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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기나긴(?) 준비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이틀간의 행사가 시작된다.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명예회장인 쇼이치로 토요타 부부가 한국을 방문한다. 렉서스 브랜드를 한국시장에 런칭하는 기념 리셉션을 주재하고 그 이튿날 아침 한국 기자들을 불러 기자간담회를 한다.
저녁 기념 리셉션에 한번 바로 그 다음날 아침 기자간담회에 한번 이렇게 두가지 초청장을 냈다. 프레스 킷은 거의 토요타 스토리로 채워졌다. 한국의 렉서스 비지니스에 대해서도 물론 프레스킷에 포함되었다. 문제는 기사꺼리다. 수입차 브랜드의 야간 리셉션에 기자들이 구름떼 처럼 모인다는 건 그리 흔한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기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건질까….
먼저 리셉션이 문제다. 야간이고 고객들까지 초청이 된다. 일단 쇼이치로 명예회장에게는 접근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일본 본사에서 한다.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 할말은 하자는 투다. 그럼 어떻게 하나…꺼리가 없을까? 초청받고 참석의사를 밝힌 사람들만 기자들 빼고 500여명이다. 스탠딩으로 진행되는 2시간이 넘는 행사다. 기자들을 어떻게 하나.
초청자 중 VIP명단을 검토했다. 그래 이거다. 최태원 SK회장이 있다. (그는 지금 사회에 없다) 됬다 기사꺼리다. SK글로벌이 렉서스 딜러사이기 때문에 초청을 받기도 했지만, 고 최종현 회장과 쇼이치로 회장과의 인간적인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수년이 지난 기사들을 검색했다. 고 최종현 회장과 쇼이치로 회장간의 업계모임 만남 기사들을 찾아냈다. 평소 쇼이치로 회장이 최종현 회장의 장타 드라이브 샷 실력을 부러워 했다는 표현이 좋다. 이런 뒷 이야기들을 기자들은 좋아한다.
기자들과 만나거나 통화를 하면서 은근히 SK 최씨 일가와 토요타 일가간의 스토리를 흘린다. 기자들이 눈 빤짝이는 소리가 전화기로 들린다. 된거 같다. 메이저 대여섯개를 잡았다. 자료를 달란다. 기존 자료들을 재가공해서 멘트끼워서 미리 전달했다. 최 회장 보러도 온다.
하이얏트 그랜드 볼룸이다. 여긴 스탠딩으로 천명도 들어간다. 시간이 됬다. 바깥은 이미 깜깜한 저녁. 고객들과 VIP들이 속속 들어선다. 넓은 볼룸 안에는 4방 코너마다 렉서스 모델들을 하나씩 배치했다. 물론 도우미들도 배치됬다.
이미 당일 오전에 도우미들을 써서 사진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포토세션을 가졌다. 사진기자들도 한마디씩 한다. 차 좋다. 근데 차는 안보고 도우미들은 왜 보나?
마감을 끝내고 기자들은 8시가 가까워서야 하나 둘씩 들어선다. 이 씨. 꼭 티를 낸다. PR담당자들은 행사에서 기자들이 안보이면 속이 탄다. 한명씩 눈에 띌때 마다 한숨이 나온다. 하나 둘 셋..그러더니 갑자기 기자들이 들이 닥친다. 열명이 훨씬 넘는군. 여기 저기 다니면서 기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기자들 첫 마디 “최회장 왔어?” 그래 왔다. 저기 봐. 다 그쪽으로 모여든다. 정작 PR담당자인 나는 뒤로 밀려서 최태원 회장과 쇼이치로 회장이 악수하는 장면은 놓쳤다. 사진 기자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벌떼처럼 몰린다. 엇 예상보다 심각한데?
컴컴한 그랜드 볼룸에 사진 플래쉬로 환하다. 몇몇 고객들은 사진기자들의 각도(?)를 피해 숨는다. 아예 뒤돌아 서있는 마님도 계시다. 참.. 수입차 타는게 무슨 죄라도 되나…떳떳하지 못한 돈이라선가?
가끔씩 TV기자들을 데리고 매장 촬영을 나가면 고객 인터뷰가 항상 문제다. 조금 괜찮겠다 싶으면 얼굴을 가리고 돌아서기 일쑤다. “나 이거 나가면 안되요. 소송해요.”하거나 “아…난 됐습니다.” 이런식이다. 조폭 같은 덩치들은 그들 특유의 일수가방을 들고 줄달음이다. 당연히 영업사원들을 TV방문이 시덥치 않다. 고객들이 도망가니….
암튼 기자들이 달라는 쇼이치로 회장 연설문들을 호외처럼 뿌리고 다니다 보니 어렴풋이 리셉션이 끝나간다. 기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판갈이 하러 간다”한다. 모경제지 기자는 싱글 거리며 나한테 가판 봤어? 한다. 어, 오늘은…하니 손수 가져다 보여준다. 산업면 톱이다. 이런..뭐 이렇게 까지. “자기 가져”한다. 땡큐. 근데 자기네도 판갈이를 한단다. 일단 가판에는 아침에 뿌려준 도우미 사진을 실었는데 쇼이치로 회장 현장 사진으로 바꾼단다. 그 경제지 사진기자가 달려 나갔다. 그래 갈아라 판….모두 갈아 엎어라. 제발.
리셉션이 끝나고, 일본 본사 홍보팀들이 내게로 온다. 일본식 영어로 물어본다. “How many reporters?” “Uhm……about 15 to 20” “OK, good. excellent. you work so hard.” 왜일로 칭찬이냐. 쟈식들. 사진기자들이 쪼금 기름을 처주어서 행사가 빛난건 같다. 기자 5명 보다 TV 커메라 한대가 행사에서는 더 위력이 있는 법이다. 사진기자들도 기자 두명치는 한다.
쇼이치로 회장도 표정이 밝다. 키 150여 센티의 단신이지만 초대형 기업의 총수로 창업자의 가계 답게 기개가 있다. 카리스마 또한 엄청난다.
다음날 토요타와 쇼이치로의 날이었다. 전 신문에 도배를 했다. 아마 이런 도배는 수입차 업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덕분에 아침 모니터링팀이 녹아났다. 그래도 담당 AE는 행복하지. 나와 내 부사수는 아침에 하이얏트에서 열리는 기자간담회를 연이어 지원하고 있었다. 참석인원 105명. 교실 스타일로 배열한 테이블들이 꽉 메어져서 TV기자들은 일어날 정도다. 이런 기자회견 한번 해보는게 꿈이었는데…좁은 공간에 사람들의 열기로 뜨겁다. 몇몇 기자들이 뒤에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걸 보니 미안하다.
몇몇 기자들과 농도 까고, 인사도 나누면서 1시간여의 기자회견이 끝났다. 일본 홍보담당자가 다시 내게 다가왔다. “Good job” “Oh, thanks.”
모든게 끝났다. 시계를 보니 아직 11시경. 부사수와 현장지원 AE들을 데리고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왔다. 점심식사 시간에 맛있는 맥주를 했다. 홍보하는 맛은 낮 술을 먹을 때 느낀다. 가끔씩은 폭탄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낮술은 매력적이다.
하루를 마감한다.
단 하나 에외없이 문제가 터졌다. 항상 그렇지…오후 문화일보다. 이 제교 기자가 전날 저녁 리셉션에서 나에게 와서 물었다. 어…명성황후네. 지금 노래 부르는 애가 거 명성황후 주연 맞지? 나는 “맞아요.” 엉겁결이었다.
야 이거 재밌다. 근데 왜 토요타가 명성황후를 불렀나? 웃으며 묻는다. 나는 순간 “아차…” 이런 이런. 미리 이런 위기요소를 분별을 해야 하는데. 이건 미리 점검을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이 행사를 맡은 광고대행사 녀석들이 죄다. 똘아이들…항상 이런다. 미친척인지 뭔지.
나는 이 기자에게 따라 붙어서 “에이 뭐 그런 생각까지 하세요. 저 가수가 렉서스 매니아라서 불른거예요. 확대해서 보지 마시길…” 근데 소용없다. 자기가 특종이라도 한 양이다. 그래 맘대로 해라. 웃기는 꼬지가 되겠다. 아니나 다를까 석간에 떡하니 박스다. 그래….처음으로 조짐을 당하니 그 맛도 좋다. 덕분에 이 기사와 이 기자의 성향에 대해 A4용지 몇장 분량의 보고를 해야 했다. 광고대행사 넘들…밉다.
이 글을 읽는 PR담당자들에게 팁을 하나 드린다.
하이얏트, 힐튼, 신라호텔에는 항상 ‘아저씨 벌떼’들이 몰린다. 마치 운전기사 풍의 외모를 가지고 양복을 입고 점잖게 근엄한 표정까지 지으며 항상 큰 행사장에 몰려 다닌다. 그들의 특징은 항상 기자들에게 주는 답례품들을 챙긴다는 거다. 프레스킷도 챙긴다. 만약 답례품 배포를 까다롭게 하면 나중에 여자 도우미들을 밀치고 답례품 백을 한꺼번에 찬탈해 간다. 막 도망간다.
몇몇은 명함제시를 요구하면 ‘노동일보” 또는 “환경여행신문”등의 비주류 명함을 꺼낸다. 어쩔때는 내가 아는 기자 명함을 자기거라고 하면서 꺼내다 싸울뻔 했다. 이제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을 거의 다 안다. 하도 많이 봐서.
가끔 신입들이 눈에 띄지만 그 용모를 보면 딱 알게 되었다. 겨울에 그들은 절대 외투를 프론트에 맞기거나 아니면 옷걸이에 걸지 않는다. 오른쪽 팔에 걸치고 행사장을 상당히 관심있게 두리번 거리며 돌아다닌다. 앞문으로 들어와 뒷문으로 나가면서 답례품을 챙기기도 한다. 어떤 넘은 홍보담당자가 누구냐면서 보도자료를 여기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한다. 웃긴다. 본건 있어서…
이들을 퇴치하는 방법? 답례품을 지키는 어깨들을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답례품 배포는 행사 후에 말고 행사전에 입장과 함께 한다. 왜냐면 그 벌떼들은 항상 행사 폐막에 맞추어 나타난다. 일부 아마추어들은 식사를 하기도 한다. 근데 흔치는 않다. 항상 그들의 행동거지를 주목하면서 눈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난 네가 지난 우리 행사에서 한 짓을 알고 있다”는 풍으로.
그리고 명함 보울에 손을 못대게 해야 한다. 그들의 가짜 명함들도 다 한꺼번에 훔친거다. 아마 그들은 자기들끼리 각 호텔의 행사정보를 점검하고 공유한다. 몇명이 망을 보고 행사장을 둘러 보기도 한다. 아무튼 행사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40-50대 아저씨들을 조심해야 한다.
한번 경험해 보면 안다. 그들은 신출귀몰이다. 불쌍하기도 하다. 그 까짓 미니카 받아가서 뭐할까….최근 토요타 행사에서는 그들은 전멸했다. 열받아 돌아간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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