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2022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로 오해되는 가짜 위기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초반에 진행하는 작업은 자사와 관련 한 ‘위기요소 진단’이다. 단어는 어려워 보여도 개념은 쉽다.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들을 모두 끌어 내서 우선순위와 위해도에 따라 정리해 보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다양한 생각과 예측을 한다. 각각의 위기 유형에 대하여 많은 토론의 기회도 가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들을 하나 하나 학습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위기관리 조직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문제 유형이 꽤 있다는 것이다. 왜 그 유형을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여러 이유를 대지만, 확실하게 해명이 되지는 않는다. 일단 그 위기가 발생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결과론적인 시각에 주로 집중하기 때문인 듯하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위기 중 사실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정확하게 위기를 위기라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것을 위기라 정의하는 것은 그 스스로 위험한 행위다. 위기에는 위기관리가 필요하지만, 위기가 아닌 것을 위기로 간주하면서 위기관리를 하려 하면 진짜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 전문가들이 위기관리가 어렵다고 하고,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고 되묻고, 위기관리는 그냥 운이라는 생각까지 하는 이유가 그들 스스로 잘못된 위기관리 분류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위기가 아닌 것을 위기라 보면서 위기관리를 하려 하니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 못된 방향으로만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위기라고 보기 어렵지만 흔히 위기로 정의되는 유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범죄행위로 인한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A 회사 회장께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했다.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회장은 사고 직후 뺑소니를 쳤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사고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체포와 강제 조사를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한다면 기업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회장의 범죄 행위로 인한 문제들을 관리하여 최종적으로 어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전략적인 경찰조사 응대를 통해 회장의 무혐의를 받아내는 것이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회장의 사고와 뺑소니 행위에 대한 형벌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과 목표가 될까? 이를 위해 대형 로펌과 한 팀을 이루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회장의 행위에 대한 정상참작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위기관리일까?

세계 어느 나라의 어느 기업도 자사와 자사 구성원의 범죄 행위에 대해 위기라 부르지는 않는다. 범죄 행위는 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법에 의해 죄 값을 받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기업 위기관리 조직은 회장의 범죄행위 대하여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회장의 범죄행위로 인한 사회적 여론 악화와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데미지를 면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는 있다. 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사후 관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를 둘러싼 사회적, 사업적 여파를 관리하는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하는데, 이런 분별이 있을 때 일부 데미지 컨트롤 목적의 위기관리는 가능하다 할 것이다.

둘째, 정상적이지 아닌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아기들을 위해 건강 이유식 통조림을 만들어 인기를 누리는 식품회사가 있다.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만든다고 해서 아기와 부모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내부에서 일반 원재료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특정 재료는 수입산까지 사용하다가, 이번 소비자단체의 무작위 조사에서 제품 성분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라 정의하면 기업에서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국산 유기농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심지어 수입산 재료를 쓰다가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일반 원재료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문제의 기간과 규모를 축소시켜야 할까? 제품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단체가 시험검사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텨야 할까? 이와 같은 모든 상황을 위기로 정의해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해당 기업은 정상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를 기만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이 상황을 위기로 정의한다면 기업 스스로 소비자를 기만했던 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당 제품군이나 브랜드를 포기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진을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결과이고, 그런 원칙을 되살리는 행동은 곧 위기관리가 된다. 위기관리에는 그 외 다른 기술이나 기법이 존재할 수는 없다. 다른 기술이나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면 그 상황은 위기로 정의될 수 없다.

셋째, 윤리적이지 않은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내부 고발자가 생겼다. 회사내 민감한 내용을 외부로 전파하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는 이 자는 전직 직원이다. 회사에서는 퇴사 시 합의한 비밀준수계약 위반을 들어 강력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직원은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회사와 합의를 원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폭로로 인한 자사 피해를 들어 해당 직원에게 악착같이 고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려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후 전직 직원은 깊은 실의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다.

이 상황은 기업에게 어떤 위기인가? 직원이 자살을 시도하더라도 끝까지 배상금을 받아 내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인가? 그 문제의 전직 직원이 자살을 시도해서 세상이 떠들썩 해졌으니 위기라고 정의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아무일 없이 전직 직원으로부터 배상금만 받아 내고, 폭로를 더 이상 못하게 했다면 위기관리에 성공한 것일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라고 해도, 윤리적 감정 문제를 잘 못 건드려 발생된 상황은 정상적인 위기로 정의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을 만들게 된 과정에서 기업의 책임은 얼마나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적으로 윤리적인 논란은 만들지 않아야 했음에도, 도가 지나쳐 문제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를 새삼 위기라고 정의하고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 위기를 만든 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의도적으로 초래 한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경영진을 비롯해 오랫동안 A회사에서 일해온 팀장급 이상은 자사의 오래된 관행에 익숙해 있다. 기업 문화로까지 정착되어 있는 관행인데, 이게 상당히 민감한 행태다. 거래처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뒷돈을 받고 그 비자금을 가지고 여럿이 나누어 용돈을 쓰는 것이다. 그 액수가 전사적으로 상당액이 되지만 사내에서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일부 직원은 자사의 복지라고 은근히 자랑도 하고, 거래처들로부터 많은 돈을 거두는 직원을 능력 있는 직원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다 한 신참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사에 문제를 제보했다.

이 상황은 과연 위기인가? 인사팀에서는 문제 직원을 신속하게 적발해 내고, 홍보팀에서는 제보를 받은 언론사를 찾아가 무마 작업을 해야 하나? 해당 직원에게 여러 문제를 트집잡아 소송 위협을 해야 할까? 당분간 회사 직원들의 입단속을 위해 교육을 하거나, 사내 공지를 띄워야 할까? 이 상황을 위기로 정리해서 이런 식의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상황을 정의하기 전에 이 문제는 자사 구성원 스스로가 초래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의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사내 대부분이 이것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상식화되었다. 언젠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조차 가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위기관리는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에 내부의 나쁜 관행을 뿌리 뽑는 것뿐이었다. 새롭게 내부 규정과 감사 활동 강화를 통해 문제 소지인 관행을 과감하게 없앴어야 했다. 그 외에 벌어진 상황을 위기라 정의 해 위기관리에 나서서는 안 된다. 문제를 무마하거나 넘어가려 하는 것은 위기관리가 아니다. 이를 위기로 정의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사전에 부단한 관리 노력을 하지 않았던 상황은 위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여러 기업에서 MZ 세대 직원들과의 소통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A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반 자사 MZ 세대 직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현재 자사 직원 중 MZ세대로 분류되는 직원이 80%가 넘는데도 이전과 같은 형식의 인사관행과 소통만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MZ직원들이 블라인드를 통해 회사에 대한 엄청난 불만과 사업상 불공정 문제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 뒤에는 무언가 나쁜 생각을 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 상황은 과연 위기일까? 이전에 수많은 타기업 전례가 있었고, 자사에게도 여러 번 소규모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관리 노력이 없었던 것이 핵심 아닌가. 외부로 회사의 부정적인 내용이 알려졌으니 위기라고 해당 상황을 정의해야 하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나쁜 세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을까? 일부에서는 외부 정치세력이 자사 직원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믿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를 통해 어떤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달성해야 할까?

해당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하려면 A사는 이전부터 MZ세대 직원들을 이해하려는 성실한 노력을 해 왔었어야 했다. 그리고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그들과 함께 부단하게 소통해 왔었어야 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정확한 사업 내용과 절차를 숙지해 불필요한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게 했어야 했다.

문제 발생이 충분히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방지나 완화 노력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현 상황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라고 정의해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여기에 음모론까지 적용하여 상황을 잘 못 이해하고 전혀 엉뚱한 대응을 하려 한다면 그것을 과연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위기관리 또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했어야 한다. 사전 관리 없이 문제가 불거지면 대부분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재앙이 된다.

이상과 같이 정확한 의미로는 위기로 정의하기 힘든 부정적 상황들을 두고 기업에서 큰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큰 문제다. 진정한 위기관리가 가능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기관리라고 진행하여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거의 없거나, 부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범죄 행위를 위기로 정의하다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와 실용성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될 뿐이다. 법적으로 따져야 하는 대응 과정에서 리더십은 법무팀과 로펌이 가지게 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냥 거들 뿐 큰 영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평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범죄행위를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책임과 역할 분야는 따로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게 되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여의치 않아질 것이다. 원칙을 반한 상황을 두고 변명이나 해명을 하다 보면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을 다시 되찾는 고통의 개선 노력과 메시지들을 결정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위기가 된다.

윤리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황을 위기라 부른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더 비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비윤리적이라는 의미는 비인간적이라는 의미 와도 맞닿아 있다. 기업은 위기 시 인간화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반대로 인간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더라도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 적절한 위기관리란 인간성을 다시 되 찾는 것뿐이다.

기업이 스스로 의도적으로 초래 한 상황을 위기라 부른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말 그대로 거짓말이 된다. 부정적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기업은 그런 상황이 초래될 것을 알았는가 일지 못했는가 하는 선택의 질문을 받게 된다. 알았다면 바로 악당이 되는 것이고, 몰랐다면 그냥 바보가 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 경우 의도적으로 상황을 초래 한 대부분 기업은 몰랐다는 답을 한다. 이 순간부터 해당 기업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한 위기관리는 잘 될 가능성과는 계속 멀어지게 된다.

조만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관리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 상황이 발생된 경우를 위기라 정의한다면, 이 또한 해당 기업은 위선적인 기업이 되는 셈이다. 사전 노력은 등한 시 하다가 사후 무마나 완화 시도를 하는 것을 진정한 위기관리라고 부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다.

진정한 위기는 범죄 행위와 관련된 것이서는 안 된다. 준법하고 있음에도 발생된 것이어야 한다. 자사가 정상적 원칙을 준수했음에도 발생되는 것이어야 하고, 윤리적으로도 최대한 올바른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사전에 관리해서 문제가 커지지 않게 했던 것이어야 사후에 정상참작을 받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모든 것을 하고 있었다면 또 그게 무슨 위기냐 하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진짜 위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것으로만 한정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위기가 많은 것이 아니라, 위기로 보이는 뿌리 깊은 문제들이 많은 것이다. 그 문제들을 위기라고 막연하게 정의하는 습관이 많은 것이고, 그 잘못된 습관에 따라 억지로 무언가를 시도하다 보니 위기관리가 잘 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들만 오랫동안 다양하게 반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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