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 삭제 |
일본 토요타 프레스 투어 두번째날.
아침에 동경에서 후지산 밑에 위치한 히가시후지에 있는 토요타 시승장으로 떠난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누가 아침식사를 하는지 않하는지 살펴본다. 그래도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발을 옮기는 기자들이 꽤 있다. 예상보다는 어제밤이 건전했던 것 같다.
아침을 마치고 히가시후지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자들 앞으로 어디서 많이 본 노 부부와 일단의 노인들이 상반된 복장으로 떼를 지어 로비를 지나간다. 맨앞의 노인은 츄리닝 바람에 수건을 목에 둘렀다. 뒤에 쫗아가는 여자 노인은 한복차림이다. 뒤에 쫗아가는 노인들은 벗겨진 대머리들에 양복차림이다. 이게 뭐지?
前대통령 김영삼씨 부부였다. 뒤에는 일단의 수행원들. 당시 2000년말 김 전대통령은 전립선 수술차 일본에 요양중이었다. 기자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리 없다. “안녕하세요.” 한 방송기자가 말을 건넸다. 뛰어가던 김영삼씨. “어? 한국인이신가?” 그냥 지난간다. 근데 왜 특급 호텔에서 뛰어 다닐까? 궁금하다.
수행원중 한명이 이들이 기자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KBS 카메라가 땅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호텔 로비에서 차가 오기를 기다리던 츄리닝 김영삼씨. 다시 돌아온다. “어..한국 기자들이시라구?” 표정이 환해지고 그렇게 다정해 보일 수가 없다. 엄청난 변화다. 기자들이 마치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라도 하듯이 줄을 섰다. 악수를 하면서 관등성명을 댄다. “조선일보 누굽니다.” “동아일보 누굽니다.” 바라보면서 웃었다. 기자들이란. 정치가들이란.
한 기자가 손여사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지요?”…..손여사 “(미소지으며)…”
참 기자라는 사람이 시사에 어둡다. 남편 전립선 여행이 부인에게 무슨 좋은 말꺼리라구.
버스에 다 올랐다. 히가시 후지로 향한다. 정말 멀다. 기자들은 존다. 나는 깨있다. 이거 곤욕이다.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버스가 멈추어 서고, 토요타의 멋진 벨로드롬이 보인다. 자동차만을 위한 시승장. 백자 항아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가끔씩 시범주행 차량이 그 항아리속을 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벨로드롬의 크기는 아마 잠실운동장 만한 듯 하다.
기자들이 간단하게 현지 기술인력들에게 브리핑을 받고 시승장소로 이동한다. 26명을 2개조로 나누어 한조는 오전에 VSC (Vehicle Stability Control) 경험주행을 하고 한조는 벨로드롬 시승을 한다. 오후에는 두조가 임무를 교대한다.
VSC는 자동차가 빗길이나 얼음길에서 차체의 중심을 빼았기지 않게 하기 위해 자동으로 차체를 보정해주는 신기술이다. 빗길이나 빙판길 운전에 서툰 여성 오너 드라이버들에게 인기를 끌 것 같다는 어떤 기자의 평이다.
실제로 빗물과 빙판길을 재현해 놓은 특수 도로위를 렉서스 LS430이 시속 100km정도로 달린다. 물론 시범운전은 프로 드라이버가 한다. 기자들? 헬멧을 쓰고 뒷자리에 두명씩 앉는다. 조수석에는 한국토요타 손창규 부장이 앉았다.
빙판길에서 스핀하는 렉서스 그안에서 하얀 헬멧들이 좌우로 움직인다. VSC를 작동시킨후 다시한번 트라이. 차체가 몇번 흔들릴뿐 스핀하지 않는다. 기자들의 헬멧도 그자리에 있다.
자동차가 돌아왔다. 모두 십년 감수한 표정이다. “어이 장난아닌데..” 이때 장가간 기자들은 “죽을뻔 했네..”하는 표정이고 장가 못간 기자들은 “아, 재밌네..”한다. 처차식이 뭔지. KBS 풀이 VSC 시범 장면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렉서스를 잡느냐고 이리저리 뛴다.
오후에 벨로드롬 시승이다. 렉서스 4개 모델이 정렬되어 있다. 2001년 1월부로 한국시장에 출시될 라인이다. 기자들에게 안전운전 요령을 브리핑하는 토요타직원. 아무도 안듣는다. 기자들은 아마 학교때 리스닝 점수는 제로였을 것 같다. 언제나 기자들은 중요한 이야기는 흘려버린다.
몇몇 운전면허가 취소된 기자들이 시승을 하려는 요량으로 헬멧을 쓴다. “어..” 괜찮다는 눈짓이다. 그래 해라…다 팔자다.
분명히 기자들에게 시속 100km를 넘기지 말라고 토요타 담당 직원이 신신당부를 했다. 기자들은 그말을 200km는 넘기지 말라는 소리로 들었는 듯 하다. 모두 최고속력 자랑이다. 4개의 렉서스 차량이 마치 놀이공원 범퍼카 처럼 잘나간다. 기자들은 줄 서 있는 어린애들 같다. 신이난 표정이다. 어디가서 이런 고급차를 200km까지 몰아 보겠나.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후 5시. 이동이다. 아타미 온천으로 향한다. 기자들과 온천이라. 일본답다. 차가 엄청 막힌다.
저녁이 다되서 아타미에 도착했다. 호텔안에는 모두 유카다 차림의 가족들이다. 참고로 일본 유카다는 약식 기모노로 잠옷류다. 남녀가 공용으로 입는다. 여자들은 둘둘말아서 허리를 묶고, 남자는 둘둘말아 엉덩이를 둘러 묶는다. 이유는 알사람은 다안다.
기자들이 한명씩 유카다를 입고 나선다. “속옷은 입어라”는 통역의 당부는 그나름데로 잘 따른 듯하다. 기자들은 이런말은 잘 듣는다.
한시간 정도 여유시간을 주고 저녁식사에 모이라고 했는데도 빠른 기자들은 온천에 들어가 씻고 나온다. 군대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웃었다.
저녁 식사자리. 다다미가 깔리고 금색병풍이 둘러싼 커다란 방이다. 조선호텔 1층의 컨벤션홀 1/3 크기랄까. 1인용 작은 탁자들이 4열 종대로 길게 늘어서 있다. 방석도 같이.
기자들이 모두 자리를 잡으니 마치 조폭들을 연상시킨다. 4열이 2열씩 서로 마주보면서 식사를 한다. 열과 열사이에는 서빙을 위한 폭 1m 정도의 통로가 있다.
일단의 토요타 임원들의 축사가 끝나고 회정식류의 저녁식사와 함께 기자들과 술자리가 벌어 졌다. 사께와 맥주들로 몇몇 기자들의 얼굴이 붉어진다.
이때, 네명의 게이샤(기생)들이 정문앞에 정렬을 한다. 일본특유의 무릎을 꿇어 머리를 조아리는 절을 한 후 4명의 게이샤들은 한줄씩 맡아 술을 돌린다. 복장은 꼭 어린왕자 같은 옷을 입었다. 생김새는 아마 러시안과 일본인의 혼혈 스타일이다. 기자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곧 작업에 들어갔다. “이찌방!” “오케이?” 등등 만국어를 섞어가면서 애교 또는 주접을 떤다. 그녀들은 웃기만 할뿐 도대체 커뮤니케이션은 안되는 표정이다.
일본기업 특유의 배려라는 측면에서 게이샤들의 출현은 독특했다. 흠 일본이라…
2시간이 훨씬 넘는 저녁식사가 끝나고 가라오케로 전체 자리를 옮겼다. 온천장에 있는 일본식 가라오케가 오죽할까. 우리나라 지방 노래방 수준이다. 거의 30여명이 술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일본 토요타 사람들이 더 줄거워 한다. 손창규 부장은 나에게 사회를 보라는 표정이다. 야…PR인이 무슨 레크리에이션 강사냐? 대충 사회를 보는데 흥에 겨운 손부장이 마이크를 넘겨 받는다. 웬 개다리춤?
참 인하우스 생활하기 힘든 것 같다. 개다리 춤이라…
기자들이 한명씩 불려나와 또는 자청해서 한곡조를 한다.
그 와중에 테이블 한편에는 경제지 기자들이 둘러 앉아 위험한 장난을 한다. “폭탄”을 돌리기 시작한거다. 매일경제 기자의 분수쇼를 관람(?)한 후 돌아가는 폭탄들. 거기까지 동행한 게이샤 한명을 불러 시음회를 한다. “디스 이스 코리안 칵테일”…..한국망신이다. 폭탄잔의 냄새를 맡은 게이샤의 얼굴이 찡그러진다. 한잔 하더니 다른 테이블로 꽁지를 뺀다. 기자들은 좋단다.
기자들과 함께 폭탄을 주고 받다가 가라오케의 타임은 끝이 났다. 밤12시가 넘었다. 한국토요타 일본인 사장이 해장을 하잔다. 호텔내 라면집에 2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일본에 와서 먹는 라면이라. 기대가 많았는데 기자들이 많이 남긴다. 느끼하단다. 술먹고 느끼한 것 먹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덕분에 돈내야 가져다 주는 특별메뉴 김치의 매상고가 업청 올랐다.
각자 객실에 들어갔다. 몇몇 젊은 기자들은 이미 폭탄에 산화하여 영혼끼리 한 객실에 뭉친다고 한다. 그래 뭉쳐라. 나는 피곤하다. 이틀째 밤이다. 어떻게 기사는 나왔나? 내일 아침에 한국에 전화를 걸어봐야지.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