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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KBS, 미디어 오늘, 크리스마스캐롤

2000년 11월 KBS, 미디어 오늘, 크리스마스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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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일본 프레스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출근한 첫날. 일이 바쁘다. 토요타가 원하는 리포트도 그렇고, 지금까지 신문에 게재된 기사들이 내 책상위에 수북하다. 주간지와 월간지까지 챙기려면 시간이 필요할 텐데 아침부터 토요타에서는 빨리 리포트 달란다. 이건 뭐 리포트가 번갯불에 콩 볶듯이 나오는 줄 아나?

이것저것 정리를 하면서 챙기고 있는데, 문제가 터진다. 그럼 그렇지. YTN기자가 내게 전화를 했다. KBS가 풀 약속을 어기고 테잎을 못 내놓겠다고 한단다. 씨.

KBS 기자에게 전화했다. 나는 잘 모르니 카메라 기자에게 말해보란다. 완전히 오리발이다. 카메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았고 완전히 자기 프라이드에 잠겨 사시는 분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나는 죽어도 몬준다. 이건 나의 저작권이다.” 무슨 풀에 저작권? 짜증 1000%다. 몇번을 전화해서 살려달라고 설명을 해도 완강하다. 말로만 듣던 “곤조”다. 카메라나 기타 기술분야 곤조는 악명 높다.

YTN에게 전화를 다시 해서 KBS측의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YTN 기자 성질이 터졌다. “그 개XX. 그럴줄 알았어. 내가 시승장에서 스탠딩 하나 잡을까 했더니 필요없다고 됬다고 지랄하더라고…내가 그XX 매장시켜 버릴테니까. 그렇게 전해줘. 시X놈들 곤조들만 있어가 지고..에이.” 귀가 다 멍하다. SBS도 전화가 온다. 어떻게 된거냐고 한다.

왜 나한테 묻냐? 자기들끼리 풀하겠다고 흥분해서 좋아 난리칠때는 언제구?

다시 KBS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근데 이사람도 웃기다. 배째라다. 자기는 힘이 없다나? 아마 이 기자는 자기 혼자만 독점으로 보도를 내보낼려고 하는 것 같다. 은근히 쌩깐다. 할수없지 뭐. 기자목을 비틀수도 없고.

TV기자들에게 여기저기 전화해서 하소연도 하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KBS대 여타 방송국의 판도로 분위기를 이끌고 나간다. 나도 솔직히 밉다.

이틀 후 미디어 오늘 조현호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고 수고 많았습니다. 일본 어때요?”로 시작한다. 뭐가 어때? “그래 몇박 몇일이였어요?” “뭐 타고 갔나?” “어디서 잤나?” “뭐 먹구?” “돈은 누가 댔어요?” “그럼 그게 전부 얼마치야?” “야 돈좀 썻네?” 이건 질문 타입이 거의 “살인의 추억”분위기다. 

아주 드라이 하게 요점만 찍어 답한다. “일본 다 아시잖아요” “3박 4일이었습니다.” “갈때 올때 KAL로 다녀 왔습니다.” “물론 호텔에서 자지요” “뭐 일본 음식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토요타가 취재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본사의 지출이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모릅니다.” “한국에서 쓴 것이 아니라 일본 본사의 지출이었습니다.”….썰렁.

감이 안좋다. 아마 열받은 기자하나가 찔렀던 것 같다. 사실 미디어 오늘이나 TV의 미디어 비평 같은데서 가끔씩 이런류로 (해외외유, 공짜취재여행 등) 조지는 기사가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일부 소외받은 기자가 찌르거나, 아니면 다녀와서 열받은 기자가 찔른다. 둘중의 하나다. 미디어가 미디어를 스스로 조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다른 미디어를 조지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쓴다는 거다.

실제예로 “어제인 6월6일 MBC 미디어 비평을 보면 유람선 회사인 스타 크루즈와 게임업체인 웹젠의 취재여행지원이 주요 이슈였다. 스타 그루즈와 웹젠 홍보담당자들의 대응이 차별화되면서 얼마나 홍보담당자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인가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내 스스로도 2000년 토요타 프레스 투어를 생각하고 미디어 오늘과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웃었다.  

하단은 실제 미디어 오늘의 기사. (방문 매체수와 기자수는 조기자가 이 이슈를 제보한 기자에게 들었는지 매체수와 기자수가 틀렸다. 어쨋든 적으면 좋은 것 아닌가? 팬시한 기사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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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 ‘도요타차 풀’ 약속어겨 말썽 

자동차담당 기자들이 일본 자동차의 시승행사를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기자가 다른 방송기자와 맺은 풀 약속을 깨 말썽을 빚고 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지난 달 24일부터 27일까지 일본 동경과 나고야로 기자들을 초청해 내년 국내진출 예정인 렉서스 시승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전문지를 포함한 국내 언론사 21개사 23명의 경제부 및 산업부 자동차담당 기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SBS, MBN, YTN 등의 취재기자들은 KBS 강모 기자로부터 화면을 제공받기로 약속받았다.

그러나 KBS측은 강모 기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화면 제공을 거부해 다른 방송사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한편 자동차 담당 기자들의 이번 취재 경비는 전액을 한국도요타자동차 측에서 부담한 것으로 밝혀져 특정업체 이권사업을 위한 취재 유치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현호 기자  2000-12-07 
chh@mediaon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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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조현호 기자에게는 이 토요타 프레스 투어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투어 전반의 진행 프로세스등을 자세히 설명한 statement를 보냈다. 물론 개인적으로만 참고를 하겠지만. 그렇게 일본 본사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했는데 ‘한국도요타자동차”를 언급한다. 미디어 오늘 기자들을 위한 미디어 내일 기자들이 필요할 듯 하다.

암튼 KBS는 9시뉴스 한번,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과 관련한 특집 르포 2회등을 토요타에게 제공했다. 제작 수준이 그리 나쁘지 않다. 당연하지. 다른 소외된 TV방송 기자들은 머리를 짜내서 보도꼭지를 만들었다. SBS는 “일본 기업들이 온다”는 타입의 뉴스 꼭지를 몇번 잡아 줬다. 덩달아 소니나 다른 일본 회사들도 분단장을 했다. YTN은 뉴스 꼭지 이외에 아예 “한국토요타자동차 야스노 히데아키 사장”을 YTN본사로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30분이 넘는 긴 좌담회를 통해 일본 자동차 산업과 경쟁력 그리고 한국진출의 비전을 들었다. MBN은 당시 아나운서가 다녀와서인지 기사화가 안됬다. 나중에 이 아나운서는 산업부로 발령이 나서 토요타 당당기자가 되었고 그 이후에야 은혜(?)를 갚고 있다.

다른 일간지 기자들과도 친해졌다. 기자들은 돌고 돈다. 그 때 일본 투어로 친해진 기자들을 여기저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눈다. 은근히 친한척 하면서.

월간지들을 위해 심도있는 자료들을 일본으로 부터 공수 받아 전해주고 몇주가 흐른 뒤 프레스 투어의 업무는 종료됬다. 12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흐르는 분위기가 된거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프레스 투어는 효과적이다. 어제 미디어 비평과 같이 이러한 구도를 “저널리즘 vs 홍보”로 본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기자들은 그곳에 다녀와서 “띄어주는 기사”만 쓰지는 않았다.

나는 투어 내내 살아있는 저널리즘의 날카로움을 느꼈다. 언제나 쨍쨍한 긴장이 나를 깨워 있게 했다. 일본 본사 임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기자들의 인상을 살펴야 했다. 일부 기자들은 놀러가는 듯한 자세의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는 한국에서 취재를 하는 일상에서도 나타나는 것들이다.

프레스 투어는 “충분하고 객관적인 취재가치가 있는 한” 상당히 멋진 PR적 툴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0년 11월의 토요타 프레스 투어는 국내 기자들에게 역사상 최초로 “일본 자동차 산업과 그 경쟁력”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기사자료들을 제공했다.

이후 기자들은 일본자동차 산업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토요타가 전세계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자신들만의 시각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몇일만에 이미 성장한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러한 감상에 젖어 있었지만 이미 렉서스는 일본을 떠나 부산항에 속속 실려 들어오고 있었다. 한국시장에 첫선을 보이기 위해 말이다.  

by 우마미 | 2006/12/05 16:06 | 렉서스 PR 이야기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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