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메시지는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받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언론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종종 특정 의도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대략적 주장을 한다. 그들이 기업에 대한 비판을 제기 할 때에도 종종 정확하지 않은 숫자들을 들어 공격한다.
이에 대응 하는 기업은 그러한 대략적 주장이나 정확하지 않은 숫자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기업도 함께 대략적으로 정확하지 않게 넘어 가버리면 그로 인한 논란이나 위기는 피하기 어렵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 메시지는 기업이 활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한 메시지로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평소 정확한 수치를 확인 정리 활용하는데 익숙해야 한다. 사내에서만 통용되는 디자인 된 숫자나 논리는 또 다른 위기를 양산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위기 시에는 제3자에 의해 정확히 이해되고, 인정되는 수치와 논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이롭다.
현장에서는 일부 기업이 이런 곤란함을 토로한다. “사실 그와 관련해서는 자세하고 정확한 수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곤란해요. 그 쪽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현재 문제가 그 정확한 기준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쪽에서는 그래서 자신들의 수치를 심각한 것으로 강조하는 것이죠.”
평소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다양한 논란에 그 때 그 때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치와 논리 그리고 기준을 찾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평소 다양한 수치와 논리를 제대로 관리해 온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 기존 것을 조합 해 상대적으로 정확한 수치와 논리에 맞는 주장을 제시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혀 라던가 대충 준비 한 기업 보다는 훨씬 낫다는 뜻이다.
또 일부는 이런 자조도 한다. “수치나 과학적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감정적이라 아무리 논리적 주장을 해도 먹히지 않는 것이죠” “다 필요 없어요. 과학도 숫자도 논리나 기준도 모두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사과하고 머리 숙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자조는 실제 과학이나 숫자나 논리의 문제였다기 보다는, 자사의 이해관계자 신뢰나 커뮤니케이션 기법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비합리적 주장을 지속한다 해서 기업이 합리적 주장을 포기하거나 대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신뢰받지 못하게 된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기반에 문제가 있어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이지,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 자체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시나 평시 할 것 없이 기업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와 대변인은 보다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의 기반이 된다. 대변인은 그래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항상 강박적으로 요구 받는다.
기자들이 이렇게 질문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정확하게 몇 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에 이런 식의 답변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이 약 10여명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다시 확인 질문을 할 것이다. “그 중 사망자는 몇 명입니까?”
이에 답변자가 다시 “글쎄요. 전체가 10여명이라고만 알고 있고, 정확하게 10명인지 11명인지 12명인지도 아직 확인 중입니다. 사망자 수는 파악 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 정도 되면 기자들은 해당 회사가 현재까지도 실제로 사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보다 경험 있는 대변인이라면 “오전 08시 현재 파악된 사망자는 2명, 부상자 8명으로 총 10명이 인근 3개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경미한 찰과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도 상황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망자와 부상자 현황은 계속 확인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정도의 기업 메시지는 위기관리팀과 대변인이 여러 확인 작업과 자세한 상황 정리작업을 이전에 진행했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단순하게 몇몇 현장 직원에게 알음알음 전해 들은 숫자를 공식 메시지화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 비극적인 세월호 사고를 기억해 보자. 당시 초기 위기관리 패착 또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있었다. 구조자와 실종자를 최초부터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추정 숫자들만 쏟아 냈다. 심지어 정확하게 몇 명이 세월호에 승선했는지 조차도 확인 어려운 체계였다. 그에 더해 정부는 일선에서의 혼선으로 전원구조라는 오보까지 양산해 냈다.
그래서 위기관리 역량과 성패를 점치려면, 메시지 속 숫자를 보라는 말이 나온다. 메시지에서 숫자가 오락가락하거나, 조변석개(朝變夕改) 한다는 것은 그 화자가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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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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