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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베스트팀 구성의 명을 받아 주류업계에 밝고, 이슈 및 위기관리에 경험이 많은 에이전시를 선정했다. (사실 선정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의뢰했다는 말이 맞다) 긴급한 시기에는 정상적인 선정 프로세스가 불가능할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들과의 첫번째 업무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관리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일단 거의 우리 PR측이 주체가 되어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나나 에이전시 사장님들이나 맘들이 편치 않았다.
우리에게 하달 된 지상목표는 “경쟁사가 J사를 인수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 PR의 목표공중은 1. 소비자들을 포함한 일반국민, 2. 공정위 3. 기타 관련 정부기관이었다.
프로젝트의 성격은 왜 경쟁사가 J사를 인수하면 안되는가? 어떠한 반시장적/ 반소비자적/ 반경쟁적인 효과들이 기대되는가?를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목표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이해를 강구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아주 험난한 일정들이 시작되었다. 1차 모든 출입기자들을 1대 1로 만나서 우리가 미리 준비한 expected Q&A에 따라 일선기자들을 이해시켰다.
주류시장의 특수성에 대한 교육부터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세한 반응까지 여러가지 이슈들을 기자들과 면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술병들과 안주들이 사라져갔다.
약속이 잡힐때는 하루에 3명 이상의 기자들을 만나야 했고, 하루에 수십통의 전화와 수십개의 자료들이 전달되었다. 천천히 우리의 메시지를 이해한 기자들이 경쟁사의 J사 인수에 대한 파급효과에 대해 여러가지 의문점을 제시하는 기사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경쟁사의 관점보다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시장의 관점에서, 공정한 경쟁의 관점에서 개발한 메시지들과 사례가 유효했다.
우선인수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끝날줄 알았던 이 활동들이 다시 장기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에이전시는 나의 back up이었다. 내가 전장에서 일하는 일벌레라면 그들은 보급부대의 역할을 했다. 홀로 외롭기도 했고, 체력이 딸려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다. 그러나 그 다음날이나 이삼일 후 사내 ‘프로젝트 회의’에서 우리팀이 개런티 했던 핵심 메시지를 담은 기사가 떡 하니 나올때에는 그런 외로움과 힘듦이 눈녹듯이 사라졌다. 하나의 중독이랄까…
몇년이 지난 지금도 같이 매일 밤늦도록 고생하면서 같이 얼굴을 맞대었던 우리 출입기자들이 고맙다. 그들은 수많은 기사들로 우리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 주었고, 우리의 시각을 여론화 시켜 주었던 것이다. 10년간의 이 생활에서 가장 기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과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했던 기간이었다. 앞으로도 아마 이런 경험은 다시 없을 것이라 믿는다. (사실 너무 힘들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 당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월-금까지 working week에 20여 시간밖에 못잔다고 불평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집에서 서너시간의 단잠이 그때 당시에는 충분했다.
나중에 합산한 결과 우리는 최종 인수결정이 난 직후까지 약 4개월여간 600여개가 넘는 주요기사들을 개발했었다. 그만큼 이 이슈가 큰 이슈 였기도 했지만, 그 600여개가 다 우리팀의 눈물과 땀 그리고 피로 쓰인 것이라 나름 의미가 깊고 지금까지 애정이 간다.
당시 경쟁사에서는 우리를 상당히 미워했었다. 자신들은 손발이 묶여 있는 입찰참가자였고 우리는 그들을 견제하는 전문 여론 플레이어였으니 얼마나 우리가 미웠을까…(경쟁사 홍보팀 선배님들께 죄송합니다. 다 공적인 일이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2005년 늦봄과 초여름은 갔다. 수천병의 술병들은 탄창처럼 흘러 내려갔고, 기사들이 연기처럼 피워 올랐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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