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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대상으로 우리와 시장의 입장을 개진하고,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법률자문 그룹이 하던 일이었다. 전직 공정위 간부 출신의 법률 자문 그룹단이 지원을 개시했다.
경제학 자문 그룹은 국내 최고학부의 fair trade 관련 교수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왜 H사의 J사 인수가 반시장적이고 반 소비자적인지 어떻게 공정한 경쟁을 해할 것인지를 학문적으로 규명하여 공정위측에 전달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물론 법률자문단을 통한 의견 전달이었다.
우리 PR그룹은 수면하에서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하여, 끊임없이 우리의 주장을 지면과 화면으로 끌어 올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여론을 움직여 공정위에게 영향을 주겠다는 의지였다.
모두 상당한 시간들과 열정을 투자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3-4시간씩 weekly review meeting을 몇달간 계속했다. 이 자리에는 아시아태평양 사장과 아태지역 법률, 경영 및 PA자문 담당임원들을 포함해 우리 로컬의 Plan B팀까지 약 20여명이 함께하는 대규모 전략회의였다.
이 회의에서는 지난 한주 동안 각 팀들이 진행한 활동들과 그 결과 보고, 그리고 향후 활동 계획들과 예상 결과등을 순서대로 발표했다. 또한 공정위의 심사 과정에 대한 변화들에 대해 업데이트 받는 시간들이었다.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 열리는 회의였고, 몇명의 통역 비서들이 배석했었다.
PR팀에서 4개월간 진행했던 600여개 이상의 기사들이 이 자리에서 하나 하나 리뷰되었고, 그 방향성에 대해 공유가 되었다. 가끔씩은 법률자문이나 경제학 자문팀에서 “너무 과한것 같다…”할 정도로 PR팀은 공격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그 만큼 PR팀은 절실했다. 열정이 많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PR팀 퍼포먼스의 백미는 두가지였다. 그 첫째가 S방송사 아침뉴스 시간에 약 10여분 이상 동안 H사의 J사 인수 이슈들을 우리의 시각을 중심으로 이슈 추적형식의 보도를 따냈던 것이다. 마침 그날이 금요일이었고, 시간대도 우리가 weekly review meeting을 진행하는 바로 그 시간이었다.
우리팀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실 벽면의 대형 TV를 켜놓고 있었다. 마침내 보도가 시작되었고, 20여명의 우리 회사 내외국인들이 그 보도를 한참동안 감상(?)했다. 한국인 사장과 임원들은 그 보도를 지켜보면서 가끔씩 “와~” “어휴~”하면서 너무 심하게 우리편을 들어주는 뉴스제작팀을 놀라와했다. (당시 호 선배 회사의 한 클라이언트도 이 보도 때문에 S방송사에 강력하게 컴플레인 한 것으로 안다…죄송…어쩔수 없었어요~)
보도가 끝나고 아태지역 사장인 P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Great. excellent job, guys” 그는 해당 보도가 우리가 말하고 싶은 모든 키메시지들을 훌륭하게 담아내었다는 것을 치하했다. 이 보도이후에 공정위측의 반응에 대해 보고해달라고 법률자문팀에 주문했다. 한국인 사장께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수고했다” 웃어주었다. 사실 직장생활은 이 맛에 한다. 새벽까지 힘들어 혼자 울기도 했었는데…사장의 이런 웃음이 다시 전의를 불타게 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그로부터 얼마후 K방송사 보도를 하나 더 추가했다.
두번째 백미는 모 메이저 리서치 회사를 통해 주류도매상들의 반응을 조사해서 발표하게 작업을 한 것이다. 시장 당사자인 우리가 진행하는 도매상 반응조사는 언론에서 공정성을 평가 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리서치 회사가 단독으로 이슈를 조사해 발표하는 형식으로 지원을 했다.
기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출입기자들이 궁금해 하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한 것이다. 기자들은 우리에게 “너희들이야 경쟁사이니까 경쟁사가 인수하는 것을 싫어하겠지만, 도매상들은 어떤 반응이냐? 만약 도매상들이 반대한다면 그것이 시장의 여론 아니겠느냐?” 그렇다 항상 이슈관리에서 답은 기자들에게서 나오곤 한다. 기자들이 논리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을 채우기만 하면 이슈관리는 반은 성공한다고 본다.
조사결과가 여러 매체에 언급이 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반 H사 정서로 굳어지고 있었다. H사에서는 이 리서치의 배후가 누구냐에 촛점을 맞추어 우리를 매도했지만 그 증거는 없었다. 몇몇 기자들도 이 자료 자체에 대해 신뢰를 두지 않는 기자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개념정립에는 도움이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법률자문이나 경제학 자문팀에 속한 변호사들과 교수들도 PR이 얼마나 이슈관리에 있어서 강력한 포스를 발휘하는 지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2005년 당시의 회사생활은 “우리가 우리 회사를 살릴 힘이다”라는 생각에 너무나 행복했다. 우리회사를 사랑하고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어금니를 깨물고 다녔다. 그 만큼 당시 경쟁상황은 비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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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보통 오전에 인터뷰들을 했는데 얼굴이 말이 아니다. 하긴 바로 몇시간전까지 술을 마셔대고 있었을 때니까…이젠 쉬고 싶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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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M&A comm-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