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되면 VIP를 비롯 해 많은 임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평소에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던 분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뉴스 케이블 방송의 깨알 같은 하단 자막까지 챙겨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홍보실에 여러 주문이나 질책을 쏟아낸다.
왜 이런 기사를 나가게 하는가? 질문하는 분도 있다. 홍보실이 기자나 언론사 데스크가 아닌데 홍보실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 왜 이런 기사를 빼지 않느냐 항의하는 분도 있다. 홍보실이 기사를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밭에서 무 빼듯 기사를 쑥쑥 뽑아 낼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다. 아마 알면서도 그러는 듯하다. 뭐 라도 하라는 말이겠다.
기업 홍보실은 원래 애사심 없이는 절대 일하지 못하는 부서다. 애사심이 없다면 불철주야 회사를 위해 기사를 관리하려 동분서주할 수가 없다. 일부 VIP와 임원들은 홍보실이 매일 기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주말에는 기자들과 골프를 치고 하는 것이 홍보실 직원들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VIP 스스로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시 언론을 향해 제소나 소송이나 본때와 같은 표현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부정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본 때를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언론중재위 이야기가 나오고, 제소 방법에 대해 고민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민사 소송을 통해 언론사 데스크와 해당 기자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골탕 먹여야 한다는 의견도 튀어나온다. 홍보실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위기 시 기업이 언론을 적으로 대하면서 위기관리에 성공한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언론의 창을 모두 부러뜨리고 당당하게 승리한 기업은 없다. 언론사 기자 수백명에게 모두 소송을 걸더라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이 위기관리다. 만약 그 수백명에게 승소를 하더라도 그 때는 이미 회사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게 문제다.
사람이 고치기 가장 어려운 감정이 바로 ‘싫어함’이다. 위기 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VIP가 “싫다” 하면 그 싫음을 극복해 문제가 처리되는 경우가 없다. 사과를 빨리 해야 한다는 조언에 VIP가 “싫다”하면 그걸로 사과는 물 건너 간다. 배상책을 압도적으로 내 놓아 이슈를 종결시키자는 조언이 있어도 VIP가 “싫다”는 반응이면 그걸로 끝이다. 더구나 VIP가 부정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향해 “나는 저 언론사와 기자들이 싫다” 반응하면 홍보실은 전략적 대응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 중 하나가 기업 경영진의 언론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평소 언론을 통해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 위기 시라고 언론을 적으로 대해서는 안된다. 관계라는 것을 그렇게 해쳐서는 기업 차원에서도 앞으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심 부정기사를 게재하는 언론에게 섭섭하고, 화도 나고, 흥분도 되겠지만, 경영진은 보다 전략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싫어’ 해서는 안된다.
위기 시 언론과 맞서 싸워 이겨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면, 많은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당연히 맞서 싸우라 조언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위기를 관리 할 수만 있다면, 언론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방법이라는 책도 나올 것이다. 위기 시 언론사 기자들을 파멸로 몰아 넣는 방법 이라는 요령서도 나오겠다. 하지만, 그런 책이나 요령서가 없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 중에서 위기 시 언론과 맞서 싸우라, 그들에게 본 때를 보여 이기라 조언하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언론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언론관계에 대한 가치와 효율성을 아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언론을 전략적으로 다루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기 시 언론을 전략적으로 다루는 방법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평소 많은 기업들은 언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위기 시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과 방법을 연구 훈련한다. 평소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해 도모와 훈련을 통해 위기 시 난장이 서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모든 임원이 위기 시 언론 전문가가 되는 것을 경계해 보자는 것이다. 기사를 빼라 넣으라 한마디씩 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공유하자 하는 것이다.
위기는 기업의 상위 1%가 관리한다. 그 1%가 얼마나 전략적인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큰 성패의 방향이 갈린다. 위기 때 언론을 우군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에 대해 평소 많은 생각을 해 놓아야 한다. 투자를 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해야 한다. 언론을 끌어안고, 그들에게 지원을 받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없다. 비즈니스를 아는 경영자들이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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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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