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2007 0 Responses

변호사와 함께 일하기…

변호사와 함께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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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한화사건도 그렇지만 나도 여러번 회사 및 외부 변호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또는 그쪽 방면에서 내노라 하는 변호사님들과 오랫동안 회의나 대화를 해보고, 배우기도 했다.

먼저 변호사들에게 배울점. (물론 잘나가는 변호사들로 한정!)

1. 숙독한다. 수백페이지 폰트 10의 A4용지 문서들을 줄을 그으면서 읽는 것 같이 완전 숙독을 한다. 다음날 회의에 들어와 있을 때 그들이 내미는 문서는 수많은 하이라이트와 포스트잇으로 뒤범벅 되어 있다. 아니 이건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우리보다 행간을 만배나 잘 읽는다. 순간 창피하다. 그리고 영문자료도 예외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는 거의 유구무언.

2. 논리적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하~!”하는 적이 많다. 내가 왜 그점을 먼저 감안하지 않았을까? 차갑도록 논리적이고 앞뒤가 짝짝 맞는다. 앞과 뒤만 맞추고 혹시나 중간 브릿징을 하지 못하면 이에 대해 의견들을 반대로 구한다. 그러나 거의 논리의 건축물에 대한 얼개는 그들의 머릿속에 있다. 이것은 꾸준한 논리 트레이닝에 의한 것이라 믿는다. PR인이 이러한 논리 트레이닝에 익숙하다면 크게 될 자질이 있다. (솔직히 나는 MBA를 하고 싶었는데, 이들과 일을 하면서 Law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자금(?)은 없지만..)

3. 입이 무겁다. 이건 PR인들과는 일부 반대 또는 일부 일치하는 자질이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볼 때 변호사들의 입은 거의 병적으로 무겁다. 특히 “이번 딜에서 저희의 승산이 얼마나 될까요?”같은 우문에 “글쎄요. 최선을 다해봅시다” 정도 현답을 한다. 미치는거다. 소송에서 지거나 이기는 것에 대해 절대로 개런티 하지 않는다. 비율로 희망이나 절망을 주지 않는다. PR담당자는 속이 탄다. 어떻게 될쭐 알아야…플랜B를 짜는거 아닌가? 무조건 먼저 짜라구? 뭐가 예상이 되야 짜건말건하지…자고로 “커뮤니케이션은 맨 마지막에 간다”던데…맨 마지막에 가는 자식이 맨 앞일을 고민안하고 무조건 내갈길만 짜면 되나…

암튼 이정도가 잘나가는 변호사들의 특성이다. 우리가 배울 것 물론 많다.

그러나 모든 변호사가 위기관리시에 우수한 변호사는 아니다. 우수하다 아니다란 기준이 뭐냐구? 회사에 그리고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 하는 거다 물론.

간단하게 묘사하면 이렇다. (미국에서 어떤 PR인이 변호사와 일하기하는 글을 쓴적도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PR담당자)) 헉헉…변호사님…지금 기자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OO이슈에 대해 우리의 공식 입장을 어떻게 밝혀야 할찌요?

쭈구리 변호사)) 팀장님, 기자들 전화 받지 마세요.

PR담당자)) ??????…….. 어떻게 안 받습니까? 제가 그래도 회사의 spokesperson인데요? 그리고 저는 출입기자들 40여명을 다 관리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한시적으로 자리를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짤막하게라도 우리의 입장이 있어야 합니다…네?

쭈구리 변호사)) 거,,,기자들한테 그런거 쓰지 말라구 하세요. 우리 빼고 쓰라 하시던지…

PR담당자)) 아이구…변호사님…저 보고 죽으라고 하십시오. 기자들에게 어떻게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 일단 급박하니까 무언가 우리의 입장을…

쭈구리 변호사)) 아니,,팀장님이 기사 잘 못나가면 책임 질껍니까? 그냥 저쪽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라고 하세요.

PR담당자)) 변호사님..이미 저쪽에서도 그쪽 출입기자들이 알아보고 있답니다. 그러니 얼른…

쭈구리 변호사)) 아…저 나가봐야 하니까요. 일단 알았습니다. 내일 아침에 이야기 하시져…

PR담당자)) 변호사님…지금 마감시간댑니다. 기자들이 전화 안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적절하게 답변을 못하면 기자들이 추측보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부탁드려요…

쭈구리 변호사)) 기자들이 추측으로 쓴다구요? 그럼 다 소송하도록 하죠. 그렇게 전하세요. 오보에는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요. 그리고 팀장님 기자들 전화 받지 마시고 일찍 들어가세요. 괜히 소송 불리하게 만들지 마시고. 내일 뵈요…

PR담당자)) …………………..

전화로 돌아온 PR담당자…

전화속 기자)) 정팀장님 어떻게 됬어? 빨리 불러줘…입장이 모야? 얼릉…

PR담당자)) 아직까지 저희 입장이 정해진게 없습니다. 추후 결정되는 데로…알려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그리구 오늘 김기자님 저녁 약속있수? 나 소주나 한잔 사주쇼…죽고싶소…

전화속 기자)) ????? 아이…씨…괜히 기다렸잖어….아 진짜…알았어요. 암튼 내가 알아서 정리할테니깐…이따 마감 끝나고 통화합시다. 꼼장어에 소주나 하자구여. 이따봐여…

PR담당자)) 네…미안해요. 김기자님…


이거다. 딱.

한번은 이러구 나간 변호사 양반…기자들의 등쌀에 못이겨…밤 10시경에 다시 한번 전화를 했더니…옆에서 노래반주 소리가 들린다. 속이 뒤짚어 지는 순간.

변호사와 일 하는 것…배우는게 많은 분들과만 일하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그렇다고 쭈구리 변호사들과 일해 보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들에게서도 “이러면 안된다….”는 배움이 있으니까.

그래도 Lawyer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죽기전엔…

by 우마미 | 2007/05/02 17:04 | Crisis & Comm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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