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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5-02-16 22:57]
진로 인수전이 막이 오른 가운데 맥주업계가 ‘두꺼비’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싸움터는 ‘소주시장’이지만 그 불똥은 오히려 맥주시장으로 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로의 시장지배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누가 진로를 차지하든 소주시장 자체의 변동은 크지 않은 반면 진로 인수전의 승자가 막강한 유통망을 등에 업고 맥주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판도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시장 판로를 확대하려는 일본 맥주업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것도 주목된다.
◇숨가쁜 맥주업계=시장점유율 58%로 국내 맥주시장 부동의 1위인 하이트는 교원공제회와 컨소시엄을 구성,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넋놓은 채 보고 있다가 1위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인수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오비맥주도 모기업인 인베브가 대한전선과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오비맥주 입장에서도 진로의 유통망은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하이트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려하는 것이 바로 오비맥주 컨소시엄이 진로를 인수하는 경우다. 오비맥주가 진로를 앞세워 유통망을 확대할 경우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하이트의 판단이다.
◇일본 맥주업체들도 노린다=아사히와 기린, 산토리는 각각 롯데, CJ, 두산과 손잡고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진로 인수로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일본에서 38%와 36%의 시장점유율로 1·2위에 올라 있는 아사히와 기린은 최근 맥주판매량이 감소추세여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업다각화가 필요한 이들은 일본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진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 내 한국소주 시장규모는 9백70만상자로 2003년에 비해 8%가 늘어났다. 이중 진로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내 맥주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진로를 인수하면 한국시장 진출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아사히는 일찍부터 롯데 유통망을 통해 판매를 확대해온 데 이어 최근에는 해태음료를 인수했다. 여기에 진로 유통망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한국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기린과 산토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맥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이나 규모에서 앞서는 일본 맥주업체가 진로까지 등에 업을 경우 국내업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맥주업체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소주는 ‘주인’이 바뀌는 데 그치지만 맥주는 ‘시장’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유형렬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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