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Times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정부나 각종 기관 공히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 보다는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더욱 중요 해 진다. 그렇기 때문에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책임자는 위기관리를 경영활동에 있어 높은 우선순위로 둔다.
어쩔 수 없이 발생된 위기라도 CEO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 내면 그의 경영 역량은 높이 평가받는다. 반면 어처구니없는 위기인데도 CEO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 내지 못하면 그는 사회적 비웃음만 받게 된다. 기업의 위기가 딱히 기업 자체에게만 위기가 아닌 셈이다.
임원이나 직원들은 심각한 위기가 회사에 발생되어도, 그 회사를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더라도, 새로 옮긴 회사에서 그에 대해 기억하거나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그러나 CEO는 다르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CEO는 다른 새로운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도 우리 역사를 보면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 실패 해 권력을 내놓아야만 했던 불행한 케이스이 있다. 그 외에도 기업의 위기관리가 실패해 그에 대한 책임을 졌던 CEO들은 그보다 훨씬 수가 많다. 심지어 위기의 중심에 서서 위기를 촉발시킨 이후 경영권을 상실하거나, 큰 후폭풍을 경험한 기업 오너들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기업 내부에서 그 누구보다도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CEO다. 예기치 못했던 위기가 발생되면 최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위기를 관리해 내기 위해 지속 연습하고 실행하는 사람도 CEO다. 시종일관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성패에 따라 자신의 역랑과 입지를 인정받게 되는 사람들도 CEO다. 그렇다면, 성공적 CEO가 꼭 지켜내는 위기관리 핵심 원칙은 무엇일까? 크게 열 가지로 추려 보자.
첫째, 문제 해결자가 되자
CEO는 문제 유발자(Problem maker)가 되지 말고,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상식적인 경영원칙이다. 문제는 그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CEO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위기관리 관점으로 기준을 세워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CEO가 문제 유발자가 되어 발생시킨 위기는 관리 예후가 대부분 좋지 않다. 좋지 않은 수준을 넘어 재앙적인 수준으로 결론이 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도 가장 주목하고 강한 비판을 가하는 위기 유형이 CEO가 발생시킨 위기다. 자신이 문제 유발자가 돼 버린 위기 시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위기관리가 극히 제한된다. 조직을 움직이기도 어렵다. 당연히 데미지컨트롤은 더욱 더 불가능 해 진다. 진정한 문제 해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는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둘째, 위기관리는 CEO가 하는 것이라 생각하자
일단 사내 위기관리 교육이나 훈련 그리고 시뮬레이션 할 것 없이 CEO가 가장 먼저 그리고 나중까지 참여해야 한다. CEO가 사내에서 위기에 대하여 그리고 위기관리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주변 임직원들에게 질문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질문의 요지는 딱 하나다. “만약에?(Wat if?)”라는 질문을 종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비롯한 여러 업계 기업들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이슈나 위기 유형을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계속해 사내 임직원들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만약에 우리라면? 만약 우리에게 저런 위기가 발생된다면?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이 회사 위기관리 조직을 움직인다.
셋째, 평상시 CEO의 위기관리 철학을 반복해 커뮤니케이션 하자
위기가 발생된 다음 왜 임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한탄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CEO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여러 임직원에게 반복해 커뮤니케이션 해 놓아야 한다. 예로 고객 관련된 위기 유형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그 모든 유형에 대해 평소 CEO가 반복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철학은 “어떤 유형이든 고객이 이로운 방향으로 신속히 해결하자”일 수 있다.
이런 CEO 철학이 임직원들에게 골고루 이해되고 있다면, 고객과 관련한 위기는 실제 발생되더라도 초기 대응에 있어 정확성과 신속성을 띄게 된다.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를 딱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일선에서 결정할 수 있게 권한이양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하는 지시보다, 평시에 커뮤니케이션 하자.
넷째, CEO 스스로 민감성을 극대화하자
‘자신이 결정한 내용이 내일 아침 신문 기사에 그대로 실려도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항상 여론과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며 경영적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사전적 위기관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일단 발생되면, 위기 발생 이전으로 현실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 해 진다. 위기관리 중 가장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위기관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가 스스로 가장 민감해야 한다. 물론 그의 민감성은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에 공유되어야 한다. 일부 경영진은 CEO가 너무 민감해서 피곤하다는 푸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살피고, 조심스럽고, 떳떳하려 애쓰는 모습은 직원들에게 아무리 보여주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실제로 위기 유형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 위기관리는 잘한다. 무뎌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다섯째, 잘된 위기관리 매뉴얼보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에 욕심을 내자
위기는 사람이 발생시킨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그 위기를 키우는 것도 사람들이다. 그에 맞서 위기를 관리해 내는 것도 사람들이다. 더욱 정확히는 자사의 위기관리팀이다. CEO의 위기관리 철학과 전략을 그대로 받아 실행해 내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각 실무팀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마크 해 낸다. 홍보실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창구가 회사를 대변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 낸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두꺼운 서류책이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고 매뉴얼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부단하게 훈련받은 팀이다. 그 훈련의 기조와 프로세스는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의 같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위기관리팀에 투자하는 CEO가 되자.
여섯째, 사회적 여론과 이해관계자들을 존중하자
경영을 하면서 CEO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간 이익을 주고받고 하며 성장해 왔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아 어느 한 이해관계자도 의미 없는 경우가 없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들의 이해관계와 영향력은 극대화된다. 폭발적으로 일희일비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친근했던 이해관계자가 낯설게 느껴지게 된다.
그런 경우일수록 더욱 더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핵심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해관계자를 잘 알고 주목하는 CEO가 문제 해결을 쉽게 한다. 이해관계자와 반목하는 CEO는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그들을 존경까지는 하지 못해도 존중은 해보자. 그래야 산다.
일곱째, 위기관리는 과감하게 하자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 버린 CEO는 이후 언론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해당 위기는 일단 발생된 것이다. 그에 대한 대응과 관리 방식은 그 위기의 규모나 영향을 압도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겨우 자사의 위기관리 노력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눈에 띄게 된다. 일부에서는 회사는 위기인데 CEO가 스타가 되려 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하다.
그래도 최대한 과감한 위기관리 방식에 베팅하는 것이 좋다. 사과를 해도 대대적으로 한 번에 끝내자. 기업도 살고 CEO도 산다. CEO가 결정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 방식을 항상 고민해 보자. 우물쭈물, 스리 슬쩍, 좌고우면 등의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빠르고 과감한 대응에 이길 여론은 없다.
여덟째, CEO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귀 기울이자
내외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의 의견을 계속 물고 들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신중하게 실행하자. CEO가 신속하게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CEO가 성급하게 나서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CEO의 가시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처음부터 선을 그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경우의 수와 변수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며, 많은 경험을 가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 의견에 CEO는 의지해야 한다. 성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없는 상황관리는 실패한 위기관리로 기억된다. 위기 시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귀 기울여가며 커뮤니케이션 해낼 수 있어야 산다.
아홉째, 모든 책임은 CEO가 진다는 믿음을 주자
위기가 발생되면 기업 구성원들은 누구나 자신과 관련 된 위기관리를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갈 것이 예상되면 회사를 위한 위기관리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성원이 각자도생으로 맞서게 되면 될수록 회사의 위기관리는 실패의 길을 가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환경을 방지하기 위해 CEO는 해당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나서서 지며 강조해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인력, 예산, 프로세스, 컴플라이언스 등에 대해 최대한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 해 주어야 한다. 마음 편하게 위기관리에 전심 다할 수 있는 임직원의 애사심은 그런 CEO 아래에서 발휘된다. 사후에도 일선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마지막, 신뢰를 지키자
CEO가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해 약속한 내용은 뭐든 지켜내야 한다. 제대로 약속을 지켜내 그 결과를 추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신뢰를 얻게 된다. 임기응변이나 모면 중심의 약속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래야 CEO의 경영 역량이 다시 빛을 낸다.
같거나 유사한 위기를 계속 반복하는 기업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그런 기업은 CEO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유사한 위기가 재발되는 것이다. 지키지 않은 약속이 그대로 위기로 다시 드러나게 되면, 그 다음 위기는 어떻게 해도 성공시키기 어려워진다. 계속해서 악순환만 반복된다. 약속을 지켜 신뢰를 얻는 것이야 말로 궁극적인 위기관리다.
이상은 CEO가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명심해야 하는 위기관리 원칙이다. 흔히 일부 전문가들이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자사의 위기 시 기회를 얻는 곳은 경쟁사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과 같은 기업 경쟁 구도에서는 경쟁사가 큰 실수를 해 주면 자사는 반사이익을 얻는 형국이 된다. 어처구니없는 자사의 실수를 민감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CEO로서 어쩔 수 없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그렇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단,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장기간 부끄러워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CEO는 이 결과를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운 만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다듬고, 연습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 나가면서 우수한 위기관리팀에 투자해야 한다. 회사를 위하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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