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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활을 하면서 탐사 취재 프로그램과 맞닥뜨려 본 적이 꽤 된다. 그럴때마다 항상 CEO를 비롯한 사내 주요 인사들은 해당 탐사 취재팀에 대한 이해가 생각보다 열악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몇가지 탐사 취재 프로그램에 대한 실무적 오해들을 꼽아본다.
탐사 취재 프로그램이란 최근 가장 시장을 들 쑤셔 놓는 “불만제로” 같은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런 프로그램류들을 생각하면 되겠다.
1. PD가 뭘 알겠어?
다 안다. 불만제로같은 경우 PD/작가 취재력이 왠만한 형사 이상이다. 그리고 본사 인터뷰를 요청할 때는 주변 자료, 정보, 인터뷰, 현물수집, 시장방문, 원료분석, 공무원면담등등까지 다 마친 상태일때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들의 수준에 버금가는 정보 back up이 없이 홍보팀장 혼자 맞섰다가는 1000% 당한다.
2. 취재 거부해
이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것 보다, 사채업자를 따돌리는 게 더 쉽다. 요즘엔 휴대폰 때문에 일방적인 회피가 쉽지를 않다. 그리고 꼭 홍보팀만 연락하라는 법도 없다. 거부의사를 밝혀도 굴하지 않는다. 본사 1층에서 회사전화로 계속 전화 사정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다. 벨도 누르고, 심할때는 본사 앞에서 굳히기도 한다. 수위 아저씨들을 활용(?)하라고? 그대로 나간다. K1장면.
3. 대충 자료 만들어서 줘버려
아까도 말했듯이 자료 한번 대충 줬다가는 아무리 인터뷰 잘해도 끝이다. 빼도 박도 못한다. 수치? 끝자리수도 안맞으면 처음부터 다시다. 회사 감사도 이보다는 못할 꺼다. 그리고 항상 우리자료만을 믿는다는 오해를 버려라. 항상 기자들이 하듯이 cross checking을 한다. 모든 자료들을 미리 미리 align해 놓고, check, check, check해도 부족하다.
4. 당신 미디어 트레이닝 받았지? 그럼 나가서 인터뷰해!
미디어 트레이닝 강사도 당한다. 편집의 묘미라는게 있다. 이 편집이라는게 동해물과 백두산을 불러도 일본의 기미가요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기술이다. 숨쉬는 순간. 예. 아니죠. 그런데, 그렇지만, 그러나, 그러므로, 그래서, 왜냐하면…다 짤릴 각오를 하면된다. 인터뷰시에 말을 안해도 멘트 깔면서 무성 화면으로 바보같은 모습 보여준다. 그러니 미디어 트레이닝 안받은 spokesperson을 어떨까? 이런 사람들이 자주 쓰는말… “저,,솔직히 말해서 저희도 그러고 싶지 않아요…저희도 안그러면 좋죠 뭐…” 뭐가 솔직히 말해선가? 사랑고백하나?
5. 난 찍지마세요
그러면 안찍는다. 대신 뿌연 머리를 가진 담당자가 찍힌다. 아니면 거무스름한 다리가 찍힌다. 목소리? 외계인 목소리로 나간다. 전화통화? 웃긴 목소리로 나간다. 아무리 밝은 회사도 조폭 사무소로 변한다. 찍지말라고 손을 내밀어? 이건 완전 조폭이구만…
6. 변호사랑 이야기 하라 그래
변호사랑 당연 인터뷰한다. 인터뷰 톤? 당연 더욱 심각해진다.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 소비자의 화를 돋구게 된다. 만약 변호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audience oriented되어 있었다면 아마 변호사란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디어 트레이닝 받은 변호사? 사자가 풀 뜯어 먹는거 봤나? 물론 변호사가 인터뷰를 하면 인하우스야 편하기야 하겠지. 그 후폭풍은 책임 못지지만.
7. 예의바르게 맞고, 나갈때 상품권 몇장 챙겨드려
누굴 매수하나? 이것도 당연히 5초간 방영되는 테마다. 아마 정선희 MC가 직접 그 상품권을 보여줄수도 있다. 뭔가 취재진에게 주는 것은 완전히 guilty라는 선언이다.
8. 아마 우리는 그냥 참고하려고 하는 것 같아
탐사취재 그룹은 취미로 인터뷰 안한다. 누굴 소위 “빨아주기’위해 친선 도모용 인터뷰도 아니다. 경쟁사를 ‘조지는’ 용도로 우리를 취재한다고? 탐사 프로그램의 90% 이상은 업계 또는 업종을 타겟으로 한다. A회사는 조지고, 그 경쟁사인 B사는 봐주는 그런 구도가 아니다. 그런 지엽적인 일개회사의 문제는 탐사 취재 꺼리로 왠만해서는 떠 오르지도 않는다.
9. 관련 사건 처음부터 찾아다니면서 무마해
피해 소비자를 무마한다고? 입막음을 한다고? 입을 맞춘다고? 이것도 그대로 나간다. 얼마나 그 이전에 화가 난 소비자들이 많았으면 이런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졌을까를 생각해라. 몇몇 행동파 소비자를 매수한다고 되나? 햇빛을 손으로 가리지말아라…바닷물을 손에 담으려 말아라…
10. 에잇 이런! 언중위에 제소해
언중위 무서워서 탐사 취재가 시들해지나? 어짜피 이 친구들도 다 사내 자문 변호사가 있다. 매번 조져대는데 얼마나 법적인 분쟁들이 많을까? 그러나 취재진들은 별로 신경 안쓴다. 방송국에서도 그렇게 민감하게 제약을 걸지 않는다. 나중에 정정보도 몇번 맞은게 그들에게는 더 훈장이 될 수도 있다. 아무 필요없다.
미안하다…PR인들 힘을 빼서… (대신 서비스 사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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