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22025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위기관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생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단 위기가 발생되어 세상에 떠들썩 하게 알려지게 되면 해당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는 99% 실패한다. 진짜 성공한 위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사전에 관리되어 아예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는 말은 그 위기가 사전에 적절하게 관리되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을 때나 적용된다. 실제로 특정 기업의 위기는 그 기업의 경쟁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뿐이다.

사전에 일정 수준 관리 노력을 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위기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어떤 사전적 노력을 순리에 따라 성실하게 진행해 왔는지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정상참작을 꾀하는 노력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자사가 실행한 사전적 노력들이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부적절한 성격의 것이라 고민한다. 물론 정상참작은 커녕 그 노력들이 추가로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게 많고 다양한 위기관리 실패 사례가 있는데도, 그 후 많은 기업들은 그 기출문제를 받아 다시 틀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아예 기출문제(자사 전례 또는 타사 전례)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별로 새롭지 않은 위기를 반복할 때마다 새로워한다. 언론이나 규제기관의 질문에는 ‘이 문제를 몰랐다’고 답변한다. 사실은 그런 문제를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문제가 그런 식으로 불거질 것을 몰랐다는 답변이 좀더 정확할 것이다. 머피의 법칙처럼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잘못된다.’

모든 가용한 사전적 관리를 이미 했고, 그 관리 노력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업에게 공유하고 픈 위기관리 조언을 정리해 본다. 위기 시 하단에 언급되는 위험한 생각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생각들만 하지 않는다면 사후 위기관리와 데미지 컨트롤은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순리를 따르는 실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과연 주로 어떤 생각들이 위기관리를 처참한 실패로 이끌까?

첫째,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해 나가고 있다면 그 속에서 ‘준법’이란 별 차별적 의미가 없는 기준이 된다. 모든 개인이나 기업들은 준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준법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지만, 준법하고 있다고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논란에 처하면 공식 입장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메시지를 낸다. 해당 논란에 있어 ‘법을 지켰느냐?”가 핵심이 아닌 데도, 법을 준수했다는 것을 내심 자랑스러워 한다.

물론 법까지 지키지 않았다면 그 상황은 그 자체로 종료된다. 더 이상 위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이 쓸모 없어진다. 그렇다고 법만 지켰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도 여론의 법정은 더 폭넓고 깊은 사회적 정무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은가?’에 따른 판결이 주를 이룬다. 준법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강조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에 더해 사람이 어떤 자세와 생각으로 매너 있게 삶을 영위하고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처럼, 기업의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법을 지켰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우리를 공격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억울하고, 비참한 희생양이다. 마녀사냥이다. 이런 말들이 내부에서 나오는 경우라면 대부분 법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법만 지키는 것이 더 문제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이해관계자를 우습게 아는 생각

세상에 우습고 쉬운 이해관계자는 없다. 이해관계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우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스스로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이 이해관계인데, 그 이해관계를 우습게 본다면 반대로 그 기업이 우스운 것이다. 흔히 기업 경영진이 언론사 기자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며 최근 유행하는 폄하 명칭을 쓰기도 한다. 기자의 수준이나 의도를 비웃고는 한다. 그런 일상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 발생 시 적절한 언론 대응을 어려워하게 된다.

규제기관이나 국회, 소비자 단체나 시민단체, 투자자, 직원, 거래처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을 존경하지는 못하더라도 존중하는 자세는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피력할 수 있게 된다. 어색하거나 연기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게 된다.

이해관계자 대부분을 자사가 통제관리 하고 있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대형 로펌을 활용하여 관리하고 있고, 대관 조직을 크게 키워 마사지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기업도 있다. 홍보실이 파워풀 해서 출입기자들은 물론 각종 규제기관 출입기자단까지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는 계속 두려워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우리 회사 임직원이 원팀이라고 하는 생각

최근 들어 상당히 위험해진 생각이다. 절대 사내 위기관리팀이나 임직원은 원팀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마 예전에도 원팀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면 모든 사내 구성원들은 자신과 관련된 분야를 먼저 관리하게 된다. 회사가 하나의 목적과 방향을 정해 위기관리에 나서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내가 얼마나 이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다. 그 후 그런 사전 조건이 충족되어야 임직원들은 회사의 목적과 방향에 따라 위기관리에 나서게 된다.

최근들어서는 더욱 더 그런 원팀 마인드는 요원 해졌다. 회사가 위기를 맞아 공식 사과를 해도 직원들은 블라인드에서 그와 반대되는 속내를 드러낸다. 회사의 구체적 해명에 대해서 ‘사실은…’이라며 아는 척을 한다. 일부 회사 구성원이 이해관계자를 비웃거나 그들과 맞서 싸우려는 시도까지 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증상이다.

여러 기업들이 사내의 그런 노이즈를 사후 관리해 보려고 소송이나 내부감사 역량을 집중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 공감하듯 그런 직원들의 일탈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그런 직원들은 존재하며 활동할 것이고, 기업들은 반복해서 고통 받을 것이다.

임직원은 위기 시 절대 원팀이 아니라는 생각을 전제로 놓고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관리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공유에 불필요한 정보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평소에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직원의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그런 노력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소란을 겪는 것보다, 그런 노력을 성실하게 했음에도 소란을 겪게 되었다는 포지션이 훨씬 낫다. 명분이라도 있다.

넷째, 우리만 알고 있다는 생각

글쎄다. 세상에 우리만 아는 정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다면 모두가 알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세상에 세명이 그 비밀을 알고 있다면, 그 세명이 다 죽은 후에야 비밀은 지켜진다는 옛말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대외비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인지가 더 의문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투명성을 강조한다. 누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발가 벗겨져 있는 것처럼 투명하라는 요구를 사내적으로 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모 거대 기업에서는 ‘공개할 수 없는 문서는 만들지 말라’는 원칙을 세워 따르고 있다고도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원칙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요즘같이 녹음, 녹화, 캡쳐, 공유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우리만 아는 정보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정보가 사람을 통해 알려졌다면, 사람을 통해 유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공개되었을 때 회사가 크게 데미지를 입을 정보라면 그 정보 자체를 생성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관리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기업은 위기 시 큰 낭패를 겪게 된다. 이 정보가 외부로 알려져도 우리가 떳떳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계속해 가며 투명 해 지려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털어도 먼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기업 경영진의 그런 생각과 각오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단하다는 의미 이외에 실질적인 위기관리 효과는 찾기 어렵다. 기업 대표께서 ‘저희는 문제가 될 행동을 절대 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강력한 컴플라이언스를 바탕으로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저희 회사는 글로벌 회사라서 세세하게 모든 부분에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원초적으로 불가능 할 정도입니다’라고 자랑하는 홍보임원도 있다.

우리가 시쳇말로 ‘털어서 먼지 않나는 것 없다’는 말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기업은 위험한 생각을 하는 셈이다. 이세상에 모든 것은 계속해서 털어 대다 보면 먼지가 난다. 물론 먼지의 다소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먼지가 나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위기관리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생각이다.

털면 먼지는 나게 되어 있으니, 그에 대응해서 가장 좋은 사전적 위기관리 방법은 ‘털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그렇게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에서 조심스럽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과 그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 핵심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는 기업만큼 부끄러워해야 할 기업은 없다.

마지막, 어떻게 든 되겠지 하는 생각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평소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훈련 받았 어도 매번 어려워한다. 위기관리 경험이 많은 경영진도 때때로 패닉에 빠진다. 몇 년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희한한 논란이 요즘 들어 일상화되기도 한다. 같은 업계 경쟁사들이 하나 둘 비슷한 위기에 엮여 들기도 한다. 언제 우리 회사가 그 다음 케이스가 될지 조마조마하다. 어떻게 든 되겠지 하는 생각은 다가오는 위기를 그냥 흘려 보내겠다는 의미와 같아 위험하다.

절대로 어떻게 든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이롭다. 아무리 훈련 했어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자.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모든 대응이 다 잘되고 나서 사후 감사로 대신해도 좋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모든 것이 안되고 불가능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되어 가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불안해진다.

어떻게 해도 어렵고 힘들 것이다.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이런 비관주의적 생각이 위기관리의 성공을 이끈다. 단, 비관적인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게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비관적 전제를 넘어서려는 실질적 노력이 압도적으로 기해져야 한다.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노력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상의 다양한 생각들은 인간적으로 보면 일견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라는 이상하고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그런 생각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위기 시에는 좀더 다른 생각과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일관된 경계심이 필요하다. 비슷한 위험한 생각을 반복하지 않아야 위기관리에 있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위험한 생각을 하나 하나 찾아 버리는 연습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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