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 중 가장 ‘전략’에 대한 의미가 큰 영역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상당부분 ‘통제(control)’를 의미한다. 미시적 관점에서 다양한 통제(control) 요소들을 관리(management) 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성공이 가능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큰 위기가 닥치면 모든 구성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언 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원 보이스(one voice) 전략이다. 그러나 이 조언을 말 그대로 받아들여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전직원이 정해진 메시지들을 일사불란하게 내외부로 전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인식하면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전혀 실행 불가능한 개념이라 서다.
임직원 십여명이 모여 합창을 하더라도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메시지를 개발해 사내 공유하는 실행도 현장에서는 무척 버겁다. 그런 와중에 그 메시지를 수천 수만명 직원들이 정해진 그대로 전달해 낼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선 전략으로 ‘창구 일원화’ 주문을 한다. 수천 수만명 임직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외부 창구를 정리하고, 그 창구만을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자 조언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해진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대변인이란 그 정해진 창구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다. 당연히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공식성을 안팎으로 인정받는다. 대변인에게는 사적 생각이나 메시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변인은 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해진 회사의 공식 메시지를 말 그대로 ‘전달’하는 자다.
대변인의 임명은 기존 업무와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해 정리된다. 홍보실 임직원 중 한두명이 암묵적으로 그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해관계자별 전문 대변인을 임명 해 훈련한다. 대관 업무, 대민 업무, 대소비자 업무, 대언론 업무, 대직원 업무, 대거래처 업무, 대노조 업무 등 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구 대변인은 어느 회사나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존재한다.
회사의 대변인이 한 명이건 수 십 명이건 기본적으로 대변인은 훈련 받아야 하고, 해당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평시부터 지속적인 대이해관계자 경험을 쌓은 자여야 한다. 단순하게 사내 직급을 중심으로 훈련, 이해, 경험이 없는 자가 위기 시 대변인 역할을 맡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실행이다. 누구든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자는 평시나 위기 시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
여러 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자사를 대표하니, 당연히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질문한다. 만약 대표이사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전문적 훈련을 거치고, 완벽에 가깝게 연출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대표이사는 대변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표이사라면 대변인이라 할 수 없으며, 급히 대변인 역할을 해서도 안 된다.
‘내가 대표인데 기자 질문에 답을 안 할 수 있나?’ ‘내가 대표인데 모른다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대표인데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해서야 되겠나?’ 등과 같은 생각을 일반 대표이사들은 종종 한다. 이런 생각 자체가 대변인으로서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정해진 대변인이 아니라면 누구든 누구에게도 어떤 질문에도 답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통제(control)와 관리(management)의 개념을 기억하자.
대변인이기를 원하는 대표이사라면 먼저 훈련받아야 한다. 준비하지 않고 전문적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해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그 결과는 백전백패다. 실패한 수 많은 대표이사들과 우스꽝스럽게 된 자신 관련 보도를 접한 VIP들이 반복적으로 후회하는 부분이다. 함부로 이해관계자에게 나가고, 이를 피하고,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훈련을 생략하고 무조건 나서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천군만마 역할을 한다. 성공적 대변인은 메시지 한두줄과 표현 한 두개로 위기 상황을 완화, 전환시키고 이해관계자 공감까지 이끌어 낸다. 흔히 레토릭(수사학) 그 자체에만 주목하곤 하는데, 대변인에 의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철학과 전략의 수준에 기반 해 성패가 나뉜다 볼 수 있다.
훈련 받은 대변인은 이미 알고 있다. 스스로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공감 받을 수 없다. 철학적 기반 없는 메시지는 공허하다. 레토릭에만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이해관계자들에게 거부된다. 실행을 전제하지 않는 메시지는 이내 비판받는다. 자기 중심적이고, 자사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메시지는 효과가 없다. 이런 소중한 깨달음이 훈련 받은 대변인들에게는 기본이다. 기업이 대변인을 의지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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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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