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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맥주병에 꽁초 넣나요
공정상 100% 세척 안돼
요즘 병맥주를 마시다 보면 라벨은 오비맥주인데 병은 하이트병인 경우(또는 반대)가 있다.
이는 오비 맥주와 하이트 맥주 양사가 빈 맥주병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예전에는 자사의 맥주병만 수거해 재활용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원가절감 차원에서 양사가 빈 맥주병을 함께 쓰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카스 맥주만 다른 맥주병보다 병이 조금 더 길어 빈 병을 함께 쓰지 않는다.
시중에 유통되는 병 음료 중 업계 차원에서 빈 병을 공유하는 것은 맥주가 유일하다. 유리병 제조업계 관계자는 “맥주병은 짙은 갈색이어서 세척 후 다시 사용하는 것 외에는 재활용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로선 수거된 빈 맥주병이 얼마나 깨끗하게 세척돼 다시 시중에 유통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도매상을 통해 회수된 빈 맥주병들은 맥주공장에서 일단 육안으로 병 안에 이물질이 있는지 검사를 받는다. 이물질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 세척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깨뜨려 녹여버린다.
검사를 통과한 공병은 세척기계에 넣어져 1분에 1000병씩 세척된다. 빈 병 안에 끈끈한 이물질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특수세척제를 사용해 고압의 물 세척을 한다. 세척이 끝나면 적외선 감지기로 다시 한번 병 안에 이물질이 남아있는지를 검사한다. 이물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빈 병은 건조과정을 거친 다음 맥주를 채운 뒤 라벨을 붙이고 뚜껑을 닫는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병 세척을 하다 보면 담배꽁초, 비닐, 플라스틱 조각 등의 이물질이 적지 않게 나온다”면서 “비닐은 병 안에 쉽게 들러붙기 때문에 세척이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맥주시장(생맥주 제외)에서 병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병맥주는 병값이 싼 데다 뛰어난 내용물 보존성으로 맥주 맛을 오래 보존할 수 있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오비맥주 정용민 팀장은 “소비자들이 담배꽁초 같은 이물질을 빈 맥주병에 넣는 습관을 버리면 재활용이 쉬워져 결국 가격 인하와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중앙일보 200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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