주점 종업원 ‘보복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출두한 것이다. 대기업 총수가 폭력 사건에 직접 연루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전례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대목이 단연 화젯거리였지만 취재진과 수사 관계자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시선이 곱지 않은데 벤츠를 타고 폼 잡고 나오느냐”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식이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이가 없어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다.

▶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된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김승연 회장 사건 이후 재계에서 ‘오너 리스크’가 화두로 떠올랐다. 개인 비리든 회사 문제든 오너가 구설에 오르내리면 오너는 물론 기업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으로선 김 회장 사건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오너의 사생활 문제도 기업에 심각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 ·투자 리스크 못지않게 오너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화의 경우 오너의 돌출 행동 탓에 올해 초부터 기업 통합이미지(CI) 작업에 쏟아 부은 500억원가량을 허공에 날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외 언론에 ‘희대의 사건’으로 오르내리며 역설적으로 한화가 널리 알려졌지만, 추락한 이미지를 만회하는 데 들 돈과 시간을 추산하기는 어렵다.

김 회장 사례에서 보듯 오너 리스크가 발생하면 수습도 쉽지 않다. 특히 김 회장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오너라면 참모진에서 사건을 미리 막거나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위기 대처 과정에서 참모진의 충성 경쟁이 벌어지거나 손발이 맞지 않으면 사태는 더욱 꼬이게 마련이다. 예컨대 김 회장 사건을 보면 비서팀은 김 회장의 돌발 행동을 막지 못했다.

홍보팀은 사건 보도를 축소하려다 실패했고, 법무팀 등은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시도에 이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모르쇠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등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오너 공백 상태라 문책론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한화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재판이 끝나고 김 회장이 복귀해야 조직 정비를 다시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난 2~3년 사이 법무팀 · 정보팀 등을 강화해 온 한화가 어떤 변화를 모색할지도 관심거리다. 한화는 그동안 경찰 청장, 검찰 간부, 국정원 지부장 출신 인사 등을 영입했고, 정보 업무를 맡는 직원 수도 1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조직 확대가 능사는 아니었다는 회의론도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참모 조직을 키우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긴박한 순간에는 결국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역할에 그칠 뿐”이라며 “사건으로 비화하느냐 단순 해프닝에 그치느냐는 궁극적으로 오너에게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한화 · 롯데 등을 담당했던 국정원 관계자도 “결국 오너가 눈과 귀를 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너에게 모든 게 집중돼 있을수록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는데 누구 하나 오너를 제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LG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너 리스크라면 남의 얘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은 엄격한 유교적 가풍에서 자란데다 소탈한 성격이어서 ‘사고’ 칠 일이 없다는 것. 게다가 부친인 구자경 회장 시절부터 정도 경영에 역점을 둔데다 일찌감치 지주회사로 전환해 회사 일로도 흠 잡힐 게 거의 없다.

LG 관계자는 “도매금으로 불려간 대선 자금 문제 정도를 빼고는 구본무 회장 이름이 거의 거론된 적이 없다”며 “구 회장이 국내외 출장 때나 외출 때 경호원 없이 다녀 혹시 사고라도 날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 · 현대차 · LG ·SK 등 4대 그룹 총수가 청와대에 모였다.

그래서인지 참모 조직이랄 수 있는 법무팀 등의 규모도 작은 편이다. 법무팀 인원은 5명이며 이 가운데 임원급은 1명뿐이다. 국정원이나 검찰 출신은 영입하지 않았다. 정보 담당자 수도 3명으로 여느 그룹보다 적다.

삼성도 경영권 승계 문제 정도를 빼고는 오너 리스크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이 정점인 핵심 참모진이 이건희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신뢰가 두터운 점도 삼성의 강점이다. 게다가 이학수 부회장은 판단에 따라 서슴지 않고 회장에게 진언하는 스타일이다.

또 이학수 부회장을 뒷받침하는 홍보·재무·인사·감사 등의 조직도 어느 기업보다 탄탄하다. 재계 관계자는 “수와 전문성 측면에서 삼성의 참모 조직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 등에서 보듯 삼성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아킬레스건이다. 삼성 측은 이런 문제로 법률적 판단과 지원이 필요해 법무팀을 대폭 강화해 왔다. 삼성 출신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상 등 기업경영 문제를 다루기 위해 외국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사 출신이 법무팀에 많았는데 지금은 이종왕 실장 등 검사 출신이 늘었다”고 말했다.

2003년 ‘SK 사태’로 홍역을 치른 SK도 오너 리스크가 작은 기업으로 통한다. 오너나 기업 모두 큰 위기를 겪지 않았던 SK는 당시 오너 리스크를 관리할 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 무렵 SK 계열사의 기획담당 임원을 지낸 재계 인사는 “회장이 구속되자 계열사별 기획담당 임원과 구조조정본부 담당자 등이 모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연일 회의를 했지만 결국 우왕좌왕 하는 모습만 보였다”고 회고했다.

SK 측은 최태원 회장 복귀 후 지주회사 전환, 계열사별 사외 이사 비중 확대, 사회 봉사 강화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 비서실에서 “최태원 회장이 경호원 없이 혼자 다닐 때가 많아 사고라도 날까 걱정하는 것 빼고는 오너 리스크를 떠올릴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SK 출신인 한 벤처기업 경영자는 “경영진의 사회봉사 일수 의무화, 사외이사 대폭 확대 등은 좀 지나친 조치였다”며 “사외 이사의 반대로 SK텔레콤의 에이디칩스 인수가 불발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엇박자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른 현대자동차는 ‘구관이 명관’이란 선택으로 오너 리스크를 줄이려는 모습이다. 정몽구 회장은 경영 복귀 후 박정인 현대모비스 고문을 현대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으로 재기용했다. 현대차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리는 그는 정 회장이 1977년 계열사 사장을 맡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래서 정 회장의 속내를 잘 파악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현대차의 정보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정몽구 회장은 여러 정보 라인을 갖고 있었는데 복귀 후 이건희 회장-이학수 부회장 모델로 박 부회장을 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삼성의 법무팀 강화에 영향을 받아 2년 전부터 검찰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법무팀을 보강했다. 그러나 잦은 인사 탓에 ‘내부 고발자’가 속출하는 부작용을 빚었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 문제로) 충성 경쟁을 벌이다 보니 제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인사에서 소외된 사람이 비리를 제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며 “오너 리스크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개탄했다.

2007.08.18 11:31 입력

by 우마미 | 2007/08/18 13:11 | Crisis & Comm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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